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 키드

세운상가 키드

[ 뉴미디어이렇게 ]

이종록 교수
2021년 04월 13일(화) 07:48
'디지털'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건 '세운상가'다. 필자는 1984년 신대원에 입학하면서 서울생활을 시작했는데, 광장동에 있는 학교와 세운상가를 열심히 다녔다. 신대원 다니는 3년 동안엔 공부하느라 하루에 몇 시간밖에 잠을 못 잤다. 그러면서 세운상가도 열심히 다녔다.

그때 나이가 20대 후반이어서, '세운상가 키드'라고 하긴 그렇지만, 그렇게 불러도 괜찮을 만큼 세운상가를 집처럼 드나들었다.

필자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는데, 원래는 공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싶었다. 부모님 권유로 신학을 하기로 결정하고, 신학을 더 잘 하려면 학부 과정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는 게 좋다는 목사님 말씀에 따라서, 학부과정에서 영문학을 전공으로, 철학을 부전공으로 하고, 교직과정도 이수했다. 돌이켜보면, 그 목사님께서 조언을 참 잘해주셨다고 생각한다.

대학에 들어가 인문학을 하면서도 공학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는데, 그런 호기심을 세운상가가 채워주었다. 워낙 매일 출근하다보니, 세운상가 컴퓨터 가게 사장님들과도 친해져서, 교육전도사 월급 10만원 받을 때, 150만 원짜리 컴퓨터를 무한정 할부로 주시기도 했다. 그렇게 처음 구입한 게 8비트 애플 컴퓨터 복제품이었다. 그것을 통해 필자는 디지털 세계에 입문했다.

대학원에 들어가면서 구약학 조교를 했는데, 그 이전까지는 조교들이 각 전공주임 교수 방에서 근무를 했으나, 우리 때부터 학교가 조교실을 배정해주어서 모든 조교들이 그곳에서 함께 생활했다. 그러다보니 어느 때보다 조교들이 친밀하게 지내낼 수 있었고, 무엇을 하든 함께 했다.

그 무렵 'XT'라는 16비트 복제 컴퓨터가 나왔는데, 필자가 소개해서 모든 조교들이 다 그 컴퓨터를 구입했다. 그리고 컴퓨터 가게 사장님과 계약을 맺어서 컴퓨터 10대를 팔아주면 1대를 받기로 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컴퓨터를 소개했는데 아마도 100명 가까이 컴퓨터를 구입했을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디지털 세계에 데뷔했다.

이종록 교수 / 한일장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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