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일치 위한 간절한 바람 모아질 마당"

"화해.일치 위한 간절한 바람 모아질 마당"

[ 연중기획-미리 가보는 WCC11차총회 ] 1. WCC 제11차 총회의 의미와 이에 거는 기대

최상도 교수
2022년 04월 06일(수) 15:06
WCC 제11차 총회가 열리는 독일 카를수루에 시내 전경.
독일 카를스루에(Karlsruhe)에서 세계교회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es, WCC) 11차 총회가 8월 31일~9월 8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1948년 네델란드 암스테르담 창립총회, 1968년 4차 스웨덴 웁살라총회 이후 유럽에서 개최되는 세 번째 WCC 총회이다. 카를스루에 총회는 원래 2021년에 열리기로 계획되어 있었으나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선언으로 1년 연기됐다가 올해 개최된다.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를 주제로 한국에서 열렸던 2013년 부산총회 이후 9년 만에 개최되는 총회이다. 카를스루에 총회는 "온전하게 하나 되게 하라"(요17:23)는 그리스도의 기도에 기대어 '그리스도의 사랑이 세상을 화해와 일치로 이끄신다(Christ's love moves the world to reconciliation and unity)'는 주제로 모인다. 이는 하나님이 창조하시고 보시기에 좋았다고 선언하신 세상을 위한 교회의 가시적 일치로서의 모임이라고 WCC는 설명한다.

2013년 10차 부산총회 이후 WCC는 '정의와 평화의 순례'(Pilgrimage of Justice and Peace, PJP)로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를 하나님의 창조세계에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하나님이 창조하시고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선언하신 이 세상은 부정의와 불평등, 폭력과 전쟁, 분열과 파괴가 난무하다. 여기에 인간의 탐욕의 결과로 지구는 울부짖으며 코로나19를 배태했다.

WCC는 카를스루에 총회 주제해설을 통해 시대의 징조 중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코로나19가 "인간의 나약함과 우리들 사이의 극심한 불평등과 분열을 폭로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특권과 억압, 경제적, 사회적, 종족적 부정의라는 추악한 현실에 눈을 뜨게 했다"고 말한다. 코로나19로 대변되는 현 시대의 징조는 2013년 부산총회 이래로 끊임없이 '생명 공동체의 총체적 위기'의 시대로 읽혀왔다.

2013년 부산총회의 일치문서("하나님의 선물과 일치로의 부르심, 그리고 우리의 헌신", God's Gift and Call to Unity-And Our Commitment)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 이 세계의 징후를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불의와 가난 그리고 기근이 우리의 세계를 황폐하게 만들었다. 폭력과 테러리즘, 핵전쟁과 다른 모든 전쟁의 위협이 우리의 세계에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이 HIV와 AIDS와 다른 전염병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으며, 자신의 고향에서 쫓겨나고 땅을 박탈당했다…창조세계는 학대 받아 왔으며 우리 모두는 생명의 균형에 대한 위협, 점증하는 생태적 위기 그리고 기후 변화의 영향이라는 위협에 직면해 있다"(2항)고 읽어냈다. 또한 선교문서('함께 생명을 향하여: 기독교의 지형 변화 속에서 선교와 전도')는 "그러나 현실은 지구가 오염되고 있으며 착취당하고 있다. 소비주의는 무한성장이 아니라 끝없는 자연자원의 착취를 촉발했다. 인간의 탐욕은 지구온난화와 다른 형태의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23항)고 우리의 세계를 진단했다.

