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줄 수 없는 평화, 그러나 보여 줘야만 하는 평화

보여줄 수 없는 평화, 그러나 보여 줘야만 하는 평화

[ 땅끝편지 ] 신현광 선교사 8

신현광 선교사
2021년 10월 26일(화) 09:47
'평화의 잔치'에 참여한 인디헤나들이 무대에서 찬양하고 있다.
'평화의 잔치' 자리에서 준비한 선물을 나누는 모습.
나눔의 잔치 '평화의 잔치'에서 인디헤나 어린이가 선물을 고르고 있다.




매년 개최하는 '평화의 잔치(Fiesta la paz)'는 다양한 문화행사와 함께 바자회, 소외계층 초청 프로그램으로 학교와 교회, 지역사회의 기독교 문화축제이며 나눔의 축제다. 이때 열리는 자선바자회는 매출액 전부를 인디헤나 선교를 위해 사용하여 많은 성과를 이루고 있다. '평화의 잔치'는 '인디헤나 마을' 선교의 원동력이 된다. 학생들에게는 '인디헤나 선교'의 비전을 심어주어 정의와 평화 교육의 자리이다. 이 잔치는 파라과이의 다른 세속적 축제가 배워야 할 모델이라고 각종 언론에 소개 되었다.

지역사회에서 '평화의 잔치'는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잔치로서 평가받고 있다. 소외받는 인디헤나 성도들도 '평화의 잔치'에 참석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의 섬김을 받는다. 그들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체험하는 기회이다. 성별, 연령, 민족, 빈부의 차이, 종교, 삶의 방식. 모두 다르지만 함께 한자리에 모여 한 기쁨을 누리며, 차별이 없이 서로를 배려하고, 평화를 누리는 '평화의 잔치'다

복음을 전하는 것, 평화를 증거 하는 것이 추상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추상적이고 보이지 않아도, 보여줄 수 없는 그 길을 인도하는 것이 선교가 아닐까? 어느 해 '평화의 잔치'에서 우리 학교의 선생님들과 함께 찬양을 했다. 중창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선생님들이다. '평화, 평화로다 맑은 가락이 울려나네' 찬양을 연습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처음 모인 날, 정말 깜짝 놀랐다. 선생님들의 찬양소리가 옛날 시골교회 부흥회의 할머니들보다도 더 엉터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을 정확하게 하려고 피아노의 음에 맞추어 발성연습을 했다. "도, 미, 솔, 도~" 음높이가 전혀 맞지 않았다. 처음부터 시범을 보이며 "다같이, 도~" 선생님들도 따라서 "도~", 음이 안 맞는다. 발음은 분명히 '도'라고 하는데 음높이는 '도'가 아니다. 심지어 어떤 선생님은 나와 같은 표정과 자세로 "도~"를 하고 있지만 전혀 다른 음을 내고 있었다.

피아노로 정확한 '도'의 음높이 소리를 들려주고 이렇게 소리를 내야 한다고 하니 이해를 못한다. 음높이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목사님이 '도'라고 해서 '도'라고 하는데 왜 틀렸다고 하나요?", "목사님처럼 손을 앞으로 하고 배에 힘을 주고 불렀는데 왜 틀렸다고 하나요?" 오히려 선생님들이 나를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음을 조금 높이라면 소리만 크게 지른다. 발음도, 표정도, 자세도 시범을 보일 수 있지만 음정은 보여 줄 수 없다. 정확한 음높이의 소리를 들려 줄 수 있어도 소리를 정확하게 내게 할 수 없다. 복음, 하늘나라, 구원, 십자가, 평화, 정의, 사랑, 희생과 같은 것을 어떻게 말 한마디로, 이벤트 한번으로 전달할 수 있겠는가? '도~'라는 발음, 입모양, 표정과 자세가 절대 음 '도'가 아니듯이 우리가 증거 하는 것은 보여 줄 수 없는 것이다.

'평화의 잔치'는 우리가 원하는 평화로운 세상의 모습이며, 하나님 나라의 모습이다. 부자와 가난한 자, 사회의 상류층과 소외받은 인디헤나, 남자와 여자, 어른과 어린이 모두 차별이 없이 서로 섬기고 함께 기쁨을 나누는 자리가 어찌 '평화로운 세상'이 아니겠는가? 평화는 홀로 느끼는 감정이 아니고 함께 만들고 누리는 은혜이다. 인디헤나 형제들에게 그들을 위해 기도하며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학교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우리가 함께 살아야 할 형제들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선교사가 전해야 할 것이 아무리 추상적이어도 보여주어야 할 것이 있다. '평화'는 보여 줄 수 없어도 '평화를 만드는 사람', '평화로운 삶'을 사는 모습은 보여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신현광 목사 / 총회 파송 파라과이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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