"포기하지 말고 목회·인생의 균형 찾아야"
2024.01.04 10:10

일시: 2023년 12월 19일
장소: 한국교회지도자센터
참석: 박종순 목사(증경총회장·충신교회 원로), 김향선 목사(광주동노회 길하나교회), 이진희 목사(대전노회 대전성남교회 부목사)
정리: 신동하 부장대우
사진: 김동현 기자



본보는 신년을 맞아 교단의 원로 목회자와 젊은 목사 2인이 만나 사역과 삶을 나누는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최근 교회를 개척한 김향선 목사와 안수를 받은 이진희 목사가 증경총회장 박종순 목사를 만나 목회의 길을 물었다. 급변하는 세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수많은 유혹 속에서 어떻게 목양해야 하는지 지혜를 구했다.

이진희 목사: 코로나와 마약음료 사건 등으로 전도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 시대에 어떤 방법으로 전도를 해야 하며, 새신자를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까요?

박종순 목사: 예수님은 "땅 끝까지 이르러 증인이 되라"고 당부하셨어요. 기독교는 전도를 통해서 부흥 성장을 했습니다. 과거에 버스정류장 같은데서 "예수 믿으세요"라고 전도하는 분들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저래서 전도가 되겠냐고 지적하지만, 저는 그러한 도전정신과 용기를 배워야 된다고 봅니다. 지금 한국교회가 전도가 어렵다는 이유로 '전도 불감증'에 빠졌어요. 언제는 전도가 쉬웠나요? 예수님 시대 당시와 초대교회 때도 그랬고요. 전도전략이 다양해져야 함은 물론이고, '전도 불감증'의 벽을 허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한 명이 오든, 두 명이 오든 영혼을 소중히 돌보는 교회 시스템이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교회는 구체적인 전도 전략을 새롭게 짜고, 정착을 위한 후속처리를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교회의 주춤한 성장세가 회복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향선 목사: 저는 2023년에 개척했고, 최근 총회 교회개척훈련을 수료했습니다. 생활이 어려운 많은 목사님들이 직업을 가지고 목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목회와 일의 균형을 맞추기 어렵습니다. 조언 부탁드립니다.

박종순 목사: 목회와 개척 여건이 어려워졌습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교회 개척을 지하에서 해도, 천막을 쳐도 잘됐습니다만 지금은 어렵습니다. 교인들의 판단력이 이전과 달라 건물과 시설을 갖추어야 하고, 돈 내라는 말 잘 안해야 되는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척은 해야 합니다. 복음을 전하라는 지상명령은 우리가 받은 사명입니다. 우선 목회자 자신이 개척자라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차별화된 개척이어야 합니다. 개척교회일수록 차별화와 특화를 가져야 합니다. 옆에 있는 교회가 줄 수 없는 부분들을 특화하여 사람들이 개척교회지만 참여하고 싶다는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개척을 했을 경우 경제 문제가 생기는데, 이와 관련된 목회자의 이중직은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이중직으로 카페도 하고, 택시운전도 하고, 목공도 한다고 하는데, 이러한 일을 통해 복음을 함께 전한다는 측면에서 찬성합니다.


이진희 목사: 여성목회자는 가정과 사역의 균형을 이루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습니다. 결혼과 출산과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이 되기도 하는데, 가정과 사역을 균형 있게 맞출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박종순 목사: 목회자가 져야 할 짐은 여러 가지입니다. 그런데 모든 성별이 같습니다. 요즘에 육아와 살림은 함께 하는 추세입니다. 그래서 여성목회자가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의기소침하면 안 되고, 특히 출산은 하나님의 축복이잖아요. 그리고 목회는 섬세한 돌봄인데, 남자는 그런 부분들이 떨어집니다. 언니처럼, 엄마처럼, 할머니처럼 교인들을 돌보고 감싸주고 케어해 주는 이런 사역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저는 여성목회자의 역할이 점점 더 높아지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김향선 목사: 오늘날 교회 개척은 섬겼던 교회의 분립이나 지원이 없다면 초기 자금이 많이 들어 너무 힘듭니다. 소위 '영끌' 해서 빚을 지고 개척한 후에도 임대료 등으로 목회활동이 쉽지 않습니다. 저는 교회 개척을 같은 공간에서 일정 금액의 선교헌금을 드리며 예배하는 '공유 교회'로 시작했습니다. 작은 교회들이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공간을 공유하며, 또한 함께 연대하여 그 공간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박종순 목사: 빚 지고 교회 건축하지 말고, 빚 내서 개척교회 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예전 개척 상황과 많이 달라졌어요. 특히 코로나 때 빚을 내서 건축한 교회들이 교인 감소에다 헌금도 줄어들어 그 여파가 아직 남아 있다고 합니다. 같은 건물을 여러 교회가 나눠서 활용하는 '공유 교회'를 적극 찬성하며, 그런 운동이 범교회적으로 일어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엄청난 액수를 들여 교회를 크게 건축해도 주중에 활용이 없어 불이 꺼져있다면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교회 건축도 예배당으로서 지을 것인가, 1년 내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해야 할 것인가를 꼼꼼히 계획해야 합니다. '공유 예배'의 경우, 큰 규모의 교회가 어느 지역에 건물을 사서 개척교회들에 임대를 해주는 방식으로 기여한다면 개척도 활성화되고 개척을 하는 목회자들도 부담이 줄어들 것입니다. 또한 개척교회들의 행사나 교육장소를 큰 교회들이 제공해주는 것도 총회적인 운동으로 일어났으면 합니다.


