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

[ 땅끝편지 ] 파라과이 신현광 선교사 (6)

신현광 선교사
2021년 10월 12일(화) 08:02
출산한 인디헤나 가정을 심방하여 기쁨을 나누고 있는 신현광 이미경 선교사 부부.
2007년 새 학기를 시작할 때 학교에 2인조 권총강도가 들어왔다. 입학기간이라 입학금과 수업료, 그리고 교과서비 등으로 받은 모든 것을 빼앗아 달아났다. 신문과 라디오, 텔레비전 뉴스에도 방송되었다. 강도들은 그날 아침 자신의 자녀를 입학시키려는 학부모로 가장하여 학교의 정보를 알아보고 돌아갔다. 그들은 오후에 다시 와서 입학 상담하는 척 하다 갑자기 권총을 들이대고 강도로 돌변했다. 교감선생님과 비서 그리고 교사 두 명의 손발을 묶고 입을 틀어막고 위협하여 금고를 털어 달아났다. 그동안 파라과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자동차가 몇 바퀴를 구르는 대형 교통사고를 세 번이나 겪었다. 수많은 부정과 부패의 피해도 겪었다. 사회적 시위대가 폭동으로 변하는 공포도 느꼈다. 승용차 유리를 깨고 카메라를 훔쳐가고 학교의 비품을 훔쳐가는 크고 작은 도난사건도 있었다.

학교에 강도사건이 난 이후로 한동안 낯선 사람만 봐도 경계를 했다. 인디헤나 마을을 가는 외진 숲길에서 앞서오는 자동차를 만나면 혹시 강도가 아닐까 겁이 났다. 학교의 규모가 커지며 이전에 경험하지 않았던 사건들이 생겼다.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도 많이 있다. 무엇 때문에 이곳 파라과이에 왔는가? 과연 파라과이 사람이 내 이웃인가? 무엇 때문에 이런 사역을 하는가? 한 동안 힘이 들었다.

사역에 대한 어려움도 아니고 재정에 대한 어려움도 아니었다. 힘이 없으면 부족한대로, 있으면 감사하며 사역했다. 그러나 파라과이에 선교사로 와서 파라과이 사람을 경계해야 하는 마음이 힘들었다. '우리가 당신들을 위해서 이렇게 헌신하는데 왜 우리를 힘들게 하는가'하는 원망하는 마음이 들었다. '우리가 이렇게 힘들게 사역하는 것을 알아주는 사람도 없구나'하는 외로운 마음도 생겼다. 부끄럽지만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터놓고 이야기 할 사람도 없었다. 멀리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이것이 우리들의 생각이었다.

어느 주일예배 설교를 하는 중에 우리가 힘들었던 이유를 깨달았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가 있는 누가복음 10장 25~37절의 말씀이었다. 그 말씀에서 우리의 질문이 잘못된 것을 알았다. 어떤 율법사처럼 나도 이렇게 질문했다. "내 이웃이 누구오니이까." 나는 이 사람들이 내 이웃이라고 여기며 사랑하려고 노력하며 이곳 파라과이에서 사역하고 있는데 이들은 내게 왜 이럴까? 그런데 예수님은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말씀하시고 다시 율법사에게 물었다. 또한 나에게도 물으셨다. "이 세 사람 중에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 예수님에게는 누가 '내 이웃'인가가 중요하지 않았다.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누가 되는가가 중요하셨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도 이와 같이 하라"

어쩌면 예수님은 우리의 힘 들었던 것에는 관심이 없으신 것 같다. 우리의 사역, 우리의 열정, 우리의 확신, 우리의 생각, 우리의 계획, 우리의 감동으로 하나님의 나라가 전해지는 것이 아니다. 예수님의 관심에 우리가 동참할 때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그동안 힘들게 했던 그 환경들은 변함없을지 모른다. 우리의 힘들고 속상하고 포기하고 싶은 연약한 마음도 계속 될지 모른다. 그러나 예수님의 관심에 우리가 관심을 갖고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는 일도 계속 될 것이다. 손해를 보고 힘이 들고 위험이 생기고 알아주지 않아도 예수님이 관심을 가지셨던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는 일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 이웃이 바로 우리가 되기를 원하시며 말씀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듣는다. "너도 가서 이와 같이 하라"



신현광 목사 / 총회 파송 파라과이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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