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연합 선교팀의 문화선교 공연

청년 연합 선교팀의 문화선교 공연

[ 땅끝편지 ] 일본 강장식 선교사<5>

강장식 목사
2022년 11월 23일(수) 08:02
이토히로부미 기념 중학교에서 열린 청년 연합선교팀의 문화선교 공연. 한일 관계의 불행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이 지역에서 하나님과 교회의 이름으로 선교공연을 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놀랍기만 했다.
일본에 도착하고 얼마 후, 교회 건물의 전기점검을 하는 일본인 초로의 신사를 만나게 되었다. 선교사가 되어 이 교회 담당자로 오게 된 경위를 나누고 간단하게 복음을 전하고 교회집회에 와 보시라고 권면을 하였다. 어느 날 그 분은 묵직한 선물상자를 들고 와서는 "신부님! 이 술은 유명한 양조회사의 맛 좋은 일본술입니다. 한국에서 오셨다니 환영선물입니다. 뜻하신 바를 이루는 일본생활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신부라는 호칭과 더불어 받아 든 큼직한 일본 술 한 병을 받아 들고는 할 말을 잃어 버렸다. 일본사람은 자신이 신세를 져야 할 상대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 관례이기는 하지만, 교회와 목사에 대해 이렇게 모르다니 받아 놓은 정종 한 상자를 보면서 일본의 기독교에 대한 상식과 이해부족의 단면을 절실하게 보게 되었다.

복음전도지로 교회주변에 다가가려 해도 선교적 접촉이 일어나지 않고 있을 때, 교회는 내적으로 흩어진 교인들이 조금씩 돌아오고 젊은 가족들로 인해 활력을 회복하고 있었다. 그 때 고척교회 청년부와 영락교회 국악선교팀이 연합선교팀을 구성해서 단기선교를 오기로 하였다. 국악전공자가 함께 하는 탁월하고 완성도 높은 문화선교공연이 준비된 것이다. 이 선교팀을 통해 한일의 간의 아픔이 배어 있는 이곳에 한국 청년들의 순수한 믿음의 땀과 눈물이 담긴 화해와 사랑의 복음을 흘려 보내고, 교회의 존재감을 높이며 선교적 바탕을 마련하고자 큰 계획을 세웠다.

교회 인근지역에 한국문화축제를 복음을 담아 선교적 취지로 열겠다는 필자의 제안에 일부 교포들은 불편한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과연 일본사람들이 몇이나 오겠느냐는 부정적 반응이 많았다. 준비 중에 문제는 계속 터졌다. 지역을 돌면서 문화축제를 열 수 있는 공간을 섭외하고 다녔지만, 큰 일본인 교회도, 공립시설도, 사설 유료시설도, 종교단체인 교회가 여는 집회이고 기독교선교사가 연다는 것을 핑계로 무조건 거절을 했다. 작은 예배당으로는 헌신적으로 준비된 한국 청년들의 문화선교공연이 불가능해서 무거운 마음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이 문제를 후원자들에게 중보기도를 요청하고, 물러 설 수 없는 마음으로 기도하던 중에 구청의 공공시설 담당자에게 직접 호소하기로 작정하였다. 하지만 담당자는 검토하고 연락해 주겠다는 상투적인 대응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아닌가. 큰 벽 앞에 홀로선 막막한 마음이 엄습해 왔다. 지역전도도 어렵고, 단기선교활동 준비조차도 전혀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자 언어와 현지적응이 끝났다고 생각하던 안일한 필자의 자만이 교만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게 되었다. 일본사회를 잘 알고 있다는 마음에 겸허함과 기도를 놓치고 분주함을 선교활동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젠 할 수 있는 것이 없기에 주어지는 상황에 잠잠히 따르겠다고 기도하자 무거운 마음의 짐이 내려앉았다. 얼마 후 기대하지 않았던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제안을 하였다. '이토히로부미'기념 중학교의 700명 수용 가능한 실내체육관을 제공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이 중학교 입구에는 이토히로부미 사저의 대문이 그대로 세워져 있다. 입학할 때 한 번, 졸업 할 때 한 번, 재학생은 딱 두 번 이 대문을 통과 할 수 있다.

온 몸에 전율이 돋았다. 우리 한국기독청년들이 온 몸과 정성으로 펼치는 문화공연과 찬양선교의 기회를 한국과 가장 복잡미묘한 관계를 지닌 이 학교에서 할 수 있도록 구청이 나서서 해 주었다니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한일 관계의 불행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이 지역에서, 이 학교에서 하나님과 교회의 이름으로 선교공연을 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놀랍기만 했다.

그 날 실내체육관은 일본주민으로 가득 찼다. 수준 높은 국악공연과 복음과 사랑이 담긴 여러 순서들이 펼쳐지고, 마지막에 "너는 크게 자유를 외쳐라 이 땅에 주의 나팔 불어 그 거룩한 나라의 소식을 만 백성에게 알리어라…" 의 찬양에 맞추어 고운 한복을 입은 자매들이 전통무용을 하고, 우아한 큰 절로 모든 순서를 마치는 순간, 우렁찬 박수가 실내에 가득 찼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인한 평화와 화해의 기적이 이 땅과 우리 교회와 우리 민족 사이에 샘솟게 되기를 기도하며 뜨거운 감사의 눈물을 흘리게 되었다.

첫 단기선교팀에, 그리고 고비에 고비를 넘긴 활동이라서 오래 기억에 남아 있지만, 어딘가에 보내시고, 무엇인가를 맡기시고, 선교현장을 위해 무언가를 예비하시는 하나님은 "우리가 구하거나 생각하는 모든 것에 더 넘치도록 능히 하실 분"(엡3:20)이라는 것이 초임선교사의 마음에 깊게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강장식 목사 / 총회 파송 일본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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