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선교 50주년을 보내며

인도네시아 선교 50주년을 보내며

[ 땅끝편지 ] 인도네시아 김동찬 선교사 <1>

김동찬 선교사
2022년 04월 12일(화) 08:41
지난 해 9월 7일에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드려진 인도네시아 선교 50주년 기념 감사예배.
우리 교단 첫 인도네시아 선교사인 박창환 목사(장신대 전 학장)가 1971년 9월 중순 '인도네시아서부개신교회'의 요청으로 파송되었다. 박 선교사는 개인 언어 교사 밑에서 딱 40일간 어학 공부를 한 후에, 현지 총회의 요청으로 수마트라 방카섬 '숭아이리앗 교회'에서 설교하며 섬기게 되었다.

그는 선교수기 '나의 인도네시아 선교 회고'에서 말하기를 "40일 간의 어학연수를 통해서 겨우 문법을 익히고 사전을 찾아가며 성경을 읽을 수 있는 정도의 어학 실력을 가졌으나, 예배를 인도하고 설교를 해 낸다는 것은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매달고 치는 상황에 별도리가 없었다. 설교 한 편을 우리말로 지어 가지고 인도네시아어로 번역하는 데만 해도, 꼬박 이틀이 걸렸다. (중략) 게다가 곧 성탄절과 연말연시가 되면서 설교를 연거푸 7, 8번이나 해야 하는데, 정말 죽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도우심과 은혜로 그 난관을 기적적으로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물론 어눌한 선교사의 입을 통 해 나오는 말씀 속에서 성령께서 역사하셨겠으나, 겨우 2개월 경력의 선교사가 설교하면, 설교자인 '나도 잘 모르고, 너도 잘 모르는 설교'가 된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밑거름이 되어 오늘의 우리 교단 선교가 이뤄진 것이다. 박 선교사는 위 글에서 인도네시아 문화와 종교를 새로이 접하며 이렇게 고백했다. "인도네시아 빤쨔실라(헌법)에 종교 자유가 명기되어 있지만, 종교 자유의 의미가 우리의 상식과는 판이한 것이었다. 어떤 종교든지 자유로 신봉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이미 가진 종교를 방해 받지 않고 자유로 믿을 수 있다는 뜻이라는 것이었다.

인도네시아 국민의 절대 다수가 이슬람교도들인데, 그들에게 기독교를 전하는 것은 일종에 자유침해 죄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고, 거기에 대한 대비도 하지 않은 채 열심과 사명감만을 가지고 온 나 자신과, 총회 선교부의 나이브(naive)한 선교정책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했다. 한국교회가 막 선교 걸음마를 시작한 상황에서, 선교사는 현지의 문화와 종교에 대한 이해나 준비가 거의 없이 낙하산을 타고 곧바로 열대 밀림에 떨궈진 상황에 놓여 있었다.

두 번째로 파송받은 김윤석 선교사는 그의 수기 '인도네시아 방카섬 교육선교'에서 이렇게 고백하고 있다. "이층에 방이 하나 있고 아래층에 부엌이 있는 비둘기 집 같은 사택의 층계는 좁고 너무 가팔랐다. 장남 김세영(3세)이 이 층계에서 떨어졌다. 머리 뒤가 많이 찢어져서 피가 낭자했다.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의사가 낮잠 자는 시간이라고 오지 않아서, 간호원이 마취 주사도 없어 생으로 6바늘을 꿰맸다. 아들이 너무 큰 소리로 울어서 병원의 모든 환자들이 놀래어 모두 뛰어 나왔다. (중략) 4살이 채 되지 않은 김세영은 새벽 5시 눈만 뜨면 울기 시작했다. 엄마 이재희는 유치원 원장의 허락을 받고 1주일 간 학교를 방문하여 김세영의 문제가 무엇인지 관찰했다. 그 유치원에서는 교과서를 읽고 쓰는 공부를 하고 있었다. 김세영은 듣지도 읽지도 못하는 형편이었고 친구가 없었다. 이 1주일간의 관찰은 우리도 모르는 장래의 방카섬의 희망유치원의 교재 작성과 유치원 기구 준비에 크게 유익을 주었다. 늦게야 준비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을 수 있었다"라고 고백했다.

두 분 선배 선교사들이 새로운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면서 시행착오를 겪고 좌충우돌하며 남긴 발자취를 뒤따라가면서, 우리들은 그분들이 한 실수와 과오를 피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선배들의 우왕좌왕 혼비백산의 경험이 우리에게는 지식과 지혜의 디딤돌이 되지만, 아직도 우리는 여전히 선교지에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

선배들을 통해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은 신임선교사들이 반드시 1년 혹은 1년 반의 언어준비 기간 플러스 1년 반 정도의 현지 적응 기간을 갖고 있다. 우리가 생활하고 일한 경험을 정리하고 전해주지 않으면 우리 후배들 또한 원점에서 우리와 같은 실수를 범할 것이다. 선교 역사 얘기는 계속 기록되고 기억되고 전수 되어야 한다. '인도네시아 선교 50주년 기념대회 준비위원회'가 3년간 준비하여, 2021년 9월 7일에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인도네시아 선교 50주년 기념 감사예배를 드리고, '인도네시아 선교 50주년 기념집(역사 화보)'을 발간했으며, 지난 1월 31일 'PCK 인도네시아 선교 50주년 기념 논문집'을 편찬했다.

우리 교단은 지금까지 인도네시아에 연인원 162명(83가정)의 선교사를 파송하였고, 현재 102명(52가정)이 현장에서 사역하고 있다. 앞으로 오고 올 미래의 선교사를 위해 그리고 선교의 발전을 위해, 성령의 능력 안에서 실천하는 선교사, 기록하는 선교사가 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한다.

김동찬 목사 / 총회 파송 인도네시아 선교사 ·인도네시아 선교 50주년 기념대회 준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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