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성 유학길에 만난 은혜

도피성 유학길에 만난 은혜

[ 땅끝편지 ] 일본 강장식 선교사<2>

강장식 선교사
2022년 11월 01일(화) 14:06
전도와 영육에 헌신하던 유학생시절.
2008년2월에 착임한 시나가와교회 입구.
필자가 동경에서 보낸 20대 후반의 유학생활은 '복음의 은혜를 누리는 천국생활'과도 같았다. '학교-아르바이트-교회'로 이어지는 단순하고 고된 나날이었지만, 틈만 나면 말씀과 기도와 찬양으로 하나님께 더욱 가까이 가려는 나를 주님은 언제나 은혜와 말씀으로 반겨 품어주셨다.

농촌에서 주님의 교회를 책임지고 섬겼음에도 이어지는 부모님의 가난, 원하는 대학 진학 실패, 부조리한 한국 정치 사회에 대한 분노와 원망과 좌절, 혹독한 군생활 등등으로 인해 억눌린 마음과 경험은 필자로 하여금 청소년 시절에는 너무도 좋았던 교회와 주님을 떠나겠다는 마음을 품게 하였다. 한국을 떠나고, 교회와 믿음을 떠나는 길은 해외유학이었고, 이것을 통해 자신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다. 그렇게 준비한 야심찬 필자의 계획은 일본에 도착함과 동시에 순식간에 백지가 되고 말았다. 그나마 남아 있던 내 손의 몇 가지도 사라진 빈 손의 황망함에 주저 앉고 만 필자는 광활한 광야에서 주님을 마주하고 내 삶에 주시는 하나님의 생명의 말씀을 비로서 듣는 자가 되었다. 그 시간을 통해서 복음의 능력, 은혜의 역사가 내 안에서 어떻게 역사하고 이 세상에 무엇을 일으키는지를 보게 하셨다.

하나님과 말씀을 중심에 두자 체력의 한계에 부딪히는 공부와 봉사와 아르바이트도 기쁨이 되었고, 가장 원하던 대학의 존경할 수 있는 지도교수에게 연결되고, 장학생으로도 선발되어 학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불평불만에 의심 많은 필자에게 베푸신 은혜와 구원을 주변 유학생들에게 나누자 많은 유학생들이 예수님을 만나고 거듭나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전도와 양육을 위해 선교사님에게 성경공부와 훈련을 받으며, 일본캠퍼스에서는 개인전도와 성경교사와 양육활동을 하게 되었다. 학교연구실에 있는 시간보다 전도와 양육을 위해 주님의 형제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더 사모하게 되었고, 전도와 선교의 결실이 맺혀지는 영혼 추수의 기쁨은 날로 더해져 갔다.

필자와 같이 일본에서 주님을 만나고 믿음이 성장한 청년들은 복음 안에서 믿음의 공동체를 이루며 가족 이상의 영적 연대감으로 서로의 축복과 승리를 위한 섬김의 삶을 살며 차원이 다른 기쁨과 보람을 체득하게 되었다. 믿음과 말씀이 삶과 인격에 일으키는 변화를 보면서 필자는 '교회 중심, 말씀 중심, 공동체 중심'의 목회철학을 가지게 되었다.

풍성한 은혜의 삶을 살아가던 유학생공동체는 조금씩 일본교회를 바라보게 되었다. 토요일이면 동경의 작고 연약한 교회, 개척교회를 찾아서 전도지 배포와 청소 봉사를 하며 몇 분의 일본사역자들과 교제하게 되었다. 일본교회 현실은 찾아가면 찾아갈수록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기만 했다. 매우 지적이고 경건하고 성실하고 한결 같은 전도자들, 그러나 교회는 너무 작고 연약했다. 얼마든지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지만,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위해, 주님의 영혼들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헌신적으로 성직자의 삶을 살아가는 분들이 많았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봉사를 가지만 어떤 때는 나의 학위와 논문 생각에 억지로 갈 때도 많았다. 그러한 마음에 피곤이 겹치고 때마침 내린 차가운 겨울 비를 맞으며 전도지 배부활동을 하고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던 어느 날이었다. 왠지 모를 짜증과 피곤에 지쳐서 자리에 앉아 하나님과 마주하듯 넋두리 겸 기도를 드렸다. "일본 교회가 이렇게 약한데 하나님은 일본사역자들 고생만 시키시나요?" 속마음을 막힘 없이 쏟아 놓고 있는데, 어디선가 이런 음성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너도 좀 같이 하면 안되겠니~?" 순간 나도 모르게 눈이 번쩍 뜨였다. 절대로 듣고 싶지 않았던 제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때부터 일본 열도의 주님의 교회 하나 하나가 아름답고 은혜롭고 영광스러워지기를 갈망하는 기도를 드릴 때마다 뜨거워지는 마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지금도 일본에는 목회자를 기다리는 무목교회도 많지만, 스스로의 힘으로는 지역선교를 감당하지 못하는 미자립상태의 교회가 너무 많다. 한국교회를 일본열도와 일본교회들 곁에 두신 데에는 '건너와서 도우라'는 성령님의 음성을 들려주시려 함이라 믿는다.

한국에서 신학과 목회훈련을 받으며, 일본에서 필요로 하는 무목교회나 미자립교회에 보내시면 어디라도 가리라는 기도대로 2008년 재일대한기독교회 시나가와(品川)교회에 총회 파송 선교사로 착임하였다.

강장식 목사 / 총회 파송 일본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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