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찬송가, 차라리 리모델링 하자

21세기 찬송가, 차라리 리모델링 하자

[ 교계 ] 교인들, 익숙한 찬송가 쏠림 현상 커 "또 만드는 건 문제"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5년 01월 05일(월) 15:05

 전능왕 오셔서(10장), 옳은 길 따르라 의의 길을(516장), 내 임금 예수 내 주여(313장), 세상의 헛된 신을 버리고(322장), 귀하신 주여 날 붙드사(433장). 이 찬송곡들은 교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고 예배 중에도 즐겨 불리는 대표적인 찬송이다. 하지만 이 찬송곡들이 예배 중 즐겨 불리는 곡이라는 것 외에도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일제시대 때 조선총독부에 의해 검열을 당했던 곡이라는 사실이다.

교회사가 김수진 목사는 "이 곡들은 1935년 조선예수교 장로회 총회 종교교육부가 편찬했던 '신편 찬송가'에 실렸던 찬송가들인데 모두 조선총독부가 부르지 못하게 했던 찬송가였다"면서, "당시 조선총독부는 이들 찬송가에 종이를 붙여서 보지 못하게 하도록 전국의 교회에 지시했다"고 전했다. 일제에 의한 '겸열 찬송가'는 우리의 아픈 역사가 교회에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면서도 동시에 세월이 지나더라도 교인들은 익숙한 찬송가를 즐겨 부른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장신대 교회음악과 이상일 교수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찬송가에 새로운 곡을 삽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배 중 익숙한 찬양을 부르면서 신앙생활을 하고 예배를 드리려는 교인들의 마음도 소중하다"면서, "만약 예배 중 갑자기 새 찬송가를 부른다면 평생 교회를 다닌 장로나 권사들조차 입도 뻥긋 못하게 되는데 그때 그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무척 크다. 21세기 찬송가가 나온 뒤에도 기존에 익숙했던 찬송곡을 많이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심지어 미국교회에서는 예배순서를 바꾸면 교회 안에 논쟁이 벌어지지만 예배음악을 바꾸면 교회가 분열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면서, "21세기 찬송가에 새롭게 추가된 찬송곡들이 익숙해지도록 알리는 일이 중요하지 또 다시 새 찬송가를 만든다는 건 정서적으로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일선 목회자들도 익숙한 찬송곡이 좋다는 데 이견이 없다. 이와 동시에 21세기 찬송가에 수록된 새 찬송곡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 놓았다. 예배학을 전공한 한 목회자는 "21세기 찬송가가 나온 이후 지금까지 10~20곡 정도의 새 찬송을 예배 중 부르고 있지만 예배학을 전공했거나 교회음악을 아는 목회자가 아니라면 새 찬송곡을 직접 불러보고 교인들에게 소개하는 일이 무척 부담스러울 듯 하다"면서 "21세기 찬송가에 실린 새 곡을 교인들에게 홍보하기 위한 방안을 먼저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목회자는 "완전히 새로운 곡을 선곡하는 게 나조차 낯선데 만약 또 다시 찬송가가 나온다면 이제는 교인들의 거부감이 클 것"이라면서, "절기찬송이나 시편찬송과 같은 곡을 추가로 제작해 배포하는 걸 검토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21세기 찬송가를 제작할 때 전문위원으로 참여했던 서울신대 교회음악과 이문승 교수는 "새 찬송가를 만들자는 논의를 하시는 분들이 순수하게 찬송곡에 대한 문제제기와 개선의 의미만을 담고 있는지 묻고 싶다"면서, "찬송가라는 것이 문제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면에서 21세기 찬송가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개선점을 찾아야지 2006년 11월에 각 교단의 검수까지 마쳐서 출판한 찬송가를 이제와서 새로 만들자는 건 엄청난 낭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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