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도네시아 성탄절 이야기

<7>인도네시아 성탄절 이야기

[ 땅끝에서온편지 ] 더위, 테러 위협과 싸우는 인도네시아의 성탄

이규대 선교사
2018년 01월 01일(월) 16:07
   

상하의 나라 인도네시아에서 성탄절을 맞이하는 경험은 색다르다. 적도의 나라인 인도네시아는 년 중 무더위가 계속된다. 눈이 오는 대신 성탄절 행사 때는 땀이 비 오듯 하여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젖는다. 3~4시간 동안 진행되는 성탄절 행사에 참석하여 무더위에 머리가 아플 때는 고국의 눈 오는 성탄절을 상상하면서 폭염을 이기려한다. 시골 목사들은 우기에 시골 비포장 길이 진흙탕이 되어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내려서 끌고 가면서 농촌교회 성탄절 예배를 인도하러 간다. 인도네시아 성탄절 행사는 12월 초 대림절을 시작으로 1월 말까지 교회별로 계속된다. 


교회는 많고 목회자 숫자는 적어서 목사가 각 교회별로 성탄절 행사 날짜를 달리하여 진행한다. 자신의 교회뿐 만 아니라 이웃교회 성탄절에도 초청을 받아서 교단을 초월하여 교제하면서 성탄절의 기쁨을 함께 한다. 각 교회 중창단과 성가대는 이웃교회 성탄절 행사에 가서 특송을 한다. 이처럼 성탄절은 초교파적인 교회연합 행사인 동시에 종교 간의 화해의 장이 된다. 인도네시아 여러 지역에서는 이웃 무슬림들과 지도자들이 성탄절 행사에 참여하여 축사를 하며 축하해준다. 당연히 교인들도 무슬림 명절에는 무슬림 가정을 방문하여 축하한다. 인도네시아에 사는 대다수의 종교인들은 서로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미워하거나 배척하지 않고 서로를 존중하면서 평화롭게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인도네시아의 국가 표어와 같이 '다양성 속의 일치'를 삶 속에서 실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성탄절 예배는 기쁨과 설레임의 축제이지만 동시에 긴장과 위험의 기간이다. 소수이지만 과격폭력 이슬람주의자들이 성탄절 예배 때에 테러를 일으키기도 한다. 2000년에는 성탄절 전날 밤에 전국에서 폭탄 테러가 17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서 17명의 사망자와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배후에는 자마 이슬람미야(Jamaah Islamiay)라는 급진적인 이슬람 조직이 테러를 일으켰다. 이러한 테러에 대비하여 예배당 주위에는 군인들과 경찰들이 중무장을 하고 예배당을 지킨다. 예배당을 지키는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중에는 무슬림 청년들도 있다. 나흐라툴 울라마(NU)는 세계에서 가장 큰 무슬림 전통주의 이슬람 종파다. 인도네시아에서 NU는 종교 간의 화해와 평화 그리고 소수 종교인 기독교에 대하여 관용적이며 협력적인 무슬림들이다. 올해 8월에 나와 만난 NU 최고 지도자 마루프 아민은 NU 무슬림 청년단원들에게 성탄절 행사가 안전하게 진행되도록 과격폭력주의자들의 위협으로부터 교회를 지키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슬람 내에는 다양한 종파와 운동들이 있다. 신과의 신비한 일치와 충만한 사랑을 추구하는 이슬람 신비주의 운동(수피즘, Sufism)이 있으며, 이슬람 법학파 학자들의 해석과 전통을 중시하는 이슬람 전통주의 운동(Traditionalism) 그리고 식민주의 기독교 선교에 대항하여 이슬람의 근대화를 주장하는 이슬람 근대주의 운동(Modernism), 이슬람 경전들의 문자적 해석에 반대하여 현대에 맞게 새롭게 재해석하려는 이슬람 자유주의 운동(Liberalism) 그리고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국가의 헌법에 적용하여 강제적으로 이슬람 율법에 따라서 국가를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슬람주의 운동(Islamism)이 이슬람 내에는 혼재해 있다.

기독교에도 다양한 종파가 있듯이 이슬람에도 여러 종파와 운동들이 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슬람 전체를 기독교의 적으로 분류하고 미움과 이슬람포비아로 대하는 것은 이슬람 지역에서 소수 종교인 기독교에 대하여 관용적이고 협조적인 대부분의 무슬림들을 적으로 만들어버리고 기독교의 종교의 자유를 위태롭게 만들어 버리는 어리석은 자세다. 기독교를 말살해버리려 하고 폭력으로 대하는 소수의 과격폭력 이슬람주의자들이 존재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세력들은 소수이고 대다수의 온건한 무슬림들도 이러한 이슬람주의자들을 용납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주님은 "어둠 속과 죽음의 그늘 아래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빛을 비추게 하시고, 우리의 발을 평화의 길로 인도하실 것 (새번역 눅1:79)"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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