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만들어가는 교회

평화를 만들어가는 교회

[ 교단 ] 광복 70주년 삼일절 총회장 담화문

정영택 목사
2015년 03월 04일(수) 10:52

우리 민족공동체가 일제식민주의의 억압 가운데 신음하고 있던 1919년 3월, 한국교회는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민족공동체의 운명을 성찰하며 독립을 통한 민족의 해방과 평화를 선언하였습니다. 3.1운동에는 당시 한국교회의 중심축인 장로교회가 교파와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서 한 마음으로 참여하며 전국 각지의 교회를 독립운동의 중심지가 되게 하였습니다. 한국교회가 정교분리의 이분법적 도그마가 지닌 실천적 한계를 출애굽에 기초한 민족구원의 신앙으로 극복하고 3.1운동에 적극 참여하므로, 서양외래종교가 아니라 민족공동체의 교회로 새롭게 탄생하는 전기를 마련하였습니다. 우리는 오늘 2015년 미완의 해방 70년, 분단의 자리에서 맞이하는 3.1운동 96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며, 민족공동체의 치유와 화해, 평화통일을 위한 한국교회의 사명과 역할이 무엇인지를 새롭게 확인하고 민족공동체의 온전한 해방과 평화를 위한 하나님의 구원행동에 참여해야 할 것입니다.
 
3.1운동 당시 숭고한 희생과 고난을 감내하며 순교의 자리에까지 이르렀던 신앙의 선배들은 민족공동체의 독립과 해방이 하나님의 뜻이며 하나님께서 교회에게 주신 사명으로 믿었습니다. 그 길이 복음으로 민족을 섬기는 길이라 여기며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인 민족공동체와 교회를 일심동체로 마음에 새긴 것입니다. 오늘 2015년 분단의 자리에서 3.1운동을 통해 보여주신 우리 민족공동체를 향한 하나님의 뜻과 교회의 사명을 새롭게 발견하고, 민족복음화의 과제와 민족공동체의 치유와 화해, 평화통일의 과제를 동전의 양면으로 인식하고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수난의 여왕'이라는 정체성을 가질 정도로 근현대사 속에서 고난의 역사를 살아온 우리 민족과 교회가, 치유와 화해, 해방과 평화에 대해 지니고 있는 인식론적 특권을 바탕으로, 동북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만들어 가는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사명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3.1운동의 정신 속에 새겨진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뜻으로 세상을 보면, 오늘 지구생명공동체가 맘몬에 의한 세속화와 빈곤의 세계화와 종교의 폭력화와 창조질서의 붕괴 등으로 총체적인 생명위기 상황에 있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신 냉전의 동북아시아와 열전의 중동아시아와 갈등하는 세계 속에서 억압과 분단과 대결 구도를 극복하고 생명을 살리는 교회가 되기 위하여 우리는 3.1운동의 정신 속에 담겨진 해방과 평화의 복음을 오늘의 상황 속에서 새롭게 이해하고 이를 구현해야 할 것입니다. 특별히 침략의 역사를 부인하고 군국주의의 망령을 되살리려는 일본이 과거를 반성하고 우리와 함께 동북아시아와 세계에 평화를 만드는 나라로 성숙해 가도록 그 과정을 선도하는 교회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오늘 이와 같은 한국교회의 시대적 사명은 교회내부의 갱신과 개혁의 과제를 동시에 부과합니다. 우리 교회 안에 깊숙이 내재된 분단의식이 남북 간의 냉전의식은 물론이요, 동서 간의 지역갈등, 빈부 간의 갈등, 세대 간의 갈등, 종파 간의 갈등, 탐욕과 이데올로기의 갈등으로 심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민족공동체의 치유와 화해, 평화통일을 위한 과정을 이끌며 우리가 가장 먼저 이루어야 할 일은 한국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에 연합되어 치유되고 화해된 생명정의평화공동체로 날마다 갱신되는 일입니다. 한국교회가 이렇게 변화되면 하나님께서 당신의 은총으로 한반도의 평화통일과 함께 치유와 화해를 통한 세상의 변혁을 이루어 가실 것입니다. 특별히 광복 70주년을 맞은 올해부터 2019년 3.1운동 100주년에 이르는 역사적 과정 속에서 3.1운동의 정신이 담고 있는 독립과 자유, 해방과 평화의 복음 정신이 한국교회 안에 확고하게 내재화되므로 민족공동체의 치유와 화해, 평화통일을 앞당기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2015년 3월 1일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총회장 정영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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