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자와 함께 울고 함께 아파한 사람들 이야기

우는자와 함께 울고 함께 아파한 사람들 이야기

[ 교계 ] <세월호 1주기 기획>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하는 오현선, 장헌권, 오상렬 목사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5년 04월 14일(화) 14:50
   
▲ designed by 김기호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되는 날이다. 그러나 전국민을 충격과 슬픔에 빠뜨렸던 그 사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1년의 시간동안 우리 정부와 사회는 사건을 제대로 파악도 못했고,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는데도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계 각층의 여러 사람들이 여전히 세월호 유가족들이 있는 현장에서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이들과 함께 울어주고 있는 모습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희망과 온정이 남아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소속의 목회자 중에도 우는 자와 함께 울고 아픈 자와 함께 아파하는 이들이 있다. 호남신대의 오현선 교수와 기독교평화센터장 오상렬 목사, 총회 인권위원회 위원장 장헌권 목사 등이 대표적인 인물들. 이들의 공통점은 꾸준함과 진정성을 바탕으로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들의 신뢰를 전폭적으로 받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신뢰받는 유가족 엄마들의 '언니'

오현선 교수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과 함께 팽목

   
▲ 오현선교수(지난해 대림절 기간 세월호 유가족에게 선물한 곁에머물다 수필집 낭송회에서)

항 기독교부스에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이후 8월 11~31일까지 팽목항에서 안산까지 세월호 실종자 귀환을 염원하는 '생명과 정의의 도보순례'를 펼쳤다.
 
이후에도 오 교수는 틈만나면 안산을 찾아 유가족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울었다. 세월호 관련 시민단체나 조직의 공식적인 직함을 가진 것도 없고, 공식적인 일을 한 것도 아니지만 주변의 증언에 따르면 세월호 유가족들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기독교 인사 중 한 명이 바로 오 교수라고 입을 모은다. 오 교수는 자신의 활동에 대해 "그저 옆에 가서 같이 우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그녀의 말대로 같이 울어주는 그 단순한 행동을 통해 오 교수는 유가족들이 개인적인 고민을 토로하는 이른바 '친한 언니' 같은 존재가 됐다. 오 교수는 주변에 알리지 않고 8개월간 팽목항에서 동생을 기다리던 오빠를 그 부모와 상의 후 자신의 미국여행시 데려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자신을 새롭게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자신도 필자로 참여한 공동 수필집 '곁에 머물다'를 유가족에 전달했으며, 신학자로서 세월호 참사 신학화 작업에도 참여했다.
 
오 교수는 참사 1주기가 되는 16일에는 도보행진을 같이 했던 제자들과 함께 팽목항을 찾고, 토론회를 통해 자신들의 경험을 나눴다. 오 교수는 "교수로서 시간이 많지 않아 마음만큼 함께 못하는 것이 아쉽다"며 "부모들은 우리에게 기억해달라고 선체 인양에 힘을 실어달라고, 이 참사의 증인돼 달라고 호소하고 있는데 '증인(witness)'은 '함께 하는 것(withness)'임을 한국교회가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 상주'로서 재판에 참석하는 유가족 도와

세월호 참사의 재판은 광주에서 열렸고, 항소심도 광주고등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공판이 열릴 때마다 유가족들은 안산에서 광주로 향한다. 이때마다 유가족들은 총회 인권위원회 위원장 장헌권 목사(서정교회)를 찾는다. 장 목사는 재판이 열릴 때마다 이들과 함께 방청을 하며, 기자회견을 돕는다. 시민들의 자발적 모임인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 시민 상주 모임'의 일원으로 장 목사는 유가족들이 광주에 오면 이들의 식사를 챙기고 가장 가까이에서 이들의 필요를 채운다.
 
재판이 지속되면서 장 목사는 유가족들이 신뢰하는 의지의 대상이 됐다. 신앙이 없는 가족들까지 장 목사에게 기도를 부탁할 정도. 장 목사는 "유가족들이 광주

   
▲ 장헌권 목사.

에 오시면 저를 찾으시는데 처음에는 가까이 갈 수 없는 유가족이라는 조심스러움이 있지만 이제는 친밀함속에서 가족의 아픔을 그대로 진솔하게 소통하고 있다"며 "유가족들뿐 아니라 법원 직원, 주차관리 요원, 형사들까지도 세월호 가족들을 위해 고생한다며 고마움과 배려를 해주시는데 아직도 우리 사회에 따스함이 남아있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장 목사는 총회 인권위원장 이외에도 광주 NCC 회장으로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는 등 광주지역의 목회자들과 함께 연대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장 목사는 "성역없는 조사와 철저한 책임자 처벌, 그리고 존엄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유가족들을 위한 치유와 회복의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일을 하면서 마음이 너무 힘들 때가 많지만 철저하게 성령님의 도움을 청하며 일을 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함께 마음을 같이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목요기도회 이끌며 조용한 위로 행보

현재 안산에서는 올해 1월 8일부터 '세월호 가족과 함께 하는 목요기도회'가 매주 목요일 저녁 진행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 기도회를 통해 교회가 자신들을 잊지 않았음을 확인하며 위로를 받고 있다. 이 목요기도회가 시작되고 진행될 수 있도록 한 이가 바로 오상렬 목사(기독교평화센터)다.
 

   
▲ 세월호가족들과 함께 하는 기도회를 인도하고 있는 오상렬 목사.


오 목사는 세미나와 도보순례 참석 후 실종자 및 유가족들과 한사람씩 만남을 갖다가 친분이 깊어져 기독교인 세월호 가족들로부터 안산분향소 기독교부스에서 1주일에 한번이라도 정기적인 기도회를 진행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오 목사는 이를 위한 2개월의 준비과정을 거쳐 세월호 가족과 함께 하는 목요기도회를 1월 8일 첫 주 목요일부터 시작해 매주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오 목사는 희생자 부모 이외에도 형제 및 자매의 상처에도 주목하고 이들과의 만남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희생자 형제 및 자매 4명과 함께 일본 고쿠라 나가사키로 평화기행을 함께 떠나 신뢰감과 친밀감을 형성하기도 했다.
 
오 목사는 3월부터 교회 간담회와 북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오 목사는 "목요기도회가 안정적으로 자리잡으면 오는 5, 6월부터 기도회 장소에서 외부 강사들을 초대하여 인문학 강좌와 문화콘서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세월호 가족과의 만남을 풍성하고 깊게 진행할 계획"이라며 "교회가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 간담회 혹은 콘서트를 진행한다면 유가족들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교회의 관심을 요청했다.
 
현재 교계에서는 위에 언급한 3인의 목사 이외에도 여러 인사들이 다양한 형태로 유가족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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