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들려온 여인의 찬양소리

감옥에서 들려온 여인의 찬양소리

[ 선교여성과 교회 ] 전남 지역 여전도회 47

한국기독공보
2023년 12월 21일(목) 11:27
텔미지 선교사의 1940년 보고서 중.
1941년 12월, 텔미지 선교사는 일본 경찰에 구금돼 121일간 감옥살이를 했다. 훗날 자신의 옥중일기를 '그리스도를 위해 갇힌 자'라는 이름으로 출판했다.

텔미지 선교사는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나의 몇몇 한국인 친구들은 경찰에 붙잡혀 내가 겪은 고통보다 훨씬 심한 고문을 당했다. 이 세상에 살면서 어떤 그리스도인이 다른 그리스도인보다 더 험한 고통을 당해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같은 책에는 그가 감방에서 만난 조경애라는 믿음의 여인에 관해 놀라운 기록이 담겼다. 조경애는 목포의 부인조력회 회원으로 이 감방에서 1년 6개월째 죄수의 몸으로 살고 있었다. 그리고 이 감옥엔 조경애 말고도 여러 명의 전도부인들이 구금돼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텔미지 선교사가 감옥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감방 구석에서 맑은 목소리로 찬양하는 여인의 목소리를 들었다.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 십자가 짐 같은 고생이나 내 일생 소원은 늘 찬송하면서 주께 더 나가기 원합니다. 내 고생하는 것 옛 야곱이 돌베개 베고 잠 같습니다. 꿈에도 소원이 늘 찬송하면서 주께 더 나가기 원합니다. 천성에 가는 길 험하여도 생명 길 되나니 은혜로다 천사 날 부르니 늘 찬송하면서 주께 더 나가기 원합니다. 야곱이 잠 깨어 일어난 후 돌단을 쌓은 것 본받아서 숨질 때 되도록 늘 찬송하면서 주께 더 나가기 원합니다. 아멘"

텔미지 선교사는 감미로운 찬양이 들려오던 방향을 향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창살로 다가섰다. 더욱 가깝게 느끼기 위해서였다. 여성 수감자들이 있는 1호실에서 들려오는 찬송이었다. 간수가 "미친 전도부인이 노래하는구먼"이라며 꾸중도 호통도 아닌 혼잣말을 익살스럽게 질러댔다.

조경애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의 감옥 생활에서도 전혀 지치지 않았다. 하나님에 대한 신실함을 결코 저버리지 않고 있었다. 그러한 마음가짐은 그녀가 매일 부르는 찬송가의 곡조나 찬송 제목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더러 그리스도인들의 하나님에 대한 신뢰감이나 감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비기독교인들은 그녀에게 조용히 하라고 소리치기도 했고 쌍스러운 저주를 퍼붓기조차 했다. 그럼에도 그녀의 찬송에는 힘이 있었고 하늘 보좌를 움직이는 영적 능력마저 느껴졌다.

텔미지 선교사는 바울과 실라가 빌립보에서 전도하다 투옥되었을 때 옥중에서 찬양을 드렸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전도의 문이 열렸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그리고 주님과 더불어 사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시대를 불문하고 영적 능력이 일어난다는 믿음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감옥 내에서 그녀를 마주치기라도 할 때면 텔미지 선교사는 "하나님께서 당신과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라며 격려를 잊지 않았다.

그로부터 머지않아 그녀가 방면됐다는 소식을 간수로부터 전해 들었다. 간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그녀가 공개적으로 복음을 전하다 붙잡혀 왔지만 그 여자는 매우 진실되고 좋은 그리스도인이었습니다." 비기독교인인 간수가 알곡과 쭉정이를 분별할 능력마저 있다는 사실에 텔미지 선교사는 놀랐다.

그가 고안해낸 알곡과 쭉정이 분별력은 환란 중에도 하나님을 저버리지 않고 끝까지 믿음을 지키려는 충성됨과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풍겨 나오는 고상한 인격이었다니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그만큼 환란 중에도 오직 주님에게만 무릎 꿇었던 부인조력회 회원들이 영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해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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