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기획-미리 가보는 WCC11차총회 ] 2. 세계교회협의회와 한국교회의 선교 과제
한강희 목사
2022년 05월 11일(수)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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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기(1948-1961년): 세계교회의 선교와 접속하기 시작한 한국교회
암스테르담에서 세계교회협의회가 조직된 시대적 배경에는 '인간의 무질서와 하나님의 섭리'라는 대회 주제가 암시하는 것처럼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인류의 분열이 내재해 있었다. 세계교회는 전쟁으로 훼손된 유럽 사회를 재건하고 인간 탐욕과 죄를 반성하기 위한 차원에서 일치 운동을 전개하게 된다. 이미 1937년 옥스퍼드에서 개최된 제2차 삶과 봉사 세계대회에서는 '책임사회'라는 선교적 개념이 등장했다. 이에 따라 선교라는 것이 복음전도에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분열된 사회를 평화의 세계로 구축하는 예언자적 역할도 선교라는 범주로 확장됐다. 1954년 미국 에번스턴에서 개최된 제2차 총회에서는 냉전이라는 세계 정치의 불안 속에서 '세상의 소망으로서 그리스도'를 고백함으로써 전쟁과 인종차별 등 반인륜적인 역사적 행위를 바로잡기 위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특별히 1952년 독일 빌링겐 국제선교협의회(IMC)에서 기원하는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는 크리스텐덤의 선교 패러다임을 변혁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선교의 주체는 교회에서 하나님으로, 선교의 목표는 복음전도에서 샬롬으로, 그리고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교회의 자리를 재정립함으로써 선교 패러다임의 획기적인 전환이 이루어졌다. 1950년대는 정치적으로 탈제국화가 가속화된 시대였다. 제3세계 국가가 유럽으로부터 독립하기에 이르렀고, 신생 교회 역시 유럽과 미국 교회로부터 독립을 시도했다. 1961년 제3차 총회의 개최지 뉴델리는 바로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다. 비서구에서 최초로 열린 이 총회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교회들이 세계교회협의회 회원교회로 가입했다. 주목할 만한 사건은 세계교회협의회가 국제선교협의회와 통합하면서 오늘의 '세계선교와 복음전도 위원회(CWME)'로 재편됐다는 점이다. 이로써 교회의 선교적 본질이 이전보다 훨씬 강하게 부각 됐다. 이시기 한국교회는 세계교회협의회 가입과 신학 차이로 인한 분열의 아픔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세계교회협의회의 신학적 토대와 과제는 한국교회가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고 대응하게 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했다. 교회의 사회 참여와 예언자적 변혁에 대한 강조점은 1970년대 이후 한국교회의 사회선교 실천을 위한 동력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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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기(1968-1983년): JPIC 선교 역사에 참여하는 한국교회
제4차 대회는 1968년 스웨덴 웁살라에서 열렸다. 전 지구적으로 1960년대는 혁명과 전쟁의 시기였다. 세계는 핵무기를 경쟁적으로 개발했고, 흑인 인권운동과 여성운동이 세계 전역에서 움직였다. 월남전과 중동전쟁이라는 무력 충돌은 하나님의 평화와 질서를 간절히 요구하게 했다. '보라 내가 만물을 새롭게 하리라'라는 총회 주제는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다. 웁살라 총회에서 '선교는 인간화'라는 이해가 새롭게 규명됐다. 선교는 비인간화하는 사회적 제도와 이념을 변혁시켜 하나님께서 주신 인간의 온전한 삶을 보전하는 것임을 세계교회가 동의했다. 이를 바탕으로 1970년대 라틴아메리카의 해방신학과 아시아의 상황 신학이 체계화됐다. 각 지역에서는 시대적 문제를 신학적인 관점에서 조명하고, 이를 교회의 선교적 실천으로 융합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게 된다. 한국의 경우, 민중신학이 태동하여 비민주적인 정치체제와 경제적 모순을 극복하고, 민중의 시각에서 기독교적 변혁을 시도하려는 흐름이 등장했다. 1983년 캐나다에서 개최된 제6차 밴쿠버 총회는 1970년대까지의 인간 중심적 선교를 극복하고 '생태 환경'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담론이 '정의, 평화, 창조 질서의 보전(JPIC)'이라는 개념으로 정리됐다. '정의와 평화'가 인간적 차원의 문제라면, '창조 질서의 보전'은 인간을 포함하는 온 생명의 문제이다. 밴쿠버 총회의 JPIC 운동은 1990년 서울에서 개최된 'JPIC 세계대회'를 통해서 한국교회의 선교에 깊이 반영된다. 한국교회는 1970년대 반독재 투쟁과 민주화 운동, 1980년대 기독교 통일 운동, 1990년대 이후 생태 환경 운동을 통해 JPIC 운동을 충실히 이행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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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제7차 캔버라 총회부터 2013년 제10차 부산총회까지 한국교회가 세계교회의 다양한 부문에 관여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시기였다. 세계교회협의회 공동회장, 중앙위원, 실행위원, 실무자로 한국교회의 인적 자원이 파송되어 하나님 나라 운동에 중요한 역량을 제공했다. 특히 그 절정에 이른 것이 부산총회였다. 부산총회는 지난 뉴델리 총회 이후 아시아에서 개최된 두 번째 총회였다. 캔버라 총회에서 체계화된 '생명의 신학'이 세계교회로 확산했고, 각 지역 에큐메니컬 기구와 회원교회에서는 생명 선교를 주요 정책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이러한 선교 아젠다를 점검하고 정책을 발전시키려는 시도가 부산총회를 통해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라는 총회 주제는 기존 에큐메니컬 전통 속에 흐르던 JPIC 선교 사상을 발전시키고 한국의 선교적 과제를 반영한 것이다. 선교적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선교문서 '함께 생명을 향하여(Together Toward Life)'가 공식 문서로 채택됐다는 사실이다. '변화하는 지형 속에서 선교와 전도'라는 부제가 달린 이 선교문서는 변혁적 영성, 주변부로부터의 선교, 시장 경제, 기독교 지형 변화, 교회 갱신 등, 현대 선교의 핵심적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동안 에큐메니컬 운동은 '교회론'이 약하다는 불만이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다행히 이 문서에서는 선교와 전도를 총체적으로 포괄하는 교회의 역할과 의미를 재조명하고 교회의 선교적 증거자로서 역할을 분명히 했다. 현대 선교는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 제국과 신자유주의, 이민, 전쟁과 테러, 기후 위기, 환경파괴 등 무수히 많은 선교 과제들이 교회의 응답과 실천을 통해 이루어지길 세상은 기대하고 있다.
지난 열 차례에 걸친 세계교회협의회의 세상 변혁과 교회 갱신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한다. 한국교회는 하나님 나라 운동에 있어서 중요한 섬김의 공동체가 되고 있다. 한반도 분단의 역사를 통해서 이룩해온 기독교 평화 통일 운동, 군사 독재 체제에 대항한 예언자적 전통, 그리고 오늘의 기후 위기와 전쟁 난민에 대한 돌봄과 사랑의 실천은 세계교회가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에큐메니컬 경험이다. 곧 개최될 제11차 카를스루에 총회는 코로나라는 지구적 대재난이라는 상황 속에서 긴급히 요청되는 선교적 과제를 공유하고 회원교회의 상처와 어려움을 듣게 될 것이다. 하나님께서 한국교회에 허락하신 풍요로운 영적, 물적 자원을 함께 나누어 어려움에 직면한 세계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자리에 공동의 증언과 행동이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