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그 길이 멀다

목회, 그 길이 멀다

[ 1월특집 ] 2022년에 바란다 1. 목회

박종순 목사
2021년 12월 29일(수) 16:30
 주님이 걸으신 십자가의 길이 형극의 길이었던 것처럼, 목회의 길 역시 험한 길이다. "내 양을 먹이라 치라"는 말씀 때문에 '목양'이라고 하지만 목양길도 순탄하지 않다. 우선 목장이 위기에 노출되고 거칠어져가고 있다. 울타리는 무너지고 맹수의 공격은 사나워지고 목자와 양, 양과 양들이 부딪치는가 하면 악성 바이러스가 목장을 교란하고 있다.
새해라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목양열차는 가야 한다. 어떻게 가야 하는가? 평소 소회를 피력해보려고 한다.

1. 선택과 책임
내가 목사가 된 것은 하나님의 이끄심과 어머니 기도 때문이었다. 그 누구도 목사가 되라며 강요한 일이 없었다. 지금도 내가 목사가 된 것은 자신의 선택이기 때문에 책임도 내가 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

목양은 전적으로 목자의 책임으로 이루어지고 진행된다. 그리고 양은 가지가지다. 어린양, 투정부리는 양, 토라진 양, 심술부리는 양, 성장통 걸린 양, 보채는 양, 딴청부리는 양, 몰라보는 양, 우리를 벗어나는 양, 병든 양 모두 목자 소관이다. 거기다 염소도 다루고 책임져야 한다.

물론 주님의 양이지 내 양은 아니다. 내 양이다, 내거다 라는 생각을 빨리 접는 게 좋다. 목자가 할 일은 먹이 골라주고, 쉴 곳 마련해주고, 치료해주고, 맹수 막아주는 일이다. 삯꾼에게 이 일을 맡길 순 없다.

책임을 떠넘긴 원조는 아담과 하와였다. 그네들이 주고받은 대화는 "너 때문이다"는 것이었다.

목회자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답한 사람이고 자신의 길을 선택한 사람이다.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은 내 몫이다. 그리고 "너 때문이다"보다는 "나 때문이다"에 익숙해져야 한다.

2. 긍정하기
하루야마 시게오는 자신의 책 '뇌내혁명'에서 플러스 발상, 긍정의 힘, 식생활을 건강인생의 비법으로 제시한다. 강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화를 낼 때 노르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데 뱀독만큼 독성이 강하다. 그러나 긍정하고 기분이 좋으면 베타엔돌핀이 분비되고 전인건강 에너지를 만든다고 한다. 그러면서 플러스 발상을 힘쓰라고 권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인체 내부에 제약공장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인다. 목회, 가는 길이 험하다. 그러나 험하다 힘들다라는 원료를 투입하면 제약공장은 명약을 만들지 못한다. 자아를 긍정하고 상황을 긍정해야 좋은 명품을 만들 수 있다.

3. 완주하기
목회란 백미터 달리기로 끝나는 게 아니다. 마라톤과 같아서 전 구간 호흡과 거리 조절이 필요하고, 달리다 중단하기보다는 완주 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지나치게 성패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이른바 성공목회의 기준을 바로 정해야 한다. 수만명, 수천억, 빌딩 다 중요하다. 그러나 그런 것들 자체가 성공목회의 절대조건은 아니다. 30만명은 대성공이고 30명은 실패가 아니라는 것이다. 큰 것도 실패일 수 있고 작은 것도 성공일 수 있다는 일상적 진리를 유념하는 게 좋다.

직항 비행기에 탑승한 사람이 중간에 내릴 순 없다. 목적지가 같은 비행기라면 승객 모두 같은 시간에 도착한다. 목회란 속도나 양의 문제가 아니다. 태도의 문제이며 결과의 문제이다. 바울처럼 "달려갈 길 다 마쳤다"는 완주의 점을 찍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바울의 달음질이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완주목회'가 바람직하다.

4. 코이 법칙
일본 잉어과에 속하는 '코이'라는 물고기가 있다. 어항에 넣으면 5~8센티미터 정도로 크고 수족관에 넣으면 15~25센티미터로 그리고 강물에 넣으면 90~120센티미터로 자란다. 환경변화에 따라 적응력이 빠르고 크기가 달라진다. 환경과 생각의 크기를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 차이가 나는 것을 코이의 법칙이라고 한다.

우리시대의 특징은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것이다. 4차 산업을 넘어 5차 산업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UN통계보고서는 2030년이 되면 20억 개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80%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한다. 이유는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첨단로봇, 무인자동차, 차세대 유전자 기술, 3D프린터, 신재생에너지, 나노기술이 발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목사의 자리가 없어진다는 얘긴 그 어느 곳에도 없다. 신령한 세계는 현대과학의 소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변화에의 적응 시대와 문화이해하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 분야는 목회자의 전문분야도 교회의 지향점도 아니다. 제아무리 발버둥쳐도 교회는 과학이나 문화를 앞지를 수 없다. 목회의 성패를 거기에 걸면 안된다. 과학 문명은 허점이 많다. 그곳을 목회자가 채우고 교회가 채워야 한다. 그것은 바로 복음이다.

목회환경과 세계를 이해하고 적응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코이처럼 맞춤형이 되는 것은 금물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예수 그리스도의 피 묻은 복음은 영원한 불변의 진리이기 때문이다. 옛것이 좋은 것이야 라며 수구적 태도를 지니는 것도 그리고 새것이 좋은 것이야 라며 뒤쫓느라 숨 차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네 신앙의 선배들이 뜨거운 가슴으로 해냈던 그 목회, 땅바닥에 무릎 꿇고 드렸던 그 기도, 오직 교회만을 사랑하고 지켰던 그 일념, 좌나 우로 치우치지 않고 걸었던 정도, 그 길이 가야 할 길이다.
 
5. 예수 목회
목회를 단순 직업이란다면 설이 분분해진다. 직업은 내 것이지만 목회는 내 것도 아니고 내 것이어도 안 된다. 교회도 목회도 주님의 것이라야 한다. 우린 목회를 위임받은 청지기일 뿐이다. 착하고 충성된 종이 될 수도 있고 악하고 게으른 종이 될 수도 있다.

주인의 즐거움에 동참할 수도 바깥 어두운 데로 쫓겨날 수도 있다. 결과는 하기 나름이다.

박종순 목사/증경총회장, 충신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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