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잔고 1만원 … 주변 교회 식당서 예배

통장 잔고 1만원 … 주변 교회 식당서 예배

[ 현장르포 ] 아픔의 현장에서 희망을 보다 1. 새터민 공동체 - 사도바울교회
월세 못내 예배당 포기 … 교인들 함께 공동체 회복 위해 기도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1년 07월 06일(화) 07:43
백신 접종 후 잠잠해질 것 같더니 다시 확산세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가 무색하게 감염자는 또다시 600명대를 오르내리는 위기적 상황이다.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이 줄다, 늘기를 반복하며 단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됐다. "00교회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이제 남의 일 같지 않다. 하지만 크고 작은 대부분의 교회가 방역수칙을 잘 지켜오고 있어 큰 혼란은 없었다. 방역만큼은 잘 대처 중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교회는 공공성 회복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방역 수칙 준수에 최선을 다했다. 그에 반해 어려움은 가중됐다. 예배 참석 가능 인원은 축소했고, 온라인 비대면으로 대체했다. 소모임 등 대부분의 선교 사역도 장기간 중단됐다. 영상 활용이 가능한 사역자를 청빙하고, 온라인 시스템 도입 및 정착에 전력을 쏟아 대응하려 했지만 열악한 상황에 놓인 상당수의 작은 교회는 손을 놓다시피 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따뜻한 몇 차례의 지원금으로 간간이 경제적 위기를 모면했지만 위기는 눈앞으로 다가왔다. 총회와 노회가 자립대상교회를 줄여나가기 위한 정책을 지향했음에도 2020년 대비 2021년 자립대상교회는 40여 곳이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일부 노회는 오히려 자립대상교회의 지원 확대 방안을 고민 중이다. 노회 관계자들은 "실제 코로나19 사태 발생 후 1~2년이 지난 2022년부터는 코로나19에 따른 피해가 작은 교회부터 확산될까 봐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작은 교회들의 고충은 컸다. 지난 6월 27일 주일, 인천 부평에 위치한 사도바울교회(정선남 목사 시무)의 예배 현장은 코로나19 이후 상가 개척교회들이 겪는 어려운 현실을 실감케 했다. 정선남 목사의 애처로운 사연은 동역자들을 눈물짓게 만들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후 상가 지하 예배당 시절, 통장에 단돈 1만 원이 남았어요. 교회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 걱정이 컸습니다. 월세를 내지 못해 보증금으로 대체했고, 지하 예배당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상황에서 다른 교단에 소속 한 교회의 배려로 그곳 식당에서 매주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는 청천벽력과 같았다. 모든 일이 하나님의 뜻과 계획으로 진행된다 마음 먹었지만, 견디기 힘든 재앙이었다. 그 와중에 지역의 한 교회가 사도바울교회의 딱한 소식을 접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주일 오후 교회 시설을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고, 밀린 정선남 목사의 사택 월세도 대신 지불했다. 최근에는 정 목사가 거주할 수 있는 저렴한 월세방도 중개해 이사를 도왔다. 정부로부터는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도 찾아내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힘을 모았다. 그 배려와 사랑 덕에 사도바울교회는 6개월째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새터민 출신으로써 새터민과 조선족을 대상으로 특수 사역을 펼치는 정선남 목사는 "수도권 인근 각지에서 출석하던 대부분의 성도는 코로나19 이후 안전 때문에 예배에 참석하지 못한다"며, "교회 특성상 월세를 미납할 수밖에 없었고, 거주할 수 있는 사택에서도 나와야 했다"고 눈물로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마을 안 지역 교회의 따뜻한 사랑이 코로나19를 극복할 큰 힘과 위로가 됐다"고 감사했다.

교단이 다른 작은 교회에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민 예장 백석 개혁 총회 아름다운교회 김경원 목사는 "코로나19 때문에 교회 식당을 운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 공간을 제공하게 됐다. 어려움에 부닥친 상가 개척교회를 돕는 일은 당연한 의무이고, 사명이다"며, "우리 교회가 여력이 된다면 사도바울교회의 예배처소를 마련해 주고 싶은 심정이다. 좋은 처소를 마련하기 전까지 사도바울교회가 시설을 마음껏 편안하게 사용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10여 명의 새터민 성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드려진 이 날 예배에서 정 목사는 출석하지 못한 성도들의 건강과 안전, 새 예배당 마련, 예배를 위한 반주자와 찬양대가 세워지도록 간절히 기도했다. 임시 공간에서 드리는 예배에 감격하고, 감사해하면서도 돌봄이 필요하지만 돌봄 받지 못하는 성도들을 향한 걱정으로 설교 중간중간 말을 잇지 못했다. 정 목사는 "전혀 다른 문화 속에서 삶을 영위하던 새터민들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려면 초기에 도움을 줘야 한다. 그래서 새터민 사역은 관계전도와 돌봄사역이 필요한 굉장히 차별화된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경험을 나누며, "코로나19 이후 상황과 환경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고, 사역에 최선을 다하겠다. 기도와 응원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무더운 날씨에 예배 처소를 제공해 준 아름다운교회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인지 에어컨은커녕 선풍기조차 켜지 않고 함께 예배드리는 사도바울교회 성도들은 송골송골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가며 '아멘'을 외치고 간절히 기도했다. 김혁림(37세) 청년은 "코로나19 이후 지하 예배당부터 우리 교회에 위기 아닌 때가 없었다"며, "하지만 어려움에 처하니 모든 지체가 공동체를 더욱 사랑하게 됐다. 공동의 기도제목을 놓고 간절히 기도하게 돼 한편으로는 감사하다"고 전했다.

예배 전 차량 운행부터 음향시설 준비, 주보 나눔까지 마친 후 1시간가량의 예배를 인도 한 정 목사는 예배 후 성도들과 친교를 나누고 곧장 다시 차량 봉사에 나섰다. 모든 상황이 절망적이고 위기에 처해있지만, 주어진 사명과 소명은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차량 운전석에 앉아 창문을 내리며 희망찬 미소를 건넨 그는 "코로나19로 큰 교회와 작은 교회, 개척교회 구분할 것 없이 모두가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작은 상가 개척교회라고 해도 절대 예배의 끈은 놓지 않겠다. 본질에 충실한 바른 예배를 드리고, 좋은 시설과 공간이 아니더라도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며 주님의 몸 됨을 인정하는 진정한 교회가 되도록 성도들을 목양하고 겸손히 기도하겠다"고 인사했다.

교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가 수습 국면에 접어들더라도 대부분의 개척교회는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목회 현장의 사역자들은 절망하기보다 오히려 바른 예배, 좋은 교회가 되도록 눈물로 기도하고 준비 중이다. 코로나19로부터 교회의 본질을 회복해야겠다는 각오가 그 어느 때보다 충만한 이유이기도 하다.

임성국 기자
세상은 위기라 하지만, 교회는 희망을 품는다    특별기획 - 아픔의 현장에서 희망을 보다 1. 사도바울교회…눈물의 예배 속에 감사 넘쳐나    |  2021.07.0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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