9년이 흐른 지금은 어떤가? 카를스루에 총회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속에서의 야만적 자본의 문명, 지구적 제국의 폭력 문명, 인간의 탐욕에 의한 지구생태 파괴의 문명 등 탐욕의 인간 문명의 도전들 앞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이 머물고 있는 교회는 어떻게 조직되어야 하며, 어떻게 복음을 전하고 실천해야 할 것인가?", "이 때에 하나님의 사랑의 사명을 어떻게 함께 세상에 나눌 수 있는가?"를 질문하며 응답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WCC는 밝힌다. 따라서 카를스루에 총회는 희망과 빛을 들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온전히 나타나신 사랑, 곧 화해와 일치로 이끄시는 사랑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의 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구체적으로 카를스루에 총회는 우리의 신앙, 증언, 일치에 대한 시대적 도전으로 코로나19, 기후변화, 불평등, 디지털혁명, 더 나은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과 자신감의 상실, 평화와 정의에 대한 세상의 부르짖음으로 읽어내고,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가장 우선적 태도로서의 사랑으로 이 도전에 구체적으로 응답하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제자가 되는 길을 모색하는 장소이다.

여기에 카를스루에 총회의 특징 중 하나는 주제에 '사랑'이 표현되었다는 점이다. 1948년 WCC 태동 이후 '사랑'이라는 단어가 총회 주제에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카를스루에 총회를 통해 WCC는 지적, 제도적, 형식적 일치 추구를 넘어 관계, 공동 기도, 상호 애정과 사랑에 기초한 일치 추구를 목적한다고 밝힌다. 사랑은 서로에게 이끌리게 하며, 함께 있게 하고, 자원을 나누게 하고, 새 공동체를 만들고, 고난과 고통을 함께하며 견디게 하므로 사랑은 하나 되게 한다. 일치와 사랑은 함께 한다. 이를 통해 WCC는 카를스루에 총회를 '마음의 에큐메니즘(An ecumenism of the heart)'의 장으로 만들고자 한다. WCC 11차 카를스루에 총회의 "그리스도의 사랑이 세상을 화해와 일치로 이끄신다"는 주제는 기독교 신앙의 핵심인 사랑을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이며, 사랑이 이 세상을 화해와 일치로 이끄신다는 것에 대한 신뢰와 믿음의 선언임을 WCC는 밝힌다.

2013년 WCC 10차 부산총회가 생명, 정의, 평화에 대한 집중이었다면, 2022년 카를스루에 총회는 일치에 대한 강조이다. 부산총회가 지구 남반구의 상황의 반영이라면, 카를스루에 총회는 다시 북반구의 상황인식이 반영되었다고 본다. 굳이 남-북으로 구분 지을 이유 없이 현재 제기되는 시대의 도전적 징후는 전 지구적인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불평등이 있다.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바이러스는 평등해도 백신제공과 치료는 불평등했다. 아니 어쩌면 바이러스 감염 그 자체도 불평등했다. 옥스팜 인터내셔널 2021년 1월 보고 '불평등 바이러스(The Inequality Virus)'는 바이러스 감염과 치료의 불평등성을 고발했다. 백인보다는 흑인이, 남성보다는 여성이, 부자보다는 가난한 사람이, 유럽과 북미보다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에서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가 크고 회복이 늦다. 여전히 1%만을 위한 경제시스템이 작동했고, 불평등은 양극화로 더해졌다. 그로인한 남반구의 관심은 교회의 일치보다는 정의와 평화를 통한 생명의 보장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더 가속화된 양극화는 '생존'이 삶의 최우선 과제로 주어졌다. 하지만 개인의 생존에 잠식된 삶은 모두의 '생명'을 위한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향한 삶을 서서히 사라지게 한다. 카를스루에 총회는 이에 대한 답을 어떻게 찾을지 궁금하다.

예언자적, 지적, 도덕적 붕괴를 경험하며 가부장적, 기구적, 사업적으로 경도된 교회와 에큐메니컬 지도력이 카를스루에 총회를 통해 자신을 죽여 모두의 생명의 길을 열어 주신 그리스도의 급진적 사랑을 실현하는 제자가 되어 이 시대가 요청하는 변혁적 에큐메니즘(Transformative Ecumenism)의 실천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를 통해 개인, 국가, 종족의 생존을 넘어 모두의 생명을 향해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정의, 평화, 일치의 공동의 증언과 경험이 카를스루에 총회에 있기를 기대해 본다.



최상도 교수

호남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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