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의 거룩한 씨앗으로

하나님 나라의 거룩한 씨앗으로

[ 땅끝편지 ] 일본 강장식 선교사 <완>

강장식 선교사
2022년 12월 27일(화) 08:28
시나가와구립 야마나카초등학교를 방문한 CBS소년소녀합창단과 일본어린이들.(2019년 2월)
일본 컬트문제기독교연락회 관계자들과 제암리기념관 앞에서.
1990년대 유학생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을 때, 작은 일본 교회를 찾아 갔던 날이 깊은 여운으로 필자에겐 남아 있다. 어렸을 때 교회학교에서 부르던 어린이 찬송가 '우리의 이웃은 누구일까요'라는 곡을 일본성도들이 한국어로 불러 주었다. 한국어 가사 위에 일본어 발음기호를 표기해 놓고 서툰 한국어 발음으로 부르는 것이 아닌가. 2절, "어떻게 그들의 이웃이 될까? 우리들 다 함께 생각해봐요. 쉬운 일 힘든 일 같이 나누고 크거나 작거나 서로 믿어요. 그래야 우리는 이웃이예요. 그래야 우리는 이웃." 이 찬양은 인권차별로 취업도 할 수 없고 강도를 만난 이웃처럼 심한 사회적 차별을 겪고 재일한국인들 편에 서서 선한 이웃이 함께 싸워주던 일본교회들이 정한 주제 찬양이다. 외로움과 피곤에 지쳐 있던 몸과 마음에 훈풍을 만난 듯 이상한 감흥이 일어났다. 주 안에서 민족과 언어와 역사의 상흔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일본교우들과의 교제가 즐겁기만 했다. 극소수의 그리스도인임에도 믿음으로 가정과 일터를 살아내는 믿음이야기가 필자의 마음에 이 땅의 주의 교회에 대한 하나님의 소명을 불어 넣었던 것 같다.

금년 2022년은 교단 총회가 일본에 선교사 파송을 시작한 지 50년이 되는 해이다. 일본선교 50주년 기념대회를 열면서 '샬롬의 나팔을 울려라 - 공생과 협력의 50년'이라는 주제로 선교적 협력관계에 있는 일본 3개 교단을 초대하여 본 교단의 일본선교에 대한 평가와 제안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3개 교단 중에 일본의 개신교를 대표하는 보수적이고 정통적인 가장 큰 일본기독교단의 현황보고가 있었는데, 소속 교회가 1666개에 교인수가 16만여 명이지만, 공예배 출석 교인은 3만 7000여 명이라고 한다. 이 예배 출석 교인수는 25년 전과 비교하면 39%가 감소한 숫자이고, 주일학교예배의 출석은 68%가 감소해서 현재는 8188명이라고 한다. 현재 이 교단의 무목교회는 264개에 이르는데, 지난 5년동안 43개나 늘어난 숫자이다. 다른 두 교단도 교인 감소와 신도의 고령화, 목사 지원자의 감소로 인한 무목교회의 증가 등으로 10년 후를 예단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교회의 양적 감소를 두고 본다면, 일본교회의 미래는 암담하다. 이러한 현황 때문에, "일본선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일본은 선교사의 무덤"이라고 일컬어 진다. 그럼에도 이 일본 열도에 총회는 지난 50년 동안 108가정 122명을 계속적으로 보내며 일본선교와 재일동포를 향한 헌신과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음은 한국과 일본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역사가 있기 때문이라 믿는다. 50년전 초창기 선교는 재일동포선교가 중심이었지만 오늘날은 일본기독교단, 일본그리스도교회, 에큐메니칼선교, 학원선교, 교회개척 등 다양한 현장에서 한국 선교사들을 필요로 하고 있고, 좋은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일본의 작은 교회들, 주의 일꾼들은 귀하고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거룩한 씨로 살아남아 있는 그루터기와 같은 일본교회들이 생명을 회복하며,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는 이 시대의 사명자로 빛을 발하는 날이 올 것을 믿고 함께 할 동역자들이 일어나기를 기도한다.

일본교회의 지도자들로부터 필자가 요청 받은 것은 한국에서 시작된 기독교사이비 단체들의 일본에서의 포교활동에 대한 대비활동이었다. 그 중에 통일교문제는 고 아베 전 총리가 통일교피해자 가족에게 암살을 당하는 등 큰 파장을 일으켰고, 통일교피해자들을 법까지 제정해서 구제하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일본교회는 한국교회와의 연합과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감사하게도 일본 사회는 통일교 피해교인의 구출과 회복에 대해 일본교회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면에서 일본사회의 교회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인 선교사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자생한 기독교 이단들이 일본교계에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어 부끄럽기만 하다. 필자는 일본관계자들과 한국의 각 교단과 각 신학교를 방문하여 이 문제를 호소하였다. 통일교에 속아 대부분 농촌으로 시집을 간 7000여 명의 일본인아내들 가까이 있는 한반도 구석 구석의 교회들이 상담과 구조의 창구가 되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 영혼의 회복을 위한 일본 관계자들의 눈물겨운 헌신에는 고개가 숙여진다.

일본의 혐한과 한국의 반일의 골은 좀처럼 메꾸어지지 않고 있다. 이 한 복판에서 재일 한국인선교사들은 일본의 바른 역사이해와 양국의 화해와 협력을 도모하지 않을 수 없다. 극렬하게 한일관계가 악화되었을 때 CBS어린이합창단의 일본공연을 담당하게 되었다. 필자는 교회 인근의 일본초등학교에 공연과 한일 어린이들의 교류활동을 제안했다. 선교사의 제안이니 또 거절할 것 같았던 이 활동이 필자 교회의 지역사회 활동을 인정해 주었는지 지역에서 몇 번의 논의를 거쳐 어렵게 성사가 되었다. 어린이 합창단의 합창과 활동모습은 꼭 화해와 이해를 재촉하는 천사들 같았다. 교장은 너무 감동을 받았는지 전교 학생들 수업을 중지시키고 모아야 했는데 그렇게 까지 하지 못해 못내 아쉬워하고 미안해 했다. 일본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곡을 일본어로 준비한 정성에 나 자신도 가슴이 너무 뭉클했다. 예쁜 율동과 더불어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부를 땐 일본 여학생들 몇명이 울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합창단 어린아이들이 합창을 부르며 울고 곁에서 보고 있던 일본교사들이 눈물을 훔치고 말았다. 공연 후 실내체육관 안에서는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학교에서 준비한 여러가지 일본 놀이를 함께 즐기며 한껏 재잘거리며 사이 좋게 놀았다. 그 후 몇 명의 일본 여학생들이 교회를 찾아 오고 합창단 어린이들 소식을 궁금해 했다.

꽃샘 추위속에 고사리 손을 비비며 보여준 한국의 소녀소년의 모습, 하나님의 자녀의 모습은 이 땅을 적시는 화해와 사랑과 복음의 생명수였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앞으로도 한국 교회의 선한 영향력과 수고가 이 땅에 이루어질 하나님 나라의 거룩한 씨앗으로 계속 뿌려지기를 소망해 본다.

짧고 미성숙한 선교사에게 글을 강권해준 한국기독공보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다시금 되돌아 보니 필자와 일본선교사들이 서 있는 자리는 하나님의 사랑과 뜻이 뜨겁게 담겨져 있음을 보게 된다. 더디 가더라도 주님 따라 말씀 따라 바르게 가다 보면, 기쁨의 단을 거둘 날이 올 것을 믿고 재일 선교사들과 일본교회들이 주의 복음을 힘있게 증거하도록 기도를 부탁드린다.



강장식 목사 / 총회 파송 일본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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