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 농촌교회 '속앓이' 끙끙

코로나19 장기화... 농촌교회 '속앓이' 끙끙

[ 현장르포 ] 아픔의 현장에서 희망을 보다 3. 강원노회 방동교회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1년 07월 19일(월) 16:52


온라인예배는 언감생심, 공동체 교제 어렵고 주민 시선 냉랭
생활 속 밀착형섬김으로 '위기 속 기회' 찾기 몰두, 희망 찾기


【 춘천=최은숙 기자】 수도권의 사회적거리두기 4단계 적용을 하루 앞둔 지난 11일 주일 오전 춘천으로 향했다. 의암호변을 끼고 이어진 도로를 달리면서 바라보는 풍경은 매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코로나 확진자 수가 무색할 정도로 평온했다.

코로나19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농촌교회의 '속앓이'는 더 깊어졌다. 예배가 중단됐지만 '온라인 예배'는 언감생심. 거리두기 강화로 공동체의 친밀함은 무너졌고 설상가상 교회가 코로나19감염의 온상으로 지목되면서 믿지 않는 주민들의 시선은 차가웠다. 안그래도 인구감소, 급격한 고령화, 농산물 가격 하락 등으로 활력을 잃어가는 농촌에서 농촌교회는 마을과 교회를 지켜내기 위해 오랜시간 고군분투했다. 비록 팬데믹으로 찬물을 확 끼얹는 꼴이 됐지만 그럼에도 농촌교회는 '위기 속 기회'를 찾기 위해 몰두하고 있었고 다시 희망을 말하고 있다.

지난 주일 농촌교회의 현장, 강원노회 방동교회(서성복 목사 시무)를 찾아나선 이유다.

춘천시 서면에 위치한 강원노회 방동교회는 전형적인 농촌교회다. 산과 나무, 하늘과 땅은 천혜의 자연환경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아름다운 자연 생태계를 보존하지 못한 인간의 이기심과 교만함이 지금의 코로나19라는 재난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닌지 마음이 무거워졌다.
11시 예배를 위해 30분 일찍 도착한 예배당에는 이미 '어르신'들이 기도로 예배를 준비하고 있었다. '교인' 대부분 8090세대로 농촌의 고령화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덕분에 교인 80% 이상이 백신 접종을 마쳤다. 자리마다 '이 곳에 앉아주세요'라는 스티커도 눈에 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혼란을 겪는 수도권에 비하면 사뭇 안정적인 분위기지만 마스크를 착용하고 열체크와 손소독제도 챙기면서 정부의 방역수칙에 따라 예배를 드리는 모습은 비슷했다. 역시나 수도권의 거리두기 4단계 뉴스도 화제가 됐다. "우리 아들이 서울에 있는데 걱정이네…" 고향의 노부모는 한숨이 깊어졌다.

서울에서 온 낯선 손님에 혹여나 교회의 흠이 잡힐까 교인들은 "우리 지역에서는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면서 "교회가 크지도 않고 성도가 많은 것도 아니라서 평범하게 예배 드린다"고 넌지시 말했다.
12시쯤 예배를 마치고 나온 교인들은 서로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예배 후 식당에 둘러 앉아 식사를 했다. 옆집 숟가락 개수가 몇 개인지도 알 정도로 가깝고 친밀한 사이지만 코로나 방역수칙 때문에 벌써 2년 째 식탁의 정을 누리지 못한다. 이날은 인터뷰가 준비된 만큼 특별히 서성복 목사와 몇몇 교인들이 간단한 다과를 나눴다. "00집사님이 직접 기르는 자두에요" "서울에서 제빵하는 아들이 가져온 빵입니다" "제가 직접 내린 커피에요" 하나둘씩 오르는 먹거리는 고향 교회만의 순수하고 소박한 정으로 가득했다.

