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례와 여전도회전국연합회

김필례와 여전도회전국연합회

[ 특별기획 ]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21년 08월 24일(화) 12:00
1954년 4월 영락교회에서 열린 제19회 여전도회 총회. 가운데 김필례 회장.
1972년 YWCA 강당에서 목련장을 수상한 김필례.
대한예수교장로회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제17~20대 회장을 역임한 고 김필례 선생이 지난 15일 제76주년 광복절을 맞아 대한민국 건국포장을 수상하면서, 김필례 전 회장의 과거 여전도회 활동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필례(1891~1983) 전 회장은 교육과 신앙으로 평생 여성 교육, 조국의 독립, 더 나은 사회 건설을 위해 헌신하면서 여전도회에도 많은 업적을 남겼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이후 1950년부터 회장을 역임한 김필례 전 회장은 월례회 인도책을 속간하면서 여전도회 재건에 힘썼으며, 서울여자대학교 설립에도 공헌했다.

김필례는 1918년 광주에서 서서평이 일하는 부인조력회를 도우며 여전도회 활동을 시작했다. 광주를 방문한 미국 남장로교 부인조력회 설립자인 윈스브로우(Hallie P. Winsborough)를 만나 미국 여전도회의 일을 돕게 되면서 미국 유학을 추천 받았다.

1926년 미국 아그네스스콧대학 졸업사진. / 양국주 선교사 제공
1950년 미국예수교장로회 방미 친선사절단 환영예배를마치고.
1925~1927년 김필례는 미국 아그네스스콧대학과 컬럼비아대학 대학원 등에서 유학했다. 1927년 여름 귀국한 김필례는 장로회 조력회에서 여러 일을 정식으로 도우면서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조직을 승인받게 된다. 이후 전남여전도연합회 설립자로 서서평, 도마리아와 함께 기초를 닦고 서서평, 사라 뉴랜드에 이어 3대 회장이 된다.

김필례는 개교회 여전도회를 조직하는 데 헌신했으며, 1928년 총회의 지시로 한국 여전도회 조직의 근간을 마련했다. 이후 1928년 9월 11개 연합회가 모여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전신인 '조선예수교장로회 부인전도회'가 창립됐다.

조선예수교장로회 부인전도회는 1938년 9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에서 신사참배가 결정되자 신사참배 거부라는 저항의 길로 접어들면서 숨어 들어간다. 일제 탄압과 6·25 전쟁 시기 이후, 1950년 당시 정신여중고 교장이었던 김필례 전 회장이 4월 20일 대구 제일교회에서 열린 제17회 총회에서 회장으로 당선돼 여전도회전국연합회를 재건하기 시작했다.

왼쪽부터 서울여대 고황경 초대총장, 김필례 선생, 주선애 교수.
1950년 6월 김필례는 미국 뉴저지주에서 열리는 '세계여전도회 회장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으로 갔다. 미국에서 한국전쟁 소식과 남편의 사망 소식을 접한 김필례는 귀국하지 않고 순회 강연을 계속하면서, 한국여전도회와 전쟁의 참상을 호소했다.

1951년 7월 김필례가 귀국할 때, 미국장로교 여전도회에서 한국 여전도회 재건을 위해 총무 월급 10년분을 주기로 약속하며 우선 일년 치를 건네줬다. 김필례 전 회장과 이영숙 총무의 노력으로 여전도회는 13개 연합회에서 26개 연합회로 배가 됐다.

이 과정에서 해방과 동란으로 중단된 '월례회 인도책'을 김필례 회장이 편집인·발행인이 돼 1956년 12월 30일 속간했다. '여전도회 1957년 월례회 인도책' 서두에서 당시 전국여전도대회 김필례 연합대회장은 '월례회 인도책을 속간하면서' 제하의 글을 통해 일제 탄압으로 출간 정지당했던 과거를 설명하고 월례회 인도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956년 12월엔 서울여자대학교 건축을 위한 1천만환 모금 운동을 전개했다. 김필례 전 회장은 1920년대부터 한국에 장로교 여자대학교 설립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1957년 장로교여자대학 설립 건이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에서 통과되고 미국 선교 본부가 7만 달러의 기금을 내놓기로 했다. 현재 서울여대가 위치한 태릉에 약 7만평의 땅을 확보하면서 장로교 여자대학 설립이 시작했다.

'서울여자대학교 50년사'는 "김필례가 서울여대를 세우는 데 산파 역할을 했다"라며, "서울여대의 설립배경과 건학이념엔 여전도회의 김필례 선생의 철학과 건학정신이 깊게 배태돼 있다"라고 언급한다.


