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건축이 좋은 삶 만들어 … 교회건축, 벽 쌓고 대문 닫는 형태 벗어나야"

"좋은 건축이 좋은 삶 만들어 … 교회건축, 벽 쌓고 대문 닫는 형태 벗어나야"

[ 문화 ] 건축가 승효상 장로가 전하는 '터무늬' 있는 건축 이야기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5년 04월 27일(월) 18:47
   

"아파트에 사십니까? 그렇다면 여러분은 지금 '터무늬'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아파트는 '터무늬'없게 지어졌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 20일 문화법인이 주최한 '문화목회전문가 양성을 위한 문화목회콜로키움'에서 승효상 대표(이로재ㆍ동숭교회 장로)는 우리 시대의 도시와 건축에 대한 강의에서 "모든 땅은 다르다. 위도와 경도가 다르고 자연의 무늬가 다르다. 우리가 살면서 새기는 무늬도 다르다"면서 "모든 땅은 어떤 도시가 되고 싶어하는지 항상 이야기하고 있다. 그 땅이 원하는 것을 그려줘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도시는 억지로 산을 깎고 계곡은 덮으면서 '터무늬' 없는 도시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195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세워진 '프루이트이고'라고 하는 2700여 세대의 주거단지를 예를 들면서 "이 도시는 '미래의 완벽한 청사진'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당시 세계 건축계를 이끈 르 꼬르뷔제와 국제건축가회의가 주창한 신도시 '마스터플랜' 강령을 바탕으로 흑인과 백인을 나누고 모든 공간을 기능화하고 재단하면서 철저하게 모더니즘의 이론으로 만들어졌다. 우리의 삶을 분류하고 재단하고 구획하는 방식의 도시에서 사람들은 행복했을까?"라고 물었다. 물론 아니었다. 계급화된 사회에서 벌어진 분쟁은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연일 강력범죄가 벌어졌다. 결국 가장 흉악한 범죄집단의 소굴로 변하면서 정부는 도시 건립 17년 만에 다이너마이트로 폭발시키고 만다. 신도시 '마스터플랜' 강령은 이후 서양에서는 완벽하게 사라졌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신도시 '마스터플랜'강령이 우리 땅에 들어오게 됐다. 5년만에 50만명이 생겨난 도시 '분당'은 철저하게 서양의 '마스터플랜'방식을 따랐다. 하지만 승 대표는 "우리의 도시는 실패하지 않았다. 다만 도시가 아니라 부동산이 성공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치와 부동산, 엄청난 토목자본의 야합을 통해 수도권을 넘어 전국적으로 같은 모양의 신도시가 생겨나고 있고 사람들은 그것이 행복인 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천편일률적으로 만들어지는 우리의 도시에 대해 "분규와 갈등을 양산하는 것은 물론 지역적 정체성까지 상실해 버렸다"고 지적하면서 "우리가 살아내고 있는 도시는 생존을 위해서 결단코 타협할 수 없는 전선을 형성한 채 대립하고 있는 풍경이다. 갈등과 분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모습인 것이다. 우리 사회가 굉장히 많은 문제가 있는데 대부분 우리가 잘못 만든 도시공간에 기인한 것이다"고 확신했다. 이에 대해 승 대표는 "건축은 우리들의 삶이기 때문에 좋은 건축에서 좋은 삶이 만들어지고 나쁜 건축에서 나쁜 삶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에게 좋은 건축은 무엇일까? 만만한 크기에 검박한 재료와 담백한 색채로 단순한 모양을 하고 있는 집, 건축 자체가 아니라 삶이 목적인 건축이 좋은 건축이고 이것이 건축의 윤리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소위 달동네'를 가장 완벽한 도시로 꼽았다. 그는 금호동의 '달동네'와 세계적인 관광도시 에게해의 '산토리니'를 비교하며 그 두 마을의 차이를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의 달동네는 '허물어져야 하는 동네'라는 것이 다르다고 했다. 승 대표는 "'달동네'는 개발되어야 한다. 그러나 얼마든지 공간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 개발된다면 하늘아래 더욱 아름다운 동네로 만들 수 있는데 우리는 토건자본에 의해 붉은 깃발이 꽂혀지고 어느덧 천편일률적으로 아파트가 들어선다"면서 "이런 것이 건축이라면 나는 건축을 하고 싶지 않다. 이는 건축이 아니라 우리의 공동체를 와해 시키는 테러이고 범죄적 행위이기 때문"이라고 강하게 거부했다.

문제는 이런 도시 속에 있는 교회들의 모습이다. 그는 "교회는 뾰족탑을 세워야 교회다워 보인다고 여기는것 같다"면서 "그러나 교회건축은 뾰족탑에 네온의 십자가, 붉은 벽돌이면 더 좋고 굳은 철문과 높은 담장으로 이웃에 닫혀 있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선택된 자들만 구원받는다는 모습으로 벽을 쌓고 대문을 둘러 단절된 형태를 갖는 교회는 안된다"는 그는 "교회 건축은 근본적으로 신을 감동시키는 건축이 아니라 우리 인간을 감동시키는 건축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윤리적 건축이며 좋은 건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승 대표는 1986년 독일 함부르크 남쪽 외곽도시 하르부르그의 작은 광장에 세워진 홀로코스트 기념탑을 소개했다. 사방 1m 높이 12m의 단순한 형태로 설계된 이 탑은 매년 2m씩 땅 속으로 사라지게 만들어져있다. 작가는 시민들에게 나치시대 당했던 기억들을 탑의 표면에 써줄 것을 당부했고, 시민들은 파시즘에 받았던 박해와 고통을 낙서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슬픈 기억이 탑 위에 새겨지면서 탑의 표면은 분노와 슬픔 고통의 글들로 뒤덮였다. 그리고는 그 고통들이 그들의 몸에서 떨어져 나와 땅 속으로 파묻혀 마침내 1993년 사라졌다.

승 대표는 "작가는 불의에 대항하는 것은 탑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어야 한다고 했다. 인공의 구조물은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으며 영원한 것은 우리가 그때 거기에 함께 있었다는 것, 그 기억만이 진실하다는 것이다"라면서 "언젠가 우리도 그리고 지금의 건축물도 어떤 이유로든 사라질 것이다. 우리가 함께 살았다는 기억만 남게 될 것이다. 후손들에게 잠시 빌려 쓰고 있는 이 땅, 우리가 어떤 건축과 도시를 만들어 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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