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끊임없이 예언자적 미래 비전을 제시하라

교회는 끊임없이 예언자적 미래 비전을 제시하라

[ 존녹스로드순례기 ] 존 녹스의 교훈 (완)

김승호 교수
2023년 12월 15일(금) 10:00
리차드 백스터의 동상과 그가 사역한 키더민스터 교회 전경
존 위클리프가 사역한 세인트 메리 교회 전경
담임목사 목록에 나와 있는 존 위클리프 (세인트 메리 교회)
리차드 백스터가 사용한 의자 (키더민스터 교회)
존 녹스의 동상 (에딘버러 대학 내)
역사적으로 종교개혁의 뿌리는 존 위클리프(1330-1384)에게서 시작된다. 그는 옥스퍼드대 교수 출신이자 최초로 성경을 영어로 번역한 인물로, 루터워스 교회를 담임했다. 빵과 포도주의 실체 변화를 우상적이라며 중세교회를 비판했다. 이러한 위클리프의 사상은 당대의 유럽 지성인들에게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체코의 얀 후스(1372-1415)가 그의 사상을 계승했다. 후스는 프라하 대학 학장을 역임했고, 위클리프의 저서를 체코에 전파함으로 그의 개혁정신을 계승하고 확산했다. 베들레헴 채플에서 체코어로 설교하여 민족 자긍심을 높였지만, 후스는 콘스탄츠 공의회에서 이단으로 정죄되어 화형당했다.

이런 후스의 사역은 100여년 후에 루터와 칼뱅의 등장으로 종교개혁의 절정에 이른다. 비슷한 시기에, 영국에서는 윌리엄 틴데일이 신약성경 번역본을 출간한다. 스코틀랜드는 14세기 초에 독립을 쟁취한 후에도 16세기 중반까지 잉글랜드와 지속적으로 대립했다. 16세기 종교개혁 당시에는 전쟁에서 왕들이 전사함으로 나이 어린 왕들이 승계했고, 자연 섭정들의 정치 농단이 이어졌다. 스코틀랜드의 메리 여왕(Mary Queen of Scots)은 난 지 6일 만에 왕이 되지만 귀족들이 통치하고, 그녀는 프랑스 왕비로 갔다가 가톨릭 신앙을 갖고 다시 스코틀랜드로 돌아와 통치한다. 이런 상황에서, 존 녹스는 칼뱅의 개혁원리에 입각하여 스코틀랜드의 환경에 맞는 종교개혁을 단행했다. 잉글랜드 왕 헨리 8세는 결혼문제로 교황과 갈등을 빚고, 스스로 잉글랜드 교회의 수장임을 선포하고, 영국 국교회를 설립하여 종교개혁을 단행한다. 잉글랜드에서 녹스의 영향을 받은 이들은 영국 국교회에 반기를 들고 청교도 운동을 일으켰고, 대표적인 인물이 곧 리차드 백스터이다.

필자는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2019년에 존 녹스 로드의 여정을 밟았다. 존 녹스의 흔적이 남아 있는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여러 교회를 방문하면서, 역사적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접할 기회를 얻었다. 본 연재를 마무리하면서, 이번 여정을 통해 얻은 몇 가지 교훈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먼저, 우리의 신앙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시대마다 존 녹스와 같은 믿음의 선진이 흘린 피와 땀과 열정에 잇대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급변하는 세상에서, 우리의 신앙을 어떻게 실천하고, 확산하고, 계승해야 할지를 깊이 고민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런 우리의 고민과 행동이 곧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전해줄 가장 귀한 유산이기 때문이다.

둘째, 날마다 개혁하는 교회의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 존 녹스는 교회개혁을 위해 일생을 바쳤다. 종교개혁은 곧 교회개혁이다. 종교개혁은 과거에 이루어진 일회성 사건도 아니고, 해마다 10월이면 의례적으로 지키는 연중행사도 아니다. 그것은 날마다 교회 내부를 개혁하는 현재진행형 과제이다. 교회가 세상의 빛이 되기 위해서는 날마다 개혁하는 교회의 모습이 선행되어야 한다. 화려한 교회성장시대가 막을 내린 현재, 한국교회가 다시금 세상의 빛이 되기 위해서는 종교개혁 정신을 회복하고, 그 정신으로 주어진 현재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셋째, 교회는 세상에 미래 비전을 끊임없이 제시해야 한다. 존 녹스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동시대인들에게 미래 비전을 끊임없이 제시했다. 어두운 곳을 밝히며 이 세상을 넘어서는 확실한 미래 비전이 일생동안 그를 움직이게 했다. 우리 사회의 도덕적 변화는 영적 변화에서만 비롯될 수 있다. 자본에 종속된 사회, 이 세상의 삶이 전부이며 죽으면 모든 것의 끝이라는 세속적 교훈에 경도된 사회에, 교회는 끊임없이 예언자적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 세상에 빛으로 오신 예수의 뒤를 따라, 언젠가 각자에게 다가올 육체적 죽음의 순간에 후회보다는 감사로 가득한 그런 순간을 맞이하도록.

스코틀랜드 종교개혁지 탐방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필자의 저서 '존 녹스 로드'를 참조하라.



김승호 교수/영남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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