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감사의 의미(합 3:17~18)

참된 감사의 의미(합 3:17~18)

[ 설교를위한성서읽기 ] 10

강성열 교수
2021년 10월 20일(수) 16:46
하박국은 문서 예언자들 중에서 유일하게 하나님의 공의 문제, 곧 신정론(神正論, theodicy) 문제를 다루고 있는 예언자이다. 더 정확하게는 하나님께서 왜 그의 의로운 백성으로 하여금 고난을 당하게 내버려 두시느냐를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제기의 뒷면에는 의로운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인들이 아무런 벌도 받지 않은 채로 형통한 삶을 누리고 있는 뒤틀린 현실이 가로놓여 있다. 달리 말해서 하박국은 의인이 당하는 고통과 악인이 누리는 형통 사이에서 하나님의 공의가 과연 어디에 있는가를 심각하게 묻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하박국은 하나님과의 대화를 통하여 신정론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고 있다. 먼저 하박국은 불의가 판치고 악인들에 의해 공의가 굽게 행하는데도 그들이 형통하도록 내버려 두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하나님께 묻는다(1:2~4). 하나님께서는 이 질문에 대하여 갈대아 사람들을 심판의 도구로 사용하여 그들을 벌하실 것이라는 답변을 주신다(1:5~11). 이에 대하여 하박국은 어떻게 의로우신 하나님께서 그 악독한 갈대아 사람들을 그의 의로운 심판의 도구로 삼으려고 하시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평한다(1:12~17).

하박국의 두 번째 질문에 하나님은 세상 나라들을 정복한 일로 인하여 교만에 빠진 갈대아 사람들의 죄악을 반드시 벌할 것이며 오직 믿음을 가진 의인들만이 살고 구원을 얻는다는 귀중한 진리를 가르쳐 주신다(2:1~5). 아울러 하나님께서는 바벨론이 왜 벌을 받아야 하고 그들이 어떻게 벌을 받을 것인가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해 주신다(2:6~20). 하나님의 두 번째 답변에 만족한 하박국은 3장에서 하나님께 순종하는 마음으로 찬미의 노래를 부른다. 이 글에서 다루는 3:17~18은 바로 이 감사 찬송의 결론 부분에 해당한다.

17절: 하박국은 찬미의 노래(3장)에서 만물을 두렵게 하는 하나님의 현현(顯現, theophany)과 이에서 비롯되는 심판과 구원에 대해서 묘사한 다음에(2~15절), 잠시 폭력과 불의가 판치는 어지러운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 16절에서 보듯이 그는 갈대아 사람들이 유다 백성 중에 있는 악인들을 벌하기 위해 올라오는 환난 날을 기다리는 것이 두렵고 떨리는 일이요,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스러운 일임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러나 이처럼 두려움과 공포가 극에 달해 있는 중에도 그는 하나님의 구원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하박국은 먼저 17절에서 당시의 유다 백성이 처한 비극적인 상황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것을 각종 농산물의 현저한 감소와 가축의 실종에 비유하고 있다. 그가 보기에 당시의 남왕국 유다는 무화과나무가 무성하지 못하고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을 뿐만 아니라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서 거두어들일 것이 전혀 없는 것과도 같은 비참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 또한 그의 나라는 우리에 양 떼가 없고 외양간에 소 떼가 전혀 보이지 않는 것과도 같은 상황 속에 놓여 있었다.

무화과나무와 포도나무 및 감람나무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나무들로서 본래 가나안 땅의 풍요를 상징하는 것들이요, 이스라엘 백성의 번성과 평화를 상징하는 것들이었다(신 8:8; 호 2:12; 렘 5:17; 욜 2:22). 이 나무들에 열매가 없다는 것은 곧 유다 백성이 일상적인 삶에서 당하는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잘 보여 준다. 또한 양과 소는 이스라엘의 농업 경제에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가축들인데, 이들이 우리나 외양간에 없다는 것 역시 유다 백성의 곤궁한 처지를 웅변적으로 보여 준다.

하박국이 묘사하는 이러한 비참한 현실은 기근이나 가뭄으로 인해 생겨난 것일 수도 있고, 또한 지배 계층의 착취와 억압으로 인해 수확물을 다 빼앗기고 또 가지고 있는 가축들마저도 다 공출당함으로써 생겨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유다 백성이 하나님의 말씀을 멸시하고 그의 거룩한 뜻을 어긴 까닭에 그들에게 주어진 심판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그것은 예레미야가 지적한 바와 같이(렘 5:15~17), 하나님의 심판의 도구인 바벨론 군대가 남왕국 유다를 침공하여 예루살렘을 함락시키고서 그곳을 노략한 결과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18절: 그러나 하박국은 현실이 그러하다고 해서 절망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이전에 그러했던 것처럼 하나님께 하소연하거나 그의 공의를 의심하지도 않는다. 도리어 그는 빈궁한 현실로 인하여 하나님께 감사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그는 자기 나라가 처해 있는 현실이 아무리 비참할지라도, 야웨 하나님을 인하여 즐거워하며 그를 구원하신 하나님을 인하여 기뻐하겠노라고 말한다(18절). 비록 지금 당장은 악인이 들끓고 불의가 하나님의 공의를 짓밟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리고 이로 인하여 도무지 희망의 미래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하나님의 신실하신 약속을 믿고서 기뻐하며 즐거워하겠다는 것이다. 비록 나라가 이방 민족의 말발굽 아래 짓밟히고 가뭄이나 기아와 같은 대 재난이 닥친다 해도, 머잖아 구원을 이루실 하나님으로 인하여 기뻐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하박국이 하나님께 대한 신뢰와 믿음을 회복했음을 의미한다. 그 까닭에 그는 자신의 조급증을 버리고서, 비록 더디 이루어질지라도 언젠가는 자신의 약속을 이루실(2:3) 하나님의 시간표에 기꺼이 순종하겠다고 고백한 것이다. 의로운 사람은 어떻게든 그가 가진 믿음으로 말미암아 하나님께로부터 구원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2:4). 더욱이 야웨 하나님은 그의 유일한 힘이 되는 분이시요, 하박국의 발을 사슴과 같게 하셔서 그로 하여금 그의 높은 곳(산등성이)을 마음껏 치닫게 하는 분이시기 때문이다(19절).

하박국은 이처럼 삶의 모든 만족과 기쁨이 사라지고 세상에서 의지할 모든 소망이 끊어진다 해도 오로지 하나님 한 분만으로 만족하고 기뻐할 것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이 얼마나 위대한 신앙고백인가!

강성열 교수 / 호남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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