최샘찬 기자

김필례.
# 김필례 전 회장을 기억하며

김필례 전 회장에 대해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전·현 회장들이 회고하는 내용을 정리했다. <편집자 주>



김필례 선생님은 1919년 독립운동이 좌절되고 어쩔 줄 몰라 할 때 1922년 여성운동의 기치를 들고 YWCA를 시작하셨고 6·25전쟁 이후 여성들이 방향을 잃고 있을 때 새용기를 가지고 여성·여전도회 운동을 시작한 분이다. 김필례 회장님은 일정 말기 신사참배문제로 여전도회를 모으지 못했고 다시 6·25전쟁을 겪으면서 폐허화되었던 여전도회전국연합회를 재건 발전시키셨다. 여전도회나 총회가 어려울 때마다 김필례 선생님께 달려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김필례 선생님은 내가 어려운 고비에 놓일 때마다 내게 큰 힘을 주셨던 나의 멘토셨던 것이다.

-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제21, 25대 회장·김필례선생기념사업회 초대회장 주선애 교수(장신대 명예) / '김필례 그를 읽고 기억하다'에서 발췌



김필례 선생님의 고귀하고 끈질긴 여성 지도자 양성의 큰 비전이 실현돼 오늘의 기독교 여자대학의 면모를 고루 갖춘 대학으로 자리매김했음이 자랑스러우며, 하나님께 귀한 지도자 주심을 감사하지 아니할 수 없다. 김필례 선생님의 여성운동과 여성교육에 대한 노력의 결실로 현재 여전도회가 오늘날 한국교회와 세계교회에서 여성선교단체로 우뚝 선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이다.

-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제35대 회장 김희원 장로 / '김필례 그를 읽고 기억하다'에서 발췌



김필례 전 회장님을 통해 여전도회전국연합회의 본질을 되돌아본다. 순수한 마음으로 복음을 전하고 나라를 사랑하고 엎드려 기도하는 여성, 김필례 전 회장님이 보여주신 그 모습이 우리 여전도회의 본래의 정신이다.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여성, 엎드려 기도하며 복음을 전하는 선교여성들이 여전도회의 훌륭한 선배님의 모습을 이어받아 더욱 여전도회 전통을 살려나가길 바란다.

-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제49대 직전회장 김순미 장로



1890년대 선교사님들이 한국에 오셔서 학교를 세우고 교육을 시작했다. 교육이 이 나라의 미래와 발전임을 알았던 것이다. 김필례 전 회장님도 이를 이어받아 평생을 여성 교육에 헌신하셨다. 여전도회전국연합회는 김필례 전 회장님의 정신을 본받아 선교 교육 봉사의 3대 목적을 두고 헌신하고 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해 보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이지만 환경에 위축되어선 안 된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하나 되어 맡겨진 사명을 감당해나가는 여전도회가 되길 소망한다.

-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제50대 회장 김미순 장로



# "여전도회는 내 기관이 아닌 하나님의 기관임을 명심하라"

김필례 전 회장이 '대한예수교장로회 여전도대회 창립 40주년 기념회보'(1968)에서 후대 여전도회원들에게 당부한 내용을 발췌한다. <편집자 주>



첫째, 우리는 누구나 흔히 어떤 사업에 우리의 몸과 마음, 그리고 온갖 힘과 정성을 바쳤다면 바칠수록 이것은 내 기관이오 내 사업이라는 착각을 일으키기 쉬운 것이다. 그러나 우리 여전도대회의 일은 그 누가 맡아 해 왔든지 그 누구에게 맡겼든지 이 사업은 내 사업도 아니오 그 누구의 사업도 기관도 아니라 하나님의 기관이오 하나님의 사업이라는 것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둘째, 분명 우리는 하나님의 기관에서 하나님의 역군으로 씌움을 입은 종으로서, 하나님이 임명하신 그 기간 동안 나의 지식과 재능으로 내 명예를 위해 일할 것이 아니라 항상 기도와 말씀 속에서 하나님의 지시와 뜻을 받아 최대의 활동과 봉사를 아끼지 말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셋째, 항상 내가 하나님의 기관에서 하나님의 일꾼이라는 자각 밑에서 죽도록 충성하며 온갖 정력을 기울일 때에는 반드시 하나님의 은총과 능력이 우리에게 크게 임하시게 될 것임으로 내가 약한 자 같으나 강한 자가 될 것이며 미련한 자 같으나 지혜로운 자가 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하나님의 사업을 위한 그 어떤 한 목표 아래 대회, 각 연합회, 각지 회원들이 한덩어리가 되어 참된 역군으로 활동할 때 이 땅과 온 세계의 복음을 전하는 축복을 받게 될 것으로 믿는 바이다.

김필례 전 회장 /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제17~20대 회장

2020년 여전도회 역사전시관에서 열린 6.25전쟁 70주년 기획 전시. 김필례 회장을 '여전도회 재건의 주축돌'이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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