서성복 목사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코로나19로 교회 이미지가 크게 하락되고, 교회가 감염의 온상지로 지목되면서 도시에 거주하는 자녀들의 저항이 커졌습니다. 그 때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자녀들의 불안과 염려로 교회에 나오지 못하셨어요."
같은 춘천이지만 도시와 농촌의 방역지침과 거리두기가 차이가 있어 도시에 거주하는 교인들은 감염을 막기 위해 예배를 드리지 않기도 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전국이 떠들썩하고 정부가 현장예배 전면 중단을 선언했을 당시에 가장 막막했다. 온라인예배 시스템이 전혀 구비되지 않았고, 교인들이 비대면 예배를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의 통제도 심했다. 갑작스럽게 사택을 찾아와 비대면 예배를 강요했다. '교회'라는 이유로 수시로 경찰이 찾아왔고, 지금도 '불시에'방역 담당 공무원이 들이닥치기도 한다. 물론 사전에 점검을 예고하는 경우도 있다. 강압적인 요구에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진 적도 있다. 서 목사는 "지금은 갑자기 찾아와도 여유가 있지만, 초반에는 생각만 해도 살벌했다"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농촌교회의 특성상 교인들과 비대면예배를 드리기 어려워 우선 교회는 예배당을 오픈하고, 교회를 찾는 교인들로만 간소하게 예배를 드렸다.
일주일에 한번씩 철저하게 방역을 하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방문기록도 꼼꼼하게 정리했다. 부족한 체온계는 현직 간호사인 서 목사의 동생에게 급하게 빌려 대비를 철저히 했다. 현재까지 오후 찬양예배는 중단한 상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교우들의 삶도 팍팍해졌다. 인삼농사를 짓는 한 교우는 "인건비는 치솟고 있는데 농작물값은 폭락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인력수급이 어려워서 농사에 차질이 생기고, 판로도 막힌 상태다. 교회는 도시교회와 협력해 지역의 농산물 판매를 돕는 데 관심을 쏟고 있지만 힘에 부친다.
"식당 매출이 감소하면 당연히 필요한 농산물도 줄어들겠죠. 학교 급식도 중단됐고 회사 구내식당도 문을 닫았어요. 농산물 소비가 없으니까 가격도 떨어졌어요." "외국인근로자 인건비가 배로 올랐어요. 그래도 사람이 없어요. 요즘은 농사짓는 사람들이 이래저래 힘듭니다."
교회는 물론이고 마을 행사도 축소되거나 취소되면서 동네 어르신들도 기운이 빠졌다. 서 목사는 "어르신들이 많이 우울해하신다"면서 "게이트볼장에서 게임도 하고 쉬기도 했는데 폐쇄되면서 생활이 위축되고 활기를 잃으셨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교인들의 어려운 일상은 교회에도 영향이 크다. 방동교회는 자립대상교회다. 지원을 받고는 있지만 목회자 사례비는 최저생계비에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서 목사 아내는 지난해까지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했고, 교회 재정은 마이너스였다. 줄어든 재정과 원활하지 않은 교회 운영으로 한 때는 의욕을 상실했다.

그러나 넋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코로나19로 불안한 교인들을 위해 교회는 도시교회와 연대해 농산물 판로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부족한 인력을 돕기 위해 논밭으로 찾아다니며 손을 보탰다. 서 목사 부부는 최대한 주민들과 함께 하는 생활밀착형 심방과 전도에 나섰다. 법률 상담부터 교통 사고 처리 등 주민들의 고충민원을 해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강화됐지만 마음의 거리만은 좁혀나가기 위해서다. 다행히 1년 전만 해도 10명 남짓했던 교인들이 올해는 30여 명으로 늘어났다. 20년 전 교회를 떠났던 교인이 돌아왔고 교회에 적대적이던 믿지 않는 주민들까지 교회를 찾았다.

인터뷰를 마칠 때쯤 서 목사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2~3년 안에 교회자립을 목표로 한다는 비전을 조심스럽게 전하며 기도를 요청했다. 혹시라도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어 도시교회에 요청 사항이 있는지 물었다.
"농촌이 고령화라 노동력이 많이 부족합니다. 비대면시대지만 복음도 전하고 전도도 해야죠.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방학 때라도 청년들이나 젊은 세대들이 농촌 선교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합니다. 농사 일손도 돕고 전도에도 힘을 보태주시면 농촌교회에 큰 힘이 됩니다. 우리교회도 많이 노후해져 보수공사가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일 할 사람이 없어요. 소규모 아웃리치라도 부탁드리고 싶은데 어떨까요?"

우리는 '농촌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농촌교회가 살아야 한국교회가 산다'고 구호처럼 외치고 있지만 정작 농촌교회를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생명의 터전이고 우리의 고향인 농촌을 살리기 위해 무엇을 실천하고 있을까!
코로나19로 농촌의 시름은 더 깊어졌고, 농촌교회는 더 아프다. 그럼에도 묵묵히 우리 땅에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농촌교회는 언제든 다시 와도 그자리에 그대로 있어줘야 한다. 더이상 농촌의 목회자들이 "버틸 수 없어요. 문 닫아야 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목양뿐인데…"라고 호소하지 않도록, 비대면시대에 비대면 예배를 고민하지 않게, 고령화와 재정 문제를 염려하지 않도록 농촌교회를 향한 한국교회의 관심과 실천적 노력이 더욱 깊어지길 기대해본다.
'농촌교회가 죽으면 한국교회도 죽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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