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아동들을 위해 하나님의 손과 발이 되어

에이즈 아동들을 위해 하나님의 손과 발이 되어

기아대책과 한국기독공보가 함께 하는 '떡과 복음' 캠페인(2) 우간다 아무리아
에이즈 아동들의 희망 '기아대책 아무리아 유스 센터'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9년 05월 22일(수) 10:56
에이즈 아동 베로니카의 집을 방문해 안타까움을 표현하며 볼을 부비고 있는 정하희 기대봉사단.


에이즈 아동 에벌린 가정 방문을 한 뒤 기아대책 김태일 부문장이 기도하자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기도하며 손을 뻗고 있다.
【 우간다=표현모 기자】"안 본 사이에 상태가 이렇게 안좋아졌니? 팔이 부러질 것 같이 얇아졌네. 눈도 충혈되고, 얼굴 헌 데도 심해졌구나. 어떻게 3주만에 이렇게 병세가 심해졌을까."

기아대책 정하희 기대봉사단(66세)은 지난 16일 에이즈 아동 가정방문을 하는 도중 열두 살의 에이즈 환자 아동 베로니카의 모습에 연신 안타까움을 표현하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베로니카는 3주 전에 간염으로 엄마를 잃었다.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던 베로니카에게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충격이 엄습한 것. 에이즈로 인해 자신의 몸도 좋지 않은 상태에서 베로니카는 엄마의 마지막 순간 병간호 및 수발을 들었다고 한다. 유일하게 의지하던 엄마가 세상을 떠나자 가뜩이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던 베로니카의 몸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인근에 살던 외할머니가 식사를 준비하고, 밤마다 무서워 떠는 베로니카와 밤을 함께 지내준다.

정하희 기대봉사단은 우간다 자원봉사자에게 "아이에게 계란을 주고, 특히 아침마다 2차 감염예방약을 먹었는지 확인할 것"을 주문했다. 베로니카의 초점 없는 충혈된 눈과 가녀린 팔을 바라본 정 선교사는 다시 한번 그녀를 꼭 껴안는다.

"넌 혼자가 아니야. 너의 옆에는 우리가 함께 있어. 하나님이 널 사랑하시고 지켜주실거야. 넌 반드시 건강하게 성장해서 네가 원하는 간호사가 될 수 있을거야."

정 기대봉사단은 "베로니카는 지금 면역력이 너무 떨어져 있는데다가 엄마를 잃은 슬픔에 증상이 급격하게 악화된 상태"라며 "소로티의 에이즈 중증 어린이 케어센터에 들어가게 해 집중적으로 치료를 받고, 아이들과 지내면서 조금이라도 슬픔을 잊을 수 있게 해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베로니카에게 기아대책에서 선물한 매트리스를 깔아주기 위해 방에 들어갔다. 소똥 냄새가 진동하는 집 안에는 낡을 대로 낡은 헌 매트리스 한장이 깔려있다. 방 안에는 옷가지 몇 벌 외에 가재도구가 없다.

현재 우간다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베로니카와 같은 에이즈 환자가 인구의 8%다. 우간다 인구 3340만명 중 최소한 273만 명 이상은 에이즈 환자라는 통계다. 그나마 이 수치가 최근 몇 년간 유엔에이즈계획(UNAIDS) 등의 집중적인 노력으로 13%에서 8%로 감소한 것. 이런 통계에도 불구하고 정하희 기대봉사단은 "에이즈 환자가 우간다 정부의 발표대로 줄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말한다.

"시골에서는 자신이 환자인지도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아요. 감기에 걸렸거나 몸이 이상해 약을 먹었는데 백약이 무효하면 그제야 가서 검사를 받아 확인되는 경우가 많죠. 에이즈 환자가 되면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히기 때문에 자신이 에이즈 환자임을 밝히지 않는 경우도 많구요. 국제사회에서 에이즈 퇴치를 위해 엄청나게 많은 물자와 인력을 투입했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에이즈 환자가 감소했다고 발표할 수밖에 없을거예요. 일선의 의사들에게 물어봐도 전혀 줄어든 것 같지 않다고들 해요."

기아대책 후원에 대한 감사의 간증을 하고 있는 에이즈 아동 아그네스 양의 모습. 앉아 있는 아이들은 모두 에이즈 환자들로 기아대책 결연 청소년들이다.
#에이즈 아동의 버팀목, 아무리아 유스 센터



정하희 기대봉사단이 사역하는 '아무리아 유스 센터(Amuria Youth Center)'는 특별히 에이즈 아동 치료와 후원을 위한 결연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이곳에서는 직업훈련학교와 유치원이 운영되고 있다.

