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자리, 교회의 자리

사람의 자리, 교회의 자리

[ 땅끝편지 ] 독일 허승우 선교사 <3>

허승우 목사
2023년 01월 18일(수) 08:20
우크라이나 전쟁과 겨울 추위로 독일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리지 못하고 강당으로 옮겨 예배를 드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5일 성탄주일 예배.
독일교회 예배당에서 드린 2019년 부활주일 예배.
뉘른베르크-에얼랑엔 한인교회 안에는 다섯 교회가 있다. 유학생교회, 한국가정교회, 한독가정교회, 상사주재원교회, 미국군인가정교회. 이렇게 다섯 교회라고 부르는 것은 100명의 성도들이 한 교회 안에서 정확하게 다섯 그룹으로 구별되기 때문이다. 다섯이면서 하나를 이룬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너무나 분명하게 다른 환경 가운데서 독일생활을 하고 있는 성도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함께 예배를 드린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성도들의 다섯 삶의 자리가 하나의 교회의 자리를 이룬 교회가 우리 교회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우리 교회는 교회가 먼저 생기고 사람들이 모인 교회가 아니었다. 우리 교회는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고국을 떠나 온 사람들이 세운 교회였다. 초대교회처럼 '흩어져 있는 성도들이 모인 교회'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목적을 이루게 되면 다시 떠날 수도 있다는 마음 아픈 '다시 흩어져야 할 혹은 다시 돌아가야 할 성도들의 교회'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남은 자들'과 '떠나야 할 자들'로 이루어진 두 개의 교회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 교회는 3년 마다 새로워지는 교회였다. 유학생들은 3년 혹은 5년 마다 석사 혹은 박사 학위를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상사주재원들은 3년 마다 다시 한국 본사로 귀국을 하였다. 미군 가족들은 3년의 임기를 마치면 다시 미국이나 다른 임지로 파견을 받아 떠났다. 마지막 남은 자들은 독일에 정착한 간호사 가정들과 한독 가정들이었다. 우리 교회는 새로워지기 위해서 새로워진 것이 아니라 어느 시인의 시처럼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라는 애절한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교회이다. 만날 때 떠날 것을 생각하는 목회가 행복한 목회는 아니다. 그러나 신기한 일은 떠난 성도들만큼 새로운 성도들이 그 먼 고국에서 우리 교회를 찾아온다는 것이다. 기적이다. 그렇게 우리 교회는 100명의 성도들과 50명의 어린이들과 청소년으로 구성된 한결같은 교회, 3년 마다 새로워지는 교회이다.

우리 교회는 50년 동안 한결같은 교회였다. 에얼랑엔 주변 100Km 반경 안에 한인교회는 우리 교회뿐이었다. 이 말은 우리 교회를 중심으로 남북, 동서 200 Km 안에 우리 교회가 유일한 한인교회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도 뉘른베르크 북쪽 100Km 떨어진 호프라는 도시에서 오시는 집사님 가정과 남쪽 안스바하에서 매 주일 오시는 집사님 가정이 있다. 이 분들을 주일에 볼 때마다 그 자체가 은혜이다. 찾아가는 교회가 되어야 하는데 반대로 대부분의 성도님들이 교회를 찾아오셔서 교회를 이루었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2023년 1월. 현재 우리 교회는 다시 회복 중에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겨울 추위로 유난히 추운 독일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리지 못하고 따뜻한 강당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마치 20년 전으로 다시 돌아간 것 같다고 10년 만에 다시 나오신 어느 집사님의 흘리듯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코로나 보다 무서운 것이 난방비를 아껴야하는 겨울 추위인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하여 성도들이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상상도 해 보지 못한 시간을 1년 넘게 보냈다. 물론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렸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예배 후의 예배인 성도들과의 코이노니아(친교)를 가질 수 없었다. 온라인 예배는 서울보다도 더 넓은 광대한 지역에 흩어져 사는 우리 성도들에게는 새롭고 편안한 예배를 경험하게 하였다. 그러나 온라인 예배는 익숙해질 예배가 아니었다. 1시간, 2시간 걸려 교회에 오고 가는 시간이 절약되기는 하였지만 이 편리함과 평안함이 두렵게 느껴졌다. 성도들과 함께 만나지 않고 검은 상자 안에 이름만이 떠 있는 화면을 보면서 예배를 드리고 설교를 한다는 것은 다시 양 없는 목자가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현재 온라인 주일 예배는 드리지 않는다. 그러나 아침기도회, 성경공부와 제직회는 온라인을 통해 우리 성도님들과 감사하게 만나고 있다.

우리 교회는 디아스포라 한인들의 교회이다. 우리 성도들의 자리가 곧 우리 교회의 자리이다.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교회)"이라는 사도 바울의 말씀이 떠오른다. 그렇다. 고국을 떠나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 성도들이 우리 뉘른베르크-에얼랑엔 한인교회이다.





허승우 목사 / 총회 파송 독일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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