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말씀대로(왕상 17:8~16)

하나님의 말씀대로(왕상 17:8~16)

[ 설교를위한성서읽기 ] 12

강성열 교수
2021년 11월 03일(수) 09:32
열왕기상 17장은 예언자 엘리야의 첫 등장과 활동을 담고 있는 본문이다. 오늘의 본문인 8~16절은 17장의 중심부에 속한 것으로, 네 개의 세부 단락들로 나누어진다: (1) 그릿 시냇가를 떠나 시돈에 속한 사르밧으로 가라는 하나님의 명령(8~9절); (2)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 사르밧으로 간 엘리야와 그곳 과부의 만남(10~12절); (3) 사르밧 과부에게 희생과 헌신을 명하는 엘리야의 말과 축복(13~14절); (4) 엘리야를 위해 헌신한 사르밧 과부에게 임한 복(15~16절).

8~9절: 엘리야가 선포한 가뭄과 기근은 이스라엘의 바알 숭배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으로, 가나안의 바알이 아니라 야웨 하나님이야말로 비를 내리는 신임을 입증하려는 의도를 포함하고 있었다. 그는 "야웨의 말씀"(2절)을 따라 요단 앞 그릿 시냇가(Wadi Cherith)로 가서 숨었고, 그곳에서 하나님이 보내신 까마귀들을 통하여 떡과 고기를 공급받았으며, 그릿 시냇물을 마시면서 연명하였다(2~5절). 그러나 그가 예언한 대로 땅에 비가 내리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나중에는 그릿 시냇물조차도 말라버렸다(7절). 이에 "야웨의 말씀"이 다시 엘리야에게 임하여 시돈에 속한 사르밧(눅 4:26=사렙다)으로 가서 머물 것을 명하면서(8절), 그곳의 한 과부가 그에게 음식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9절).

여기서 한 가지 생기는 의문점은, 왜 야웨께서 엘리야에게 시돈에 속한 사르밧으로 가게 하셨는가 하는 점이다. 그 까닭은 시돈이야말로 이세벨의 고향 나라로서 바알 숭배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다(왕상 16:31). 이것은 비를 내리는 신으로 알려진 바알이 야웨께서 내리신 가뭄에 전혀 손을 쓰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그릿 시냇가나 시돈의 사르밧은 아합의 통치권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있어서 엘리야가 피난하기에 적절했다.

10~12절: 엘리야가 야웨의 말씀대로 사르밧으로 가서 성문에 이르렀더니, 한 과부가 나뭇가지를 줍고 있었다. 그는 과부에게 물을 조금 가져다가 마시게 할 것을 청하며, 떡 한 조각을 가져올 것을 부탁한다(10~11절). 그러자 과부는 자기 집에 떡이 없고 다만 밀가루 한 움큼과 기름 조금 밖에 없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밝힌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나뭇가지 두엇을 땔감으로 주워온 다음에, 조금 남은 밀가루와 기름 몇 방울을 가지고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참이었다. 그 후에는 그야말로 먹을 것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기에, 자신과 아들은 죽을 수밖에 없는 불행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12절).

그런데 일반적으로 상속자를 얻지 못한 과부는 수혼(嫂婚; 창 38:1~11; 신 25:5~10; 룻 4:1~6; 마 22:23~33) 제도에 의해 죽은 남편의 가장 가까운 형제와 동침하여 상속자를 낳아야만 했다. 이 때문에 자녀 없는 과부는 어느 정도 생계유지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 나오는 과부처럼 아들을 둔 과부는 생계유지의 방법이 거의 없어서, 주변 사람들의 도움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하나님은 엘리야에게 이처럼 어려운 과부의 가정을 찾아가도록 명하신 것이다.

13~14절: 사르밧 과부의 답변을 들은 엘리야는 그녀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가서 항아리의 조금 남은 밀가루와 병의 몇 방울 기름으로 떡을 만들되, 그것으로 먼저 자기를 위하여 작은 떡 하나를 만들어서 가져오고 그 후에 그녀와 그녀의 아들을 위하여 만들라고 명한다(13절). 어차피 죽을 운명이라면, 하나님의 사람인 자기를 위하여 먼저 떡을 만들어 가져오고, 그 후에 남은 것으로 자신과 아들을 위해 떡을 만들어 먹으라는 것이다.

이어서 엘리야는 자신이 하는 말이 야웨 하나님의 말씀임을 강조하는 일종의 사자(使者) 양식(messenger formula)을 사용하여 그녀를 향한 축복의 말씀을 선포한다. '코 아마르 야웨'(thus says Yahweh, "야웨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기를")라는 독특한 예언구가 그렇다. 개역 개정판은 이 예언구를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이"로 번역하고 있지만, 다른 곳에서는 대부분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기를"이나 "여호와가 이와 같이 말하노라"로 번역한다(렘 2:2, 5; 4:27; 5:14; 6:6, 9, 16, 21, 22 등). 엘리야는 이처럼 독특한 예언 양식을 통하여 그녀에게 축복의 말씀을 선포한다. 그 말씀에 의하면, 야웨께서는 그 땅에 다시 비를 내려주실 때까지 그 항아리의 밀가루가 떨어지지 않게 하실 것이요, 그 병의 기름도 없어지지 않게 하실 것이다(14절).

15~16절: 절망의 상황에 처해 있던 사르밧 과부의 입장에서 본다면, 사실 초청 받지 않은 손님이요, 전혀 알지도 못하는 외국인(이스라엘 사람)인 엘리야의 요청을 충분히 거절할 수도 있었다. 자신과 아들의 목숨이 경각에 놓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의 요청을 거절하는 것이 그녀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일로 여겨졌을 것이다. 아니면 자신보다 더 넉넉한 사람을 찾아가라고 그를 문전박대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그녀는 당시의 상황에서 누구나 예측할 만한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그녀는 정반대로 엘리야의 명령을 따라 그가 원하는 대로 했다. 조금 남은 밀가루와 기름 몇 방울을 가지고서 떡을 만들어 엘리야에게 제공한 것이다. 그랬더니 과연 엘리야가 축복한 대로 엘리야와 그 과부의 식구가 여러 날 동안 먹었지만(15절), 밀가루가 떨어지지 아니하였고, 기름도 없어지지 않았다. 야웨께서 엘리야를 시켜서 전하신 말씀대로 되었던 것이다(16절).

이러한 기적은 야웨 하나님이 말씀의 종인 엘리야를 구하기 위하여 앞서 자신이 창조하신 자연계의 일부(그릿 시냇물과 까마귀들)를 사용하신 것처럼(3~6절), 그를 구하기 위하여 사람(사르밧 과부)을 사용하셨음을 의미한다. 설령 시돈 사람이요 따라서 이방 사람인 그 과부에게 엘리야를 도울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밀가루와 기름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엘리야를 통한 예언(14절)이 어떻게 성취되었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는 사례들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강성열 교수 / 호남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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