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도 안돼 또 찬송가 만든다? 거부감 크다

10년도 안돼 또 찬송가 만든다? 거부감 크다

[ 교계 ] 새 찬송가 제작은 판매와 직결, 가장 큰 손해는 교인들이 질 것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5년 01월 12일(월) 14:42
   
▲ 서울 시내 한 교회의 예배 장면. 교인들이 개인 찬송가 대신 화면에 뜨는 가사를 보며 찬양을 부르고 있다. 사진/장창일 차장

현재 한국교회 교인들이 사용하는 21세기 찬송가 대신 '새 찬송가'를 만들어 사용하겠다는 논의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이미 '새 찬송가' 개발에 동의한 교단들이 있고, 이와 동시에 21세기 찬송가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한 교단들도 있다. 또한 모 출판사 주변에서는 "결정만 되면 당장이라도 출판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개발이 진행됐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일정들이 나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만약에라도 완전히 새로운 찬송가가 나올 경우 예상되는 혼란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가장 먼저 '하나의 찬송가'를 불러 왔다는 전통이 무너지게 된다. 한국교회가 그나마 안정적으로 연합해 온 찬송가마저 분열될 경우 '화합하지 못하는 교회'라는 명에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고, 또 다시 찬송가를 하나로 합치기 위한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기 위해 힘을 쏟아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무엇보다 '새 찬송가'가 보급될 경우 가장 큰 '손해'를 교인들이 입게 된다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새 찬송가 개발^보급'이라는 등식은 상식이다. 더나아가 보급은 판매와 직결된다. 새 찬송가가 나오고 교회에서 이를 채택할 경우 교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라도 찬송가를 구입해야 한다. 하지만 교인들이 2006년말 21세기 찬송가가 나온 뒤 성경, 찬송 합본을 구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점은 '새 찬송가 보급'을 어렵게 할 가장 큰 난제다. 게다가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찬송가를 새로 만들 필요가 있냐는 거부감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2006년 당시와 비교해 교회문화도 많이 달라졌다. 우선 교회들마다 영상장비를 갖추고 찬송가 가사를 화면에 띄워주는 것은 물론이고 교인들이 스마트폰에 성경과 찬송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아예 성경ㆍ찬송을 갖고 다니지 않는 교인들의 수도 상당하다. 젊은 교인들의 경우 성경, 찬송 어플리케이션조차 다운받으려 하지 않고 그때그때 네이버나 다음, 구글과 같은 검색엔진에서 성경구절과 찬송가를 검색해 사용하는 일도 다반사다.

결국 새 찬송가를 만들어도 무료로 배포하거나 가격을 일시적으로라도 대폭 낮추지 않으면 21세기 찬송가를 보급할 때처럼 교회별로 단체 교체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서 새 찬송가의 가격을 일시적으로 인하하는 것도 현행법상 불가능하다.

21세기 찬송가의 보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에 앞서서도 새 찬송가 보급 문제는 마지막 남은 난관이었다. 당시 한국찬송가공회는 단권 찬송가(비닐 커버 찬송가)를 무상보급하는 방안을 연구하기도 했지만 성경과 찬송이 함께 붙어 있는 '합본'을 사용하는 우리나라 교인들의 특성상 단권 찬송가 무상배포는 논의에만 그치고 실행되지 못했다. 결국 21세기 찬송가는 당시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이 새롭게 개정되는 것을 기다렸다가 합본으로 제작해 배포했고 교인들은 다소 인하된 가격에 합본 성경, 찬송가를 구입했다. 이렇게 우리나라 전체 교인들 대다수가 성경과 찬송을 교체한 것이 2006년말~2007년, 지금으로부터 고작 8~9년 전 일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새 찬송가 개발 논의가 나오고 있는 것은 (재)한국찬송가공회과 비법인 찬송가공회 사이에 불거지고 있는 갈등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이런 갈등 속에서 21세기 찬송가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재)찬송가공회에 맞서 새 찬송가를 만들어 보급하려는 시도는 자칫 교인들에게 찬송가를 놓고 다툼을 벌이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 결국 양측의 갈등을 새 찬송가 보급으로 풀겠다는 접근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일로 더 큰 갈등을 초래할 시발점이 될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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