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를 향한 녹스의 열정...교회와 삶의 현장에서

진리를 향한 녹스의 열정...교회와 삶의 현장에서

[ 존녹스로드순례기 ] 홀리루드교회

김승호 교수
2023년 11월 03일(금) 16:01
언덕 위의 스털링 성을 돌아본 뒤 아래로 내려가다가 스털링 시내 초입에 이르니, 역사가 깊어 보이는 예배당이 우뚝 서 있었다. 홀리루드 교회였다. 800년이라는 장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홀리루드 교회는 스코틀랜드에서 종교개혁을 경험한 최초의 교회 가운데 하나다. 1567년 개신교 방식의 예배를 통해 갓 돌이 지난 제임스 왕자에게 즉위식을 거행하여 제임스 6세 왕으로 등극하게 한 곳이 바로 이 교회다. 즉위식 당시에 존 녹스가 직접 설교를 맡았다. 제임스의 즉위식 당일, 가톨릭 배경을 가진 반대자들의 공격을 염려하여, 홀리루드 교회에서 20여분동안 급하게 즉위식을 거행한 후, 안전을 위해 곧바로 왕자는 스털링 성으로 되돌아갔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로 인해, 존 녹스 로드의 순례자들은 스털링의 홀리루드 교회 방문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어린 왕자 제임스의 즉위식을 거행하던 존 녹스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리고 가톨릭의 공격이라는 위협을 인식하면서도 즉위식에 참석한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즉위식에 참석했을까? 어린 제임스는 가톨릭 신앙을 배경으로 하는 메리 여왕의 아들로 태어나 가톨릭의 미사 방식으로 세례를 받았다. 그러나 개신교 방식의 예배로 즉위식을 거행함으로, 즉위식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스코틀랜드가 가톨릭 신앙으로 되돌아갈 위험을 방지하고, 종교개혁 정신을 이어가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제임스 6세에 대한 존 녹스의 소망은 그의 동료 죠지 뷰캐넌이 이어받았다. 스코틀랜드의 왕으로 등극한 제임스 6세는 스털링 성에서 당시 스코틀랜드의 역사학자이자 인문학자였던 죠지 뷰캐넌의 지도로 교육을 받았다. 1589년 제임스 6세가 덴마크를 여행하던 중, 덴마크 왕 프레데릭 2세의 딸, 앤(Anne) 공주(1574-1619)와 결혼했다. 1603년 잉글랜드 여왕 엘리자베스 1세의 사망으로,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6세 왕은 잉글랜드의 제임스 1세 왕이 되었다. 그는 자신의 증조모가 헨리 7세의 딸 마가렛 튜더였을 때, 자녀가 없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자연적인 계승자였다. 이 제임스 왕은 성경의 영어판 번역본 킹 제임스 역본(King James Version) - 을 승인한 왕으로 유명하다.

홀리루드 교회의 낡은 외벽은 교회의 역사를 증언하고 있었다. 본당 입구에는 교회 역사를 소개하는 리플릿이 있었고, 파이프오르간 연주 소리가 예배당 내부에 청아하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빨간색의 회중석 의자들이 첫눈에 들어왔다. 성만찬 테이블, 테이블 좌우에 놓인 꽃장식, 뒷벽의 작은 십자가, 십자가 위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보였고, 찬란한 햇빛이 스테인드글라스의 찬란한 색깔을 타고 실내로 쏟아지고 있었다. 이 교회는 주중에 본당 우측 공간 전체를 개방하여 커피숍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몇 사람이 커피잔을 들고 테이블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커피숍 옆에는 종교개혁 내용을 전시해 놓은 공간이 '종교개혁전시'(Reformation Exhibition)라는 이름으로 마련되어 있었다. 그 공간에는 '존 칼뱅과 스위스 종교개혁'이라는 배너가 있고, 그 옆에 '존 녹스와 스코틀랜드 종교개혁'이라는 배너도 함께 비치해 놓았다. 아마도 칼뱅과 녹스를 나란히 배치한 것은 녹스가 칼뱅에 버금가는 인물임을 강조하려는 뜻이 담겨있는 듯했다. 비록 녹스가 칼뱅의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그는 스위스와는 다른 스코틀랜드라는 새로운 맥락에서 종교개혁을 일으킨 하나님의 사람으로 자신의 일생을 바쳤다. 회중석 뒷자리에 앉아서, 오래전 녹스의 인도로 제임스의 즉위식을 거행하던 장면을 상상해보았다. 그 장면은 급박한 상황에서 녹스에 의해 타오른 종교개혁이 진행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진리를 향한 녹스의 열정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그것은 홀리루드 교회에서뿐 아니라, 녹스의 영향을 받은 모든 이들에 의해 그들이 섬기는 교회와 삶의 현장에서.



김승호 교수/영남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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