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만들기 모델 '골고다교회'

마을 만들기 모델 '골고다교회'

[ 땅끝편지 ] 동티모르 이대훈 선교사 8. '콘비벤츠'로 함께하는 통전적 선교

이대훈 선교사
2022년 03월 22일(화) 08:30
골고다교회의 십자가 기도동산에 십자가 세우는 날.
에스더(왼쪽)와 올림피아(오른쪽).
선교사로 파송된지 18년이 지나는 지금까지 필자는 한 번의 안식년을 가졌다. 2013년, 선교사 파송 10년이 되었을 때 처음으로 안식년을 갖기로 했다. 이때 이렇게 안식년을 생각한데는 이미 시작한 장신대에서의 목회신학박사(목회와 선교) 과정을 마무리하기 위함이었다. 사실 필자에게 있어서 선교현장은 공부해야 할 이유를 제공해 주었고, 그렇게 공부하고 연구한 논문은 내가 선교사로서 어떻게(How) 선교현장 동티모르에서 응답할 것인가를 찾아주는 지도와도 같은 것이다.

한국일 교수님이 독일에서 테오 준더마이어 교수님으로부터 공부했고, 장신대에서 한국일 교수님은 필자에게 테오 준더마이어의 '콘비벤츠'(Konvivenz)를 가르쳐 주셨다. '콘비벤츠'는 선교현장에서 '무엇을'(What), '어떻게'(How) 해야 하는지(to do)를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콘비벤츠'는 선교에서 현장을 더 강하게 강조하며 선교사가 현장에서 갖추어야 할 기본자세를 가르쳐주는 지침서 역할을 한다. 테오 준더마이어(Theo Sundermeier)는 그의 책 전반에서 예수님의 '함께 하는 삶'으로서의 '콘비벤츠'(Konvivenz)를 제창한다. "서로 배우고, 서로 도우며, 서로 나누며 서로 잔치를 벌이는 함께하는 삶으로의 콘비벤츠"(테오 준더마이어, '선교신학의 유형과 과제')는 예수님의 삶에서 발견되는 그리스도인의 세상 사는 자세이다.

선교사는 선교지에서 현지인보다 늘 상위라고 생각하는데, '콘비벤츠'에서는 '서로', '상호'를 강조한다. 상하위 개념이 아닌 평등의 관계에서 만나고 대화하게 한다. 마치 예수님이 인간관계에서 '사랑하라' 보다 '서로 사랑하라'고 가르쳐주신 것처럼 일방적이 아닌 상호, 함께함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그래서 '만남'이 중요하고 '대화'가 중요함을 배웠다. 동티모르에서 '콘비벤츠'로 이루어지는 공동체를 목표로 선교하자! 이 목표로 나는 동티모르에서 '마을 만들기'를 하고 있다. 내가 하는 것이 아니고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마을 만들기의 한 모델이 되는 베르마누레우 마을에 '골고다교회'가 있다. 해발 1300미터 고지 산골마을에 교회가 중심이 되어 만들어져 가는 마을이다. 50여 가구 약 140여 성도가 모두 한 가족처럼 정을 나누며 살고 있는데, 이 마을을 14년간 왕래하는 가운데 한 번도 분란이 일어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아이들이 지내는 모습만 봐도 그렇다. 당시 초등학교 다니던 과부의 딸이었던 '에스더'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학교를 다녀야 하는 처지에서 필자가 "딜리에 가서 공부할래?"라고 한 말에 엄마와 얘기하더니 따라가겠다며 나섰다. 이것을 보고 또 한 명이 따라 나선다. 초등학교 3학년인 '올림피아'였다. 이렇게 초등학생 '에스더'와 '올림피아'가 함께 살면서 '에스더비전센터(장학관)'가 시작되었다.

그 이후 이 마을에서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공부를 하기 위해 엘라, 에꼬, 젤리아가 딜리에 내려와 함께 생활했다. 이후 모두 아홉 명의 아이들이 모여서 센터의 한 방에 세 명씩 좁게 지내 불편한데도 지금까지 한 번도 싸우거나 불평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오히려 별 것 아닌데도 "하하, 호호, 까르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행복이다.



이대훈 목사 / 총회 파송 동티모르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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