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기독교인 자녀, 교회학교 학생들이 사라졌다

비기독교인 자녀, 교회학교 학생들이 사라졌다

[ 현장르포 ] 아픔의 현장에서 희망을 보다 4. 경남노회 새중앙교회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21년 07월 23일(금) 18:02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교회 부서는 어느 곳일까? 예상치 못한 상황에 모든 부서가 힘들겠지만, 특히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부서가 있다. 바로 교회학교다.

교회학교 학생들은 부모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는다. 비대면 예배를 시행하면서 본인의 의지로 출석하지 않는 성인들과는 다르다. 많은 비기독교인 부모들이 코로나19 발생 후 아이들을 교회 근처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고 1년 반이란 시간이 흘렀다. 경남 거제시에 위치한 새중앙교회는 유치부 아동부 청소년부 세 부서의 예배를 중단했다. 코로나 이전엔 유치부와 아동부 30명, 청소년부 학생들이 30명 나왔지만, 현재는 80%가 줄어 출석인원은 모두 합쳐도 10명 남짓이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아이들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현장의 목회자는 그러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는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할까.

교회학교 학생 수가 급감했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새중앙교회를 찾았다. 앞으로 연초천이 흐르고, 약수봉 산봉우리를 뒤에 끼고 언덕에 위치한 새중앙교회의 경관은 휴양지처럼 아름다웠다. 새중앙교회는 이후의 다음세대를 위해 느리지만 확실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 거제=최샘찬 기자】 코로나19 영향으로 성도들은 교회에 자유롭게 모여 찬양하고 예배드릴 수 없게 됐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의 단계에 따라 예배당 수용 인원이 제한된다. 많은 교회들이 대면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성도들과 함께하기 위해 온라인 비대면 예배를 도입했다. 교회는 줌(Zoom)을 통해 소모임을 주관하고,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가정예배를 이끌었다.

코로나로 인한 교회의 사회적 이미지 하락과 함께,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예배와 모임에 대해서도 여러 문제점이 나타났다. 성도들의 예배 집중력 저하, 농어촌 지역의 기술 인프라 부족 등. 그러나 교회에 대한 호감과 예배를 드리려는 의지 그리고 모바일 인프라와 능력 등 모든 것이 갖춰도, 자유롭게 교회 생활을 할 수 없는 세대가 있다. 바로 비기독교인 부모를 둔 교회학교 학생들이다.

기독교인 부모, 특히 부모가 장로나 제직인 가정의 아이들은 주일 성수를 지키는 데 의무감을 느낀다. 집에서 온라인 예배를 드리기 귀찮더라도, 부모가 아이를 독려해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다. 그러나 친구 따라 교회에 와 신앙을 갖게 된 학생들의 상황은 이와 다르다. 미디어에서 교회발 코로나 소식을 연신 접한 비기독교인 부모는 자녀에게 '교회와 거리두기'를 선포한다. 예배 참여는 물론 교회 교사나 교회 친구를 만나는 것까지 반대한다. 자녀를 보호하려는 마음과 감염으로 인해 회사에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로 자녀를 교회와 멀찍이 떨어뜨린다.

코로나19 상황 비기독교인의 자녀가 교회학교를 떠난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 지난 3일 경남노회 새중앙교회(정장현 목사 시무)를 찾았다. 방문 당시 거제시는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로 예배당의 50% 인원이 수용 가능했다. 새중앙교회 예배당은 200석으로 100명까지 수용할 수 있었고, 등록교인은 120명이었다. 거리두기 1단계에선 큰 무리 없이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처음 계획은 새중앙교회의 교회학교 주일 예배를 취재하려고 했다. 출석률이 많이 떨어져 소수의 학생만 남아 예배를 드릴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실제 상황은 기대를 뛰어넘었다. 유치부 아동부 청소년부 3개 부서의 주일예배가 전면 중단됐다. 원래 3개 부서는 각각의 장소에서 각자 예배를 드려왔다. 마지막 남은 장년예배에선 어른들 틈에 학생과 아이들이 군데군데 끼어 앉아 지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교회학교 학생들에게 어른 예배는 재미가 없다. 따분하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다 보이지만 설교하는 목사님 '몰래' 스마트폰을 하기도 하고, 기도 시간에 잠깐 엎드려 자기도 한다. 가장 뒷자리에 앉은 5살 하은이는 부모님 사이에 앉아 성경 대신 '색칠놀이북'을 폈다.

