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우리 진짜 선교지로 갑시다

자, 우리 진짜 선교지로 갑시다

[ 땅끝편지 ] 파라과이 신현광 선교사 (7)

신현광 선교사
2021년 10월 19일(화) 11:10
신현광 선교사가 인디헤나 어린이들의 눈 높이에서 성경말씀을 전하고 있다.
라 빠스 학교 학생들이 인디헤나 학교에서 봉사하고 있다.
어느 한해 국제선교 단체에서 주최하는 남미 선교 집회가 브라질 이구아수에서 열렸다. 그 중 두 팀이 파라과이에 단기선교 실습을 위해 왔다. 우리 사역지에 한 팀이 오고, 다른 지역에 한 팀이 갔다. 방문하는 선교 팀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생각했다. 단기 선교의 힘들고 어려웠던 생활만 기억 난다면 분명 실패한 선교여행이다. 단기 선교는 극기 훈련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교지의 사역을 보고 체험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선교의 역할을 찾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 되어야 한다. 선교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중에 이런 것이 선교지에서 필요한데 내가 그 일로 선교에 동참하겠다"는 고백을 할 수 있다면 좋은 선교여행이 될 수 있다.

단기 선교 팀이 '선교지에 다녀와서 은혜 받았다'는 내용이 주로 '선교지에서의 고생'이라면 잘못된 것이다. 선교는 고생만 하는 것이라든지, 무슨 극적인 사건이 일어나야만 선교라든지, 힘들고 환경이 어려운 곳이 진짜 선교지라든지, 특별한 사람만 선교사가 될 수 있다든지…. 선교사를 보며 불쌍해서 도와주고 싶은 선교사가 아니라 정말 멋있는 선교사, 그래서 나도 되고 싶은 선교사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단기선교의 활동은 특별한 다른 프로그램이 준비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사역에 구체적으로 동참하는 활동이었다. 생활도 우리와 같은 집에서 같이 먹고, 같이 자고, 선교사의 생활을 체험하도록 했다. 선교사의 삶이 보통 사람의 생활과 다르지 않음도 보여주었다.

파라과이에 온 두 팀 가운데 한 팀은 우리 사역지에 왔고, 다른 팀은 상대적으로 우리 사역지보다 더 작은 도시에서 그 지역의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역하는 선교사에게 갔다. 그 곳에 갔던 단기 선교 팀의 청년 한사람이 감기 몸살을 앓게 되어 우리에게 도움을 부탁하러 그곳의 선교사가 왔다. 그 때 이 선교사가 이런 말을 했다. "전방에서 환자가 생겨서 후방에 데리고 왔어요." 그리고 그 청년이 회복된 후 다시 돌아가면서 "자~ 우리 진짜 선교지로 갑시다." 그가 말하려는 것은 자신의 사역지가 물이 안 나오고, 바람이 불어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매우 열악한 환경이라는 것이었다.

선교지가 전쟁터가 아니기 때문에 '전방', '후방', '최전선'과 같은 군사적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러나 굳이 그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면 선교의 전방은 어디일까? 전방이 있다면 후방은 어디일까? 선교는 "교회가 섬기는 자의 모습으로 모든 경계선을 넘어가는 것이다"라고 한다. 그렇다면 경계선이 있는 곳이 전방이 아니겠는가? 단지 상대적으로 환경이 더 어려운 곳이 전방이 아니다. 장벽이 있는 곳, 넘어야 할 경계가 있는 모든 곳이 선교의 전방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이나, 미국이나, 이곳 파라과이나, 도시나, 시골이나 어디든지 이 세상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알아야 할 사람들이 있는 곳이 선교의 최전선이다.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가 선포되어져야 하는 곳은 어디나 선교의 최전방이다.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막힌 담을 허셨던 예수님의 사랑이 필요한 모든 곳이 선교의 최전선이다.

파라과이가 가난하고 정국이 안정되지 못하고 치안이 나쁜 것 때문에 선교의 전방일까? 경제적 빈부, 사회적 계층, 인종, 성별, 종교,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로 나누어진 모든 장벽! 그 장벽을 넘어 그리스도 사랑을 전하는 여기가 '선교의 전방', '진짜 선교지' 아닐까?



신현광 목사 / 총회 파송 파라과이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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