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위의 난민들

말라위의 난민들

[ 땅끝편지 ] 말라위 강지헌 선교사<5>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3년 12월 05일(화) 09:52
말라위 난민캠프.
난민캠프 무료치과 진료소.
말라위에는 5만 5000명 정도의 난민들이 살고 있는 난민캠프가 있다. 그 캠프의 이름은 '잘레카(Dzaleka)'이다. 재미있는 것은 '잘레카'라는 단어의 뜻이 '다시는 잘못하지 않겠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예전에는 교도소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가난한 나라에 왠 난민촌이냐는 질문을 할 수 있겠다. 자기들도 먹고 살기 힘들면서 그 많은 난민들을 어떻게 감당하느냐라고 말이다. 하지만 난민촌 운영이 가능한 것은 사실 말라위 정부는 장소만 제공하고 운영은 UNHCR등 국제 기구들이 하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한 것이다. 그 많은 사람들이 자기 나라에서의 온갖 분쟁과 내전 등을 피해 안정과 평화를 찾아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가깝게 지내는 콩고 출신 청년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콩고의 내전이 자기 마을까지 영향을 미쳐 그도 잡혀 끓는 물에 삶겨 죽기 일보 직전에 구조되었다고 한다. 그의 몸에는 아직도 화상 자국이 선명하다. 그의 공포가 어떠했을까? 상상도 되지 않는다.

흔히 난민촌 그러면 철조망으로 담이 쳐지고 갇혀 지낸다고 오해들을 한다. 하지만 말라위의 난민촌은 그런 것은 없고 하나의 큰 마을과 같은 것이라 상상하면 맞다. 그 안에 학교도 있고 시장도 있고 병원도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살고 있는 그런 곳이다. 다만 일반적인 마을과 다른 것은 그 난민들이 직업을 가지거나 난민촌을 떠나 다른 곳에 살 수 있는 자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일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없기에 UN이 여러 국가들로부터 원조를 받아 난민들에게 배급을 주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원래는 일정량의 음식과 생필품을 매달 나누어 주었었는데, 코로나 등으로 인한 세계경제의 어려움으로 말라위 돈(콰차)를 일인당 7300 콰차를 매달 용돈 주듯이 배급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말라위 돈 7300콰차는 한국돈으로 환산하면 대충 5600원 정도가 된다. 그 액수로 한달을 살라는 것이다. 말라위 사람들도 이 돈으로는 도저히 생활이 불가능한 액수임에도 난민들은 어떻게든 생존을 하려 온 힘을 쏟고 있다. 원래 난민촌은 1만 2000 명을 수용하도록 설계되었지만 현재 5만 5000명 이상이 거주를 하고 있고 매달 300명 정도의 새로운 난민들이 계속 유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난민촌 안의 거주 상황이나 위생 상태 등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고 있고 아동들의 교육 또한 과밀한 상황으로 하루에 2~3부제 수업을 하고 있다. 적절한 교육은 불가능하다.

말라위까지 와서 난민촌에서 지내며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 만방으로 노력을 하지만 여전히 난민으로 인정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어서 말라위 난민촌에서 30년 이상을 살고 있는 사람도 있고 난민촌에서 태어나 이미 청년이 된 친구들도 있다. 또 난민 지위를 부여 받는다고 해도 외국으로 이주하는 것도 언제 가능할지 몰라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이 그들의 막막한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 매달릴 곳은 오로지 하나님뿐이시니 난민촌 안에만 400여 개의 교회가 있다고 들었다. 난민촌 안의 교회 예배는 정말 온 영을 다 바쳐 하는 간절함과 뜨거움으로 넘친다. 그들의 뜨거운 신앙은 일부 난민청년들이 특별허가를 받아 다른 나라에 가서 자원봉사를 하게 만들기도 한다. 가까운 몇명 청년들은 현재 마다가스카르에서 빈민촌 봉사를 하고 있다. 너무 귀한 청년들이다. 선교사가 별거랴.

이 난민들에 대한 말라위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물론 난민들을 향한 인권문제 등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도 많지만 전 세계 어디서나 난민들에 대한 인식은 결코 좋지 않음을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난민들을 수용하는 선진국들을 볼 때마다 부럽기도 하고 그들이 진정한 선진국이란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그럼에도 말라위처럼 자국민들도 직업이 없어 어려운데 난민들에게 노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리라. 하지만 국제법에 의하면 난민들도 일정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다만 현지 상황으로 실천을 못하는 것이리라 여겨진다. 그러니 난민들의 삶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전문인 선교사로서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실천한 것이 난민촌의 보건소 안에 무료치과진료소를 개설한 것이다. 진료소 개설 전까지는 매년 한국에서 오는 치과진료봉사팀 또는 몽골 제자들의 치과진료팀들과 난민촌 진료봉사를 했지만 일년에 한두번 단기 진료를 하는 것으로는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는 판단에 UN측, 말라위 보건부와 논의하여 난민촌 보건소 안에 작은 진료소 건물을 짓고 그 안에서 난민들을 위한 치과진료를 시작했다. 물론 난민촌 주변의 말라위 사람들도 진료의 대상이다. 이 진료소는 갈 수 있는 인력이 있을 때는 활성화되고 갈 수 있는 인력이 없을 때는 진료를 멈추고 하면서 벌써 4년째 진료를 하고 있다. 몽골 제자가 말라위로 1년 단기 선교를 와서 그가 1년 동안 잘 봉사를 하고 가기도 했다. 지금은 내가 가르치고 있는 치과대학생들과 가능하면 매주 토요일마다 진료 봉사를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감사한 것은 학생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를 한다는 것이다. 감사한 것은 하나님께서 이 곳의 필요를 아시고 스코틀랜드 치과봉사팀을 연결시켜 주셔서 그들과 연합하여 일을 하게 되는 단계를 밟고 있다. 하나님께서 만드시는 연결고리들은 그야말로 놀라운 것이다. 그래도 기도하는 것은 이런 귀한 일을 전적으로 감당할 치과의사 선교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하나님, 한번 더 기도를 들어 주옵소서.



강지헌 선교사

총회 파송 말라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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