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처럼 소박하고 정겨운 음악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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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 ] 엄마들의 반란, ccm그룹 '마마스브런치'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5년 01월 27일(화) 13:56
   
 

육아는 인내의 연속이다. 새벽이고 밤이고 눈만 뜨면 '쭈쭈'달라고 우는 아기부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천방지축 아이들과 하루하루 전쟁을 치르다 보면 엄마는 어느새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앉아 있다.

거울을 봐도 이게 누군지 어색할 뿐이다. 머리는 언제 감았는지 심하게 떡져 있고, 오전에 내가 세수를 했는지 안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 목이 축늘어진 티셔츠에 무릎나온 바지까지. 오 마이 갓!

"얘들아! 나 못살겠어!"

절규의 전화 한 통화로 시작됐다. 네 명의 애기 엄마들로 구성된 CCM 그룹 '마마스 브런치(mama's brunch)'의 출발은 그랬다. 그리고 만 3년만에 첫 앨범 '마마스 브런치'를 출시했다.

지난 20일 강변의 한 카페에서 멤버들을 만났다. 멤버들은 "내 엄마가 차려주었던 소박하지만 정성과 영양이 가득한 가정식을 대접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면서 "하루의 몇 시간 만이라도 이 첫번째 브런치로 엄마들의 마음이 따뜻하게 데워지고 채워졌으면 정말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마스 브런치의 음악은 참 '엄마'스럽다. 화려하지 않지만 세련됐고 심심한 듯 소박하다. 자장가처럼 편안하고 태교음악처럼 평화롭다. 듣고 있으면 왠지 위로가 되는 느낌. 엄마들이 불렀고 엄마들이 좋아하고 아기들이 즐기는 앨범이다. 더 놀라운건 작사 작곡 편곡까지 대부분 멤버들의 손을 거쳤다. 마치 화학조미료 안 쓴 담백한 맛이 느껴진다고 할까. 믿고 먹을만한 브런치다.

기수는 다르지만 한국컨티넨탈싱어즈에서 선교하며 친분을 쌓고 교제를 나눴던 멤버 보컬 박미정 이미라 편성희, 피아노 윤지연 씨는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하고 모두 '엄마'가 됐다. 그 누구보다 큰 축복과 기쁨을 경험하면서도 육아를 통해 시련과 좌절을 맛봐야 했던 그들.

그들은 한결같이 "몇 년 동안 자모실에서 아이와 예배를 드리면서 예배자로서의 갈급함이 가장 컸다. 신앙이 바닥을 친 기분이었다"고 고백했다. 왁자지껄한 자모실에 한켠에서 아이와 예배를 드리는 것은 영적 전쟁의 시작이었다. 마음껏 찬양하고 예배하던 그 '좋은 시절'이 그리웠다. 무엇보다 하나님 앞에서 예배자로 바로 서고 싶었다.

   
 
리더 박미정 씨의 전화 한통화 "살아보자! 얘들아!"로 출발한 마마스 브런치(mama's brunch). 보컬 3명과 건반 1명으로 구성된 아줌마 CCM그룹인 '마마스 브런치'는 그저 "엄마로 예배자로 한번 잘 살아보자"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초기에는 '주부성가열창'이라는 이름으로 마음껏 찬양했고 교회사역도 했다.

울고 웃고 삐치고 다독이며 그렇게 3년을 보냈다. 그 사이 아이와 엄마는 자랐다. 기어 다녔던 아이는 뛰어다니고, 그런 날이 올까 싶었는데 불면의 밤도 하루하루 줄어들었다. 어느덧 밤에는 새로운 무엇인가를 꿈꿀 수 있는 여유까지 생겼다. 엄마들, "이제 제법 살만해졌어요"라며 웃는다.

이미라 씨는 "같은 어려움과 고민을 가진 엄마들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의 자리에서 당신들만 외롭고 힘들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고 싶어서 엄마들을 위한 첫번째 브런치를 차리게 됐다"고 했다.

사실 이번에 마마스 브런치는 앨범을 내면서 팀명도 바꾸게 됐다. "'브런치'란 말이 좀 거창하게 들리나요?"라고 묻는 편성희 씨는 "사실 엄마들의 브런치가 뭐 있나요. 남은 밥이나 빵 조각으로 대충 때우는 아침이죠. 가족들이 하나 둘 밖으로 나가면 청소하고 빨래하고…. 그리고 난 후 뒤늦은 아침을 챙기잖아요. 그 때 잠깐의 휴식. 그 시간을 담은 이름이 우리의 팀 명 '마마스 브런치'예요"라고 설명했다.

보다 다양한 사역을 통해 많은 엄마들을 위로 하고 싶다는 엄마들. 엄마들이 엄마들을 위로하는 음악, 엄마들이 엄마들을 위해 노래하지만 누구나 평안함을 누릴 수 있는 음악, 엄마 밥처럼 참 정겹다. 엄마들의 음악은 귀도 배부르게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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