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보는 즐거움

지켜보는 즐거움

[ 목양칼럼 ]

정세용 목사
2020년 07월 10일(금) 00:00
사람이건 동물이건 사물이건 지켜보는 즐거움을 줄 때가 있다. 교회 앞마당에 한 성도가 선물한 블루베리 나무가 있다. 예쁜 꽃이 피더니 이내 열매가 되어 싱싱함을 자랑하다가 이제는 진한 보라색으로 익어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교우들뿐만 아니라 교회 앞을 지나가는 사람마다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특별한 향이 나는 것도 아닌데 시각적인 효과 때문인지 한참을 지켜보고 미소 지으며 지나간다. 아이들도 먹고 싶은 마음에 눈치 보지 않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한 주먹을 따서 입에 넣는다. 저 작은 생명체가 이렇게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는 것을 보니 정말 부럽다. 비오는 아침, 오늘도 물을 머금은 블루베리를 지나치며 착한 질투(?)에 빠져본다.

신내교회에서 목회한 지 만 7년이다. 모든 성도들이 돌봄과 사랑의 대상이지만 유독 한 성도를 지켜보고 있다. 당사자가 알면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지켜보는 과정이 즐거운 여정이기에 지면에 담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3차 신경통으로 인해 하루에도 수 차례 고통을 겪어야 했던 자매다. 이 증상은 고스란히 자신의 삶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상담 전화만 기본 한 시간이 넘었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패턴을 보였다. 특히 사람들과의 관계에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모든 상황을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다 보니 상대방을 헐뜯고 비난하기 일쑤였다. 교회도 몇 개월을 나오지 않으면서 혼자만의 힘겨운 싸움을 이어갔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놀랍게도 하나님의 손길은 서서히 그리고 조용히 임했다. 그 어렵다는 수술을 잘 이겨낸 후 자매의 얼굴부터 변화가 시작되었다. 성형 수술을 한 것도 아닌데 왜 얼굴에서부터 변화의 기적이 나타나는 것일까? 어두움에서 밝음으로, 불안에서 평안으로. 바뀐 자매를 대하는 건 기쁨 중의 기쁨이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화색이 도니 하는 말도 예쁘고 행동 하나하나가 귀엽게 보인다. '수술이 잘 되었으니 신체적인 변화가 오는 것 아니겠는가?' 이런 평범한 해석을 넘어서고 싶다. 하나님께서 자매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속사람도 만지시고 새롭게 하신 것이 분명하다.

자그마치 7년이다. 이 자매는 계속해서 성장통을 겪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아름답게 변하고 있는 기적의 주인공이다. 꽃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열매만 기쁨을 주는 것이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이 자매에게서 하나님의 일하심을 본다. 하나님의 자녀다움을 내뿜으며 아름다운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자매가 너무 귀하고 아름답다. 지켜보는 즐거움이 이렇게 짜릿한지 몰랐다. 이 즐거움이 계속 되기를 기대한다.

정세용 목사/신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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