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한인 그리고 교회

독일, 한인 그리고 교회

[ 땅끝편지 ] 독일 허승우 선교사 <4>

허승우 선교사
2023년 01월 31일(화) 08:15
2022년 2월 코로나 이후 바이로이트에서 모인 독일선교회 선교사들.
독일은 선교지가 아니다. 이미 기독교화가 된 나라이기 때문이다. 알프스 산골짜기까지 개신교회와 가톨릭교회가 마을 한 가운데 나란히 사이좋게 서 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대부분은 세례를 받았다. 독일교회 성도들은 모두가 매 주일 예배에 참석하지는 않는다. 전 성도의 3%만이 주일성수를 한다. 이것을 누군가 알고 독일교회 진짜 성도는 3%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지나친 판단이다. 독일교회는 기준이 더 무섭다. 자기가 내는 세금의 8%를 종교세로 내는 사람만을 교회의 성도로 인정하고 있으니 말이다.

2021년 12월 31일 현재 독일 개신교회 성도는 1972만 5000명이다. 독일 전체 인구(8369만 5430 명)의 23.5%이다.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그러나 가톨릭교회 성도는 더 많다. 25.8%로 2164만 6000명이다. 동방정교회 성도도 300만 명이나 있다. 기타 교단 성도들이 70만 명이 있다. 현재 독일 기독교인은 전 인구의 54%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에는 90% 정도가 기독교인이었으니 너무나 놀라운 부정할 수 없는 쇄락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독일 역시 복음 전파의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2013년 9월 26~27일 장신대 세계교회협력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유럽재복음화를 위한 선교대회'가 있었다. 장신대 세계선교연구원이 주관하고 총회 세계선교부가 주최한 아주 뜻 깊은 모임이었다. 유럽에서 선교학을 연구한 한국일 교수께서 유럽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주관하셨다. 유럽의 교회를 이해하기에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뜻 깊은 자리를 마련하신 것이다. 체코의 이종실 선교사, 영국의 진영종 선교사, 프랑스의 성원용 선교사, 독일의 필자가 참석하여 각 나라의 현지교회의 현단계를 소개하고 발표했던 기억이 난다. 기독교화가 끝난 유럽에서 다시 유럽교회를 이해해 주고 유럽교회의 갱신과 활력을 위해 기도해 주며 사랑해 주는 분들께 감사를 드릴 뿐이다.

필자가 복음을 전하고 섬겨야 할 삶의 자리(상황)와 목양의 자리는 독일이다. 그런데 목양의 대상은 독일인이 아니라 고국을 떠나 온 한인들이다. 독일인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예배의 주 언어는 한국어이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서 목양의 방향성을 정하는 것은 너무 중요했다. 필자는 우리 주님의 사역을 목양 신학으로 정하였다.

"예수께서 온 갈릴리를 두루 다니시면서 그들의 회당에서 가르치며, 하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며, 백성 가운데서 모든 질병과 아픔을 고쳐 주셨다"(새번역, 마 4장 23절) 이 말씀에 기초하여 다음과 같은 우리 교회를 위한 목양 신학을 세웠다.

"우리의 갈릴리인 독일 땅에서, 우리들의 회당인 한인디아스포라 뉘른베르크-에얼랑엔 한인 공동체에서, 구원의 진리를 가르치며, 하나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하며 설교하고, 이중문화 속에서 갈등하고 상처입고 지친 영혼들을 치유하며 회복케 하며, 육체의 약함을 돌보며 위로 하는 것이 현단계의 나의 목회이다. 목회는 유일하신 목자이며 스승이신 주님의 길을 따르는 것이다. 목회는 사람의 사역이 아니라 주님의 영이신 성령에 사로잡힌 사역이다. 목회의 최종적인 자리는 하나님께 드리는 작은 영광이다. 목회는 사람을 살리는 사역이다. 모든 죽임의 영으로부터 자유함을 얻게 하시는 우리 주님의 능력을 행하는 생명의 사역이다. 목회는 기쁨의 사역이다. 고통과 고난의 끝에서 조차 주시는 하나님의 평강을 놓치지 않는 축복의 사역이다. 목회는 영원한 소망의 사역이다. 끝없는 탐욕으로 스스로 소외되고 절망하는 자들에게 영원한 소망을 바라보게 하는 사역이다. 목회는 역사와 세상을 향하여 초월적인 하나님의 영원성을 드러내는 사역이다."

이 목양신학을 얼마나 이루었지를 생각하면 너무 부끄러울 뿐이다. 그러나 은퇴를 4년 앞 둔 이 시간까지 다른 길은 없어 보인다.

허승우 목사 / 총회 파송 독일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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