아무리아 유스 센터는 이 시골마을에서 가장 큰 복합건물로 지난 2014년 12월 우진고분자 대표 한석우 장로가 사재를 출연하고, 건축가 장윤규 교수(국민대)가 재능기부로 설계해 완공했다. '힐링 마운틴(Healing Mountain)'을 콘셉트로, 산의 모양을 형상화 한 이 건물은 아무리아 지역의 아동과 청소년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곳이 되었다.

현재 아무리아 센터의 결연지원아동의 수는 230명. 에이즈 케어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 일반 결연지원아동의 2배의 금액(6만원)이 필요하다. 현재 아무리아 센터에서는 160명의 에이즈 아동들이 결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최근 몇 년간 아무리아 센터의 케어 덕분에 결연 아동의 사망은 한명도 없었지만 결연 대기 아동 한 명이 지난해 안타깝게 사망했다.

이곳의 아이들은 한끼 식사로 옥수수 분말을 끓여먹는 게 전부인 경우가 많아 영양이 부족한 아이들이 많다. 그래서 아무리아 센터에서는 붉은 콩, 전지분유, 뉴트리션파우더 등의 영양식을 제공해 아이들의 면역을 높인다. 또한 청결을 위해 비누와 물소독제, 학업을 위한 교복과 학용품, 일상생활에 필요한 옷과 매트리스 등을 제공한다. 결연지원 에이즈 아동들에게는 총 15kg에 달하는 지원품이 전달된다. 또한, 에이즈 아동들은 몸이 허약하거나 아파서 수업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 센터에서 방학 동안 학습을 지도하기도 한다.

직업훈련학교는 양재, 이미용, 건축, 목공, 컴퓨터반이 개설되어 지식과 기술을 가르친다. 5개 과목은 우간다 사회에서 가장 수요가 많아 실제적으로 취업을 하거나 돈을 벌어 생활할 수 있는 기술들이다. 현재 184명의 청소년들이 직업훈련학교에서 공부 중이다. 이중에는 16명의 에이즈 결연아동들이 포함되어 있다. 일반 청소년들에게는 학비를 받고, 에이즈 결연 청소년들은 무료로 수업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함께 운영되고 있는 유치원에도 83명의 아동이 수업을 받고 있다.

기아대책 방문단이 전달한 가방 등의 선물을 받고 기쁨을 표현하는 청소년들.
우간다 자원봉사자에게 아그네스의 현재 상황에 대해 듣고 있는 기아대책 방문단. 오른쪽에는 한국에서 우간다를 찾은 김병식 목사(오른쪽 두번째)와 김호권 목사(맨 오른쪽).
# 한국 후원자의 도움으로 생명 이어가는 에이즈 아동



센터의 실무 코디네이터 존(39)은 "기아대책의 사역 덕분에 아무리아 지역의 에이즈 사망자들이 줄어들고 있다"며 "정 선생님은 매일 밤낮으로 아픈 아이들을 방문해 위로하고 그들을 돌봐주었다. 그 결과 아이들이 농장에서 일을 하고, 먼 거리를 걷고, 축구도 하며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존은 "우간다를 위해 하나님의 영광 가운데 여러분들이 해주신 일에 감사 드리며, 현재 결연이 되지 못한 에이즈 아동을 위해 한국교회가 기도하고 후원해주기를 간절하게 기다린다"고 바람을 피력했다.

결연 청소년인 오로틴(17세)은 "기아대책 결연이 되기 전 많이 아파서 학업을 제대로 이어나갈 수가 없었고, 먹을 음식도 없었다"며 "기아대책으로부터 염소를 지원받았는데 그 염소들을 키워 내다 팔고 이제는 세 마리의 소를 키울 정도로 형편이 나아졌다. 저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이런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우 김정화 씨와 결연 되어 한국에서도 알려진 아그네스(16살)는 "저는 너무 많이 아파 곧 죽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모가 병원에 데려가서 에이즈에 감염되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기아대책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직업훈련학교에서 재봉기술을 배우고 있는데 이 코스를 마치고 나서 이제 스스로 제 삶을 살아갈 자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정하희 기대봉사단은 "지금도 우간다에서는 수많은 아이들이 에이즈로 죽고 있는데 우리 결연 아동들은 돌봄을 받아 삶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결연후원이 이런 기적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에서는 하고 싶은 것을 조금만 줄이면 되는 금액이지만 여기서는 사람을 살리는 어마어마한 결실을 가져온다는 것을 기억해달라"며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아이들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과 기도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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