이진희 목사: 여성목회자는 사역의 자리가 적고 한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인식 개선이 필요해 보이며, 여성목회자로서 갖춰야 할 능력과 필요한 덕목은 무엇인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박종순 목사: 우선 한국교회 전반적으로 사고 전환이 필요합니다. '남자 목사여야 된다, 우리 교회 담임목사님은 남자가 청빙되어야 한다'는 식의 편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성별을 떠나서 개인의 능력이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한경직 목사님이 영락신학교를 시작할 때 사실 신학교는 아니었습니다. 그분이 가톨릭 수녀들을 보니 사회복지시설이나 소년원 등에서 일을 너무 잘하니 개신교도 그런 인재를 키우자는 뜻에서 시작했고, 나중에 신학교로 바뀐 것입니다. 정규신학을 공부하고 훈련받은 여성목회자들이 할 수 있는 일들, 그리고 그 일들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면 여성목회자에 대한 인식이 바뀔 것입니다. 따라서 여성목회자 스스로 재충전을 하고, 개발하고, 실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준비된 목회자가 쓰임받습니다.


이진희: 목회의 길을 묻는 대화에 설교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AI시대를 맞아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 현상을 어떻게 봐야하는지요?

박종순 목사: 한국교회 목회자들에게 설교가 굉장히 부담스러워요. 주중과 주일 예배 설교는 물론 다른 예식 설교까지 있으면 한 주간에 20번의 설교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설교에 쫓기게 됩니다. 그런데 현대 목회에서 설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어서 목회자들이 설교 스트레스를 받는 거예요. 그렇다고 해서 남의 설교를 표절을 한다든지 하면 안 됩니다. 다만 "지금 제가 하는 이 말씀은 아무개 목사님의 설교집 몇 페이지 있는데, 제가 은혜를 받았기 때문에 다시 옮깁니다"라는 식으로 밝혀야 합니다. 이건 표절이 아니에요. 정직하잖아요. 요즘은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바로 나옵니다. 설교에서 내 얘기를 해야 합니다. 내 고백과 내 간증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챗GPT로 만은 설교는 그 프로그램이 만든 설교이지, 내가 만든 건 아니잖아요. 참고자료로 인용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이 만든 설교를 마치 내 설교처럼 강단에서 전달할 수가 있습니까? 목회윤리에도 안 맞고 설교자의 윤리에도 맞지 않는 거예요. 서툴러도 내 설교, 미흡해도 내 얘기를 해야합니다. 그리고 왜 성경을 놔두고 다른 이야기를 자꾸 합니까? 설교하는 시간은 하나님이 나를 세워서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시간이지, 내 무대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시간인데, 왜 설교자가 자기를 드러내려고 몸부림을 치고 이벤트를 하려고 하는가요? 설교자가 드러나기 보다는 하나님의 말씀이 나타나야 합니다. 그래서 설교의 윤리와 목회자의 윤리가 필요하며, 설교가 무엇인지 확실히 정립을 해야 됩니다.


김향선 목사: 최근 독일의 한 교회에서 AI가 예배를 인도하고 설교를 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AI가 하나님 말씀을 전하고 듣는 성도들이 은혜를 받고 '우리 목사님'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 목사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박종순 목사: 그건 안 됩니다. 인격과 인격의 만남인데, 하나님은 우리를 인격적으로 만나시기 위해서 성육신 하신거예요. 설교도 인격과 인격의 대면이어야지, AI가 설교를 아무리 잘한다 해도 인격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유혹을 떨쳐버리고 밤을 새더라도 내가 만든 설교, 야곱처럼 하나님의 말씀과 씨름하는 설교, 이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진희: 우리는 경청과 공감이 사라진 소통의 부재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목회현장도 다르지 않아 어렵습니다. 목사님께서 추구해오신 '바른 신학, 균형 목회'가 이 시대에 어떻게 적용돼야 할까요?

박종순 목사: 우선 신학과 교회의 관계를 말하자면, 신학이 가는 곳에 교회가 갑니다. 그리고 교회는 신학만큼 됩니다. 즉 어떤 신학이냐에 따라서 교회가 클 수도 작아질 수도 있고, 교단이 어떤 신학을 지향하느냐에 따라서 교단이 성장할 수도 발전을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신학은 '바른 신학'이어야 합니다. '바른 신학'은 성경에서 나온 신학, 성경을 펴놓고 연구하고 거기서 찾아내는 신학, 이게 '바른 신학'인데요. '바른 신학'일 때 '균형 목회'가 가능합니다. 하나님의 창조 자체가 균형이에요. 하늘과 땅, 산과 바다, 낮과 밤 등 균형을 맞추셨습니다. 사람도 균형입니다. 인중을 중심으로 해서 양 눈썹, 눈, 좌뇌·우뇌, 눈, 코, 입, 귀, 가슴, 팔, 다리 등 하나님 창조는 기하학적이에요. 균형을 이루시는 하나님이면 그 하나님을 증거하고 말씀을 따르는 사람이라면 목회자는 균형을 가져야 합니다. 이성과 감성, 지성과 영성, 삶과 믿음이 균형을 맞추어야 합니다. 인생도, 목회도 균형을 잘 맞춰야 합니다. 뜨겁고 차갑고, 강하고 약하고, 높고 낮고, 세고 여리고… 음악에 강약이 있는 것처럼 목회도 균형을 맞춰야 돼요. 영성과 지성을 함께 아우를 수 있어야 합니다.


이진희·김향선: 교단의 후배 목회자들과 한국기독공보 독자들에게 권면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박종순 목사: 2023년 교회나, 사회나 어려운 한 해였습니다. 그런데 2023년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새해가 됐습니다. 낙심하지 마셔야 합니다. 포기도 자신의 선택입니다. 우리에게 포기를 선택할 이유는 없습니다? 보살피고 인도하시는 하나님이 계시니 모두에게 희망찬 새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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