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가운데 보낸 안식년

은혜 가운데 보낸 안식년

[ 땅끝편지 ] 에티오피아 송의광 선교사<4>

송의광 선교사
2023년 04월 11일(화) 07:56
미국 선교관에서 한인 선교사 가족들과 함께.
송의광 김혜숙 선교사 가족.
주 후원교회의 지원이 끊어지면서 재정적인 어려움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선교관 월세와 학기별로 납부해야 할 등록금, 기본적인 생활비 등이 큰 부담이었다. 거기에다가 2008년은 세계적으로 금융위기가 불어 닥쳐서 1불에 천원 미만 하던 환율이 갑자기 1,500원 이상으로 뛰었다. 주 후원교회도 없이, 급등하는 환율 속에서 나의 가족은 미국에서 가장 낮은 계층의 삶을 살아야 했다.

감사하게도 먹을 것은 해결될 길이 있었다. 우리 가족이 생활하던 선교관에는 매주 월요일 저녁에 유기농산물을 주로 판매하는 큰 슈퍼마켓에서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음식과 과일, 야채 등을 배달해 주었다. 그리하여 1주일 먹을 음식 가운데 상당한 분량을 거기서 얻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1년 내내 집을 꽃으로 장식할 수도 있었다. 수요일에는 푸드뱅크가 풀러 신학교를 빌려서 음식을 나눠 주는데, 그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음식도 조달했다. 언제나 우리의 필요를 채우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경험했으며 또, 선교지에서 음식이나 선물을 나눠주는 일들을 할 때 만났던,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미국에 있는 한인교회로부터 재정적인 도움도 많이 받았다. 어떤 교회와 개인은 정기적인 후원도 하였다. 안식년 후반기에 출석하기 시작한 한 한인교회에서 매주 목요일 새벽기도회를 인도하였다. 그 교회에서 새벽기도회가 끝나고 눈을 떠 보면 성경책 위에 상당한 금액의 현금이 봉투에 담겨 놓여져 있는 것을 종종 보았다. 이런저런 도움의 손길들로 인하여 미국에서 궁핍하지 않은 안식년을 보냈다.

미국에 있는 교회들에게 우즈베키스탄 선교에 참여해 줄 것을 여러 경로를 통하여 요청하였으나 선뜻 나서는 교회가 없었다. 안식년이 끝나가고 선교지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옴에 따라 주 후원교회를 찾아야 하는 부담감이 점점 가중되었다. 정말 많은 분들이 우즈베키스탄 선교를 돕기 위해서 발벗고 나섰지만 후원을 결정한 교회는 끝내 만날 수 없었다.

그리고 안식년 1년이 다 되어가던 때에 우리 가족은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제는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으니 각자 마음의 준비를 하자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하였다. 큰 아이는 8학년 즉 중학교를 졸업했다. 둘째는 5학년, 초등학교를 졸업했고 막내는 초등학교 1학년을 마쳤다. 대학 진로를 위해서 선택을 해야 하는 시간이라고 주변 사람들이 이야기했다. 아이들에게 물었다. "이제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갈까?" 처음 미국에 도착했을 때 상당 기간 아이들은 친구들이 있는 우즈베키스탄이 좋다고, 빨리 돌아가자고 이야기하였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시점에 아이들에게 물으니 "돌아가도 좋고, 여기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라는 대답을 한 것이다. 만약에 우리 가족의 미국 체류 기간이 2년을 넘겼다면 아마 아이들은 미국에서 계속 살자고 하였을 것이다. 주변에서 우리의 우즈베키스탄 복귀를 말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아이들 생각도 해야지, 이제 대학 진학을 위해서 정말 중요한 시기인데 부모가 그렇게 무책임하게 아이들을 데리고 이동하느냐?" 어떤 사람은 "미국에 가족 전체가 들어오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왜 선교지로 다시 나가려고 하느냐?" 미국에도 할 일이 많다는 것이다. 틀린 말들은 아니지만 나는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학생들, 동역자들에게 1년 후에 돌아갈 것이라 약속했기 때문에 돌아간다고 말하면서 한국으로 입국하였다.

이제 선교지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 비자 문제는 해결되었는데, 문제는 여전히 주 후원교회였다. 많은 사람들이 염려하는데, 특히 가족들의 걱정이 컸다. "꼭 그렇게까지 선교를 해야 하느냐?"는 말씀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여러 교회들에 다니면서 후원을 부탁하고 2009년 9월 초에 다시 우즈베키스탄으로 5명의 가족이 돌아갔다. 주 후원교회 없이 미국에서도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안식년을 보냈는데, 우즈베키스탄에 다시 돌아가서 사역을 시작하면 하나님께서 새로운 길을 열어 주실 것이라는 배짱 같은 것이 그 때에는 나에게 있었던 것 같다.



송의광 목사 / 총회 파송 에티오피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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