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 삶의 자리로 더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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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끝편지 ] 태국 이호연 선교사(4)

이호연 선교사
2021년 07월 06일(화) 11:23
마을의 한 가정을 심방하고 있는 이호연 선교사.
마을 분들과 한팀이 되어 동네 축구 대회 참가하기.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필자.
태국어를 배우기 위해 공부하던 시절. 방콕에 있는 ULS 태국어 학원에서.(뒷줄 맨 왼쪽)
선교사가 교회와 가족들의 환송을 받고 선교지에 도착하면 맞닥뜨리는 모든 것은 이상 속의 일이 아니라 현실이다. 평생 살아왔던 사회와는 전혀 다른 세상의 모습에 어색하고, 당황스럽지만 그제야 '내가 다른 나라에 와 있구나'를 실감하게 된다. 아내와 16개월짜리 아이를 데리고 방콕에 도착했을 때 그 느낌과 감정은 13년이 지난 지금도 아련하게 남아있다.

선교지에 도착하게 되면, 선교사에게 가장 먼저 주어진 일이 문화 적응이다. 새로운 문화권에 들어가면 누구나 어린아이가 되는 경험을 한다. 거리의 표지판 하나 읽을 수도 없고, 사람들의 말을 하나도 알 수 없다. 그저 눈치만 보면서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하고, 누가 말을 시켜도 웃기만 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신임선교사들에게 두려운 마음을 준다.

필자도 초창기에는 어디를 가든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영어가 조금이라도 통하는 곳을 만나면 얼마나 다행이라고 느꼈던지 모른다. 그래서 선교사들이 선교지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언어를 배우는 것이다. 언어를 배우는 것이야말로 가장 빨리 그 문화에 적응하는 길이기도 하다. 아직 몇 마디 배우지 않았지만, 배운 말을 사용하려고 한마디 한마디 하게 될 때, 그동안 두려웠던 감정은 호기심으로 바뀌게 되고, 적극적으로 상황을 대하게 된다. 그 가운데 실수를 연발하지만, 그러한 과정들을 겪으면서 그 문화가 어느새 편해지게 된다.

언어라는 것은 복음을 현장에서 소통시켜야 하는 선교사에게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이며, 가장 중요한 도구임에 틀림이 없다. PCK 태국선교사회도 신임선교사가 오게 되면 최소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언어공부만 하게 한다. 필자와 아내도 방콕에 도착 후 한 달 즈음부터 언어학원에 등록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당시 어린아이를 혼자 집에 두고 갈 수 없기에, 오전에는 내가 공부를 하고, 오후 수업에 맞추기 위해서 아내가 지상철 역 앞에서 아이를 건네주고 학원으로 갔다. 어떻게 그렇게 했나 싶지만, 그때 그렇게 열심히 한 덕분에 그나마 사역현장에서 한마디라도 더 할 수 있게 되었다.

13년이 지난 지금은 문화와 언어를 다 적응했다고 할 수 있을까? 어떤 기준에서 적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선교 초창기에 언어는 평생 해야 한다는 말을 선배 선교사들에게서 들었었다. 그때는 그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대략 10년 정도가 되었을 때,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선교사는 외국인이고, 끝까지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선교사가 현지인들의 삶의 자리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문화, 그리고 무엇보다 언어이다. 백 번, 천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언어는 중요하다. 그런데 언어와 문화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할 즈음, 다시 공부에 소홀하게 되고 안주하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더 들어갈 수 있음에도, 스스로 여전히 그들의 자리에 함께하지 못하고 있었다.

바울은 고린도전서에서 "내가 여러 사람에게 여러 모습이 된 것은 아무쪼록 몇 사람이라도 구원하고자 함이니"라고 하면서 어떻게든 그들에게 더 가까이 가고자 했다. 선교사도 마찬가지이다.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유대인에게는 유대인처럼, 태국인에게 태국인처럼 보이고 싶다. 주님은 준비된 만큼 쓰신다. 나는 귀해서 가끔 쓰이는 그릇보다, 자주 쓰이는 평범한 그릇이 되고 싶다.



이호연 목사 / 총회 파송 태국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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