예배를 마친 후, 새중앙교회 정장현 목사는 기자에게 코로나19 이전 교회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정 목사는 "코로나 이전엔 유치부와 아동부가 30여 명이 모이고 주일엔 승합차 3대를 운영했지만, 현재 대여섯 명이 나온다"라며, "아이들의 80% 이상이 믿지 않는 집의 자녀들이어서 부모님들이 보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교회에 나오지 못한 지 1년 반이 흘렀다. 정 목사는 아이들을 그리워하면서, 과거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찬양한 어린이중창단의 영상을 보여줬다. 아이들의 찬양이 끝나자 그는 "이젠 아무것도 못한다"라고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그는 "이제 학생들 얼굴도 잊어버리겠다. 길에서 만나면 알아볼 수 있을까? 모든 것이 멈춰 버렸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교회학교 학생들이 80%, 대거 사라진 현상에는 지역사회의 특성도 한몫했다. 거제시엔 조선소 관계자들이 많은데, 조선소 특성상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새중앙교회의 교인 5명 중 1명도 조선소 직원이었다. 정 목사는 "거제시 인구가 24만 명인데, 두 개의 조선소 직원만 3만 7000명이고 가족과 친척 친구 등 조선소 관계자는 20만명으로 추산된다"면서 "조선소에선 직원들에게 교회 같은 곳을 출입하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얘기하고 있어, 어른들은 오지만 부모가 믿지 않으면 아이들은 절대 못 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새중앙교회가 손놓고 앉아 있던 것만은 아니다. 코로나 초기 지난해 4~5월 교회학교 선생님들은 토요일에 학생들을 소수로 모아 맛있는 것을 사주고 소그룹 모임을 인도했다. 비기독교인 부모의 반대에 부딪히자, 교회에 나오지 않는 아이들 집에 선물을 사들고 찾아갔다. 그런데 그것마저 거절당했다.

이에 대해 정 목사는 "아이들이 부모 눈치를 보니까, 딱 거부를 한다"고 상황을 전하며, "그래도 어린이주일과 성탄절엔 선물을 보냈는데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새중앙교회에 교회학교 예배가 사라지자 교육을 담당하던 부교역자도 지난해 하반기 자의로 그만뒀다.

'전국민 백신 접종 완료 후, 교회학교 아이들이 다시 나올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정 목사는 "예배는 정상화 되어도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긴 힘들어 보인다"면서 "아마도 그 아이들은 코로나 종식 후에도 교회에 나오지 않을 것 같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러한 비관적인 상황 속에서도 새중앙교회와 정장현 목사는 교회학교를 향한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한다.

정 목사는 "교회 앞에 종합터미널과 함께 7만 명 주거지가 들어온다"고 설명하면서 "교회 뒷산을 구입해 청소년수련관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양시설을 짓자는 의견도 있지만 요양시설은 교회가 하지 않아도 사회가 한다. 그런데 청소년 시설은 거제에 한 군데도 없다"고 지적하며, "수련관에서 여름과 겨울 수련회를 하고, 평상시엔 목사님과 선교사님들에게 숙소로 제공하고, 믿지 않는 학교와 기관 등이 수련회를 올 수 있는 장소가 되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인터뷰를 마치고 교회 계단에서 아이들이 뛰어 올라왔다. 아이들은 정장현 목사에게 "목사님, 안녕하세요!"라고 반갑게 인사하면서 허물없이 안겼다. 아이들과 정 목사의 행복한 표정을 보고 코로나 이후 새중앙교회가 다시 아이들의 찬양과 웃음소리로 가득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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