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이에게 말을 거는 듯 등장인물의 심리묘사 탁월"

"읽는 이에게 말을 거는 듯 등장인물의 심리묘사 탁월"

[ 제16회 기독신춘문예 ] 동화 심사평

조성자 작가
2015년 01월 19일(월) 16:07

이번 겨울의 시작은 눈과 추위로 꽁꽁 얼어붙은 듯했습니다. 하지만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응모한 44편의 동화를 만난 덕분에 마음은 포근하고 따뜻했습니다. 물론 응모한 작품 모두가 동화의 틀을 갖춘 것은 아니었지만 제법 동화의 틀을 잘 갖춘 17편의 동화를 읽는 재미는 쏠쏠했습니다.

동화심사에서 눈여겨본 것은 서사가 안정적으로 짜여있는지, 주제는 명확하고 건강한지, 또 보편적인 언어를 사용했는지, 문장의 흐름은 무리가 없는지, 아이들의 고민이 진정성 있게 드러나 있는지 또한, 작가의 세계관이 이야기 속에 어떻게 녹아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미국의 화가 리처드 디벤콘(1922~1993)은 생명을 그림에 그리는 게 아니라 그림에 생명을 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동화를 쓰는 일 역시 글에 생명을 넣는 일입니다. 글 쓴 이의 영혼이 등장인물을 통해 얼마나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지 그것 역시 눈 여겨 보았습니다.

이런 기준으로 간추려진 작품 중 '혓바닥을 내밀어 봐', '윙크하는 로봇', '할머니 연구' 세 작품을 놓고 당선작을 결정하는 일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혓바닥을 내밀어 봐'를 당선작으로 최종 결정을 한 것은 이 동화가 심사 기준에 가장 접근했기 때문입니다.

이 동화는 억지로 교훈을 주려고 하지 않는데다, 읽는 내내 잔잔한 감동이 있어 동화에 몰입하게 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주인공의 탁월한 심리묘사 덕분에 등장인물이 살아 움직여 읽는 이에게 말을 거는 듯 했습니다. 가슴을 조이게 만드는 반전 역시 눈에 띕니다. 결말 또한 이야기의 무대가 시골이라는 점과 여름이라는 계절을 부각시켜 뽕나무의 오디를 푸르뎅뎅 사탕을 대신하게 한 것에서 작가의 재치와 치밀성이 돋보였습니다. 그런 점으로 보아 평소에 동화 습작을 많이 한 흔적이 보였습니다. 글 쓴 이가 앞으로 빚어낼 동화에 자못 기대가 큽니다.

가작으로 선정된 '윙크하는 로봇' 은 위탁모 일을 하는 엄마와 솔찬이의 갈등 묘사를 잘 표현했습니다. 결말에 신비가 먹고 남은 분유통으로 만든 로봇에도 의미부여를 잘 했습니다. 다만 아빠와 엄마가 위탁모에 대한 이야기를 솔찬이에게 미리 의논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쉬운 점입니다.

이번에 결실을 못 낸 분들은 좋은 동화를 많이 읽고 생각하고 쓰다 보면 한 송이 국화꽃 같은 아름다운 동화의 꽃을 피울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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