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살면 동티모르 국가가 산다!

교회가 살면 동티모르 국가가 산다!

[ 땅끝편지 ] 동티모르 이대훈 선교사 4. 현지인이 준 과제

이대훈 선교사
2022년 02월 22일(화) 08:29
동티모르 해안에 세워진 폐허가 된 교회의 모습.
동티모르의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현실 앞에 놓여 있었다. 그 현실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것이었다. 즉 의식주(경제후원)의 문제였다. 수도 딜리를 막 벗어나면 환경은 내가 어릴 적 들었던 '보릿고개' 시절 풀뿌리 캐 먹는 상황이었다. 있으면 먹고 없으면 굶는 상황이었다.

단지 '우리도 겪었다'는 말로 저들을 위로할 수 있을까? 수도 딜리는 유엔이 들어와 통용화폐를 미국 달러(USD)를 사용함으로 동티모르 국민들의 생활수준에 맞지 않는 '고물가'였다. 거기에 현실은 '저임금'과 '실업'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신랑이 신부집에 지참금을 지불하며 결혼식을 올리고 신부를 데리고 올 수 있는데, 돈이 없어 장가를 못 간다는 한 전도사의 얘기는 단지 투정으로 들리지 않았다.

실제로 대부분의 주민들은 거액에 해당되는 결혼지참금과 결혼식 비용이 없어 서너 명 또는 그 이상의 자녀들을 낳고 사는 가운데 돈을 모아 결혼식을 올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월 평균 100-150$의 임금 수준에 비해 당시 사역자는 목사 50$, 전도사 20$라는 지정된 월급에 묶여 있어 그들의 생활 개선 또한 과제로 선교사의 가슴에 자리한다. 이어서 사회개혁, 정신개혁, 지도력 개발의 문제도 예외는 아니었다. 필자는 이것도 '선교라면…' 가슴에 담고 기도하기 시작했고 동티모르 선교의 도화지 한 구석에 스케치해 넣었다.

그러나 가장 우선의 문제는 영적인 측면이었다. 나의 모토는 "교회가 살면 나라가 산다"였다. 부자 교회를 만들고자 함이 아니다. 진정한 하나님의 영이 회복되면 그 파장은 교회를 살릴 뿐 아니라 분명 나라도 살릴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이점은 성경 전반에 계시된 하나님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동티모르를 살리려면 '동티모르 교회를 먼저 살려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여기서부터 동티모르 선교 실행의 첫 단추를 끼우고자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현상과 현실 그리고 그 현상과 현실에 응답함으로 '함께 사는(Living Together)' 동티모르 선교의 스케치를 완성시켰다. 나는 이 선교의 스케치에 두 바퀴를 그려넣었다. 이 두 바퀴가 속도와 방향의 일치와 조화를 이루면서 동티모르 교회와 국가를 살리는 '하나님의 선교'의 수레를 밀고 나갔는데, 그 두 바퀴는 다음과 같다.

바퀴 하나는 대(對)교회적 책임(누가복음 4장 18,19절)이다. 자립목표로 현지교단과 교회 협력(만레우아나(Manleuana) 빌라델비아교회 세우기 - 한국산업 연수생 기회를 위한 한국어 교육), 미래의 교회지도자 양성(신학교), 목회자의 자립형 생계지원 프로젝트(쉐어링돼지농장 & 커피협동조합), 산골마을 교회 청(소)년 교육지원(에스더비전센터, 장학관) 계획을 세웠다.

두번째 바퀴는 대(對)사회적 책임(로마서 15장 27절; 야고보서 1장 27절)이다. 바뚜보루 와우뿌 마을(샬롬 유치원, 메트로 초등학교 운영), 베또 마을(영어, 컴퓨터 교육), 베르마누레우 마을(예일 유치원 운영) 등 동티모르 복음화를 위해 도시와 산골 지역에 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로컬 NGO '아가파오Agapao'의 역할이 됐다.

동티모르를 살리는 이 두 바퀴 구상과 실천은 '만남'과 '대화'를 통한 동티모르 현지인이 나에게 안겨준 과제이자 선물이다. 이에 나는 응답했고 현장 선교사의 요청에 한국교회는 믿음으로 이 요청에 함께 응답해 주었다. 동티모르에서 하나님의 선교의 비전을 함께 본 것이다.



이대훈 목사 / 총회 파송 동티모르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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