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게 잘 사는 법? 찰진연기로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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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 ] 극단조이피플의 고전열전 시리즈 '날개잃은 천사' 무대 올리는 열혈 청년들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5년 03월 10일(화) 16:46
   

서울에서는 이보다 작은 소극장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소극장 중의 소극장'인 북촌나래홀 무대는 배우들의 떨림을 관객들이 고스란히 공유하며 관객과 배우가 하나가 되는 곳이다. 이 곳에서의 공연은 내가 관객인지 배우인지 모를 정도로 관객과 배우가 하나가 된다. 마치 서로의 심장박동까지도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하나님으로부터 벌을 받은 천사 미가엘이 구두장이 시몬의 집에 머무르면서 '사람의 마음 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세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을 그려낸 이 무대는 한마디로 재밌다. 배우들의 찰진 연기와 위트 넘치는 대사, 그리고 감미롭지만 힘있는 음악이 어우러져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관람할 수 있다.

그리고 아직은 '미생'이지만 언젠가는 '완생'으로 성장할 네 명의 배우가 화려하지는 않지만 연기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톨스토이가 전하려는 극의 메시지를 따뜻하면서도 진실되게 풀어내는 무대가 공간은 작아도 켤코 '작은 무대'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극을 이끌어간다.

지난 6일 첫 무대를 올리기 9시간 전에 배우들을 만났다. 전세기(31세, 중앙성결교회) 아린(30세, 평강교회) 김솔로몬(27세 지구촌교회) 황의진(26세, 한빛교회).

아직은 젊고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더구나 '연기를 통해 하나님의 기쁨이 되고 싶은' 네 명의 크리스찬 배우들이다. 이들은 모두 '배고픈 연극배우'이고 연기를 시작한지 길게는 5년에서 짧게는 1년 미만인 신인이다. 하지만 그들이 품은 연기에 대한 열정, 그리고 연기를 통해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하는 전도자로서의 사명감은 이미 '대스타'였다. 뮤지컬 '날개 잃은 천사'는 극단 조이피플의 '고전열전 시리즈' 가운데 '천로역정'에 이은 두번째 작품인데, 이 배우들은 '천로역정'에서 이미 한 차례 같은 무대를 경험했다.

크리스찬 배우들이 크리스찬 극단에서 성경을 모티브로 한 극으로 연기하고 있는 것. 4명의 배우 가운데 가장 큰 형님인 전세기 씨는 전형적인 교회 '문학의 밤'에서 처음 연기를 경험한 '문학의 밤 키즈'다. 특별히 하고 싶었던 것이 없었던 소년은 첫 무대에서 연기에 대한 뜨거운 설레임을 경험했고 또 그 무대 위에서 하나님을 만났다. 그리고 '죽으면 죽으리라'고백하며 "배우로서 하나님이 나를 쓰실 것"이란 확신으로 5년 째 대학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가 연기하는 시몬은 '술주정뱅이'로 내일에 대한 고민과 걱정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배역 중에서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의 시몬을 자연스러운 연기와 노래로 부담없이 소화해 내고 있다. 그는 이 무대를 "요즘 세상이 추구하는 진리나 가치관들과는 다른 방향의 삶을 제안하고 있다. 세상을 나쁘게 만드는 사람들이 착하게 잘 사는 방법들을 말해주는 뮤지컬"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성악을 전공했지만 클래식의 정적인 무대가 부담스러웠다는 미가엘 역의 김솔로몬 씨는 이번 무대가 천로역정에 이어 두번째다. 배 나오고 살찐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천사(?)의 모습은 아니지만 동네 오빠 같은 친근한 모습의 천사를 표현해 내는 솔로몬 씨는 "팍팍한 세상 속에서 사랑이 얼마나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지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찬양사역자가 되기를 바랐던 부모님의 기대에 힘입어 노래와 연극으로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하는 무대가 바로 내 자리라고 말하는 천사 미가엘이다.

성대 문제로 노래를 포기해야 했던 아린 씨는 그야말로 신인이다. 이 무대가 첫 정극무대이기 때문이다. 찬양사역자의 비전을 품었지만 목소리에 이상이 생기면서 더이상 노래할 수 없었을 때 조이피플의 김창대 대표를 만났다. "배역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경험하고 관객과 소통하는 무대에 대한 매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흥분된다. 건강을 허락되는 순간까지 무대에 서고 싶다"는 당찬 신인이다. 연기가 좋아 연극영화과에 진학했고 다양한 무대를 경험한 황의진 씨는 네 명 중 막내. 그는 이 무대가 무엇보다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하는 공연이라서 행복하다"고 했다. "내가 맡은 역할들에 내 삶이 적용된다. 내 고백이 되고 내 신앙이 되는 이런 무대가 좋다"고 신앙을 고백했다.

대학로 연극배우의 삶은 여전히 고되다. 더구나 '성극'무대에 서는 배우들의 삶은 더욱 처절하다. 전세기 씨는 "생계를 위한 다른 직업을 갖지 않으면 먹고 살기도 어려운 직업이 바로 소극장의 연극배우들"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도 무대를 떠날 수 없는 이유는 무대에 대한 열정과 떨림 때문이기도 하지만, 크리스찬 배우로서 문화선교사역자로서의 비전과 소명때문이다. 이 네 명의 배우들이 펼칠 날개짓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그리고 이번 무대가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터뷰를 마친 배우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일단 한번 와보시라고요! 하하하하". 일단 한번 가서 보자. 그들이 펼치는 뜨거운 무대의 향연을.

공연은 화요일과 금요일은 오후 8시, 토요일은 오후 3시30분, 6시30분이다. 이 무대는 공연장에서뿐 아니라 공연을 원하는 교회를 직접 방문하는 '찾아가는 뮤지컬'프로젝트로 기획됐다. 북촌나래홀 공연은 오는 5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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