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관계에서 애정의 아름다움과 위험

가족관계에서 애정의 아름다움과 위험

[ 상담Q&A ] 상담Q&A

김경 교수 gkim114@swu.ac.kr
2014년 11월 12일(수) 14:08

Q. 저는 현재 대학생(가명:민정)인데, 공황장애를 가지고 있는 엄마와 함께 살아요. 어렸을 때부터 저는 엄마가 시키는대로만 해 왔어요. 친구들과 놀지도 못하게 했어요. 하루는 학교 갔다 오는 길에 좀 늦었는데, 엄마가 너무 화를 심하게 내서 충격을 받았어요. "너도 말 듣지 않으면 난 못 산다"라고 엄마가 말했는데, 이런 말 들을 때마다 반항도 못하겠어요.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다고 하는데 저는 너무 힘들어요.


A. 이와 같은 모녀관계의 특징을 보웬가족치료에서는 '융합'된 관계라고 부릅니다. 융합된 관계란 지나치게 밀착된 관계로 인해 각자의 뚜렷한 정체성을 유지 혹은 발전시키지 못하는 역기능적 관계를 말합니다. 인간은 자라면서 처음에는 융합적인 관계에서 시작해서 점점 분리개별화의 단계를 거치면서 뚜렷한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민정씨가 대학생이면 이제 자신의 뚜렷한 자치성을 경험할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머니의 과도한 요구에 힘들어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민정씨는 자신의 실제적인 경험과 어머니가 요구하는 자기 사이에 불일치를 줄여 나가는 것이 필요한듯 합니다. 그리고 어머니와의 관계에 실제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 이경남 차장/knlee@pckworld.com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심지어는 부모자녀 간의 역기능적인 관계마저도 정당화시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간섭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통제한다고 정당화합니다. 하지만 충분히 성숙한 애정은 서로를 상하게 하지도 지배하지도 않습니다.
 
사실 요즈음 애정이 사라지는 세상에서 우리는 애정을 회복할 필요가 있습니다. 애정 없이는 누구도 생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모성애라는 애정은 우리를 생존하게 하는 가장 아름다운 자연적인 사랑입니다. 부모님이 자녀에 대해 베푸는 무조건적인 사랑은 참으로 아름다운 사랑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랑으로 인해서 우리는 또 누군가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합니다. 씨에스 루이스(C.S. Lewis)는 이러한 애정의 무조건적이고 숭고한 희생적 속성 때문에 친구나 이성간의 사랑과 같은 자연적인 사랑 중에 가장 위대한 사랑으로 칭송합니다.
 
하지만, 그는 또한 애정의 이러한 속성 때문에 사람들은 이 사랑이 마치 절대적인 사랑으로 간주함으로 왜곡될 수 있고, 오히려 가족과 자녀들, 그리고 타인들을 구속하게 되는 위험성에 대해 그의 책 '네 가지 사랑'에서 경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성숙한 애정의 모습은 서로를 상하게 하거나 지배하거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어머니는 공황장애를 경험하고 있다고 했는데, 아마 어떤 중요한 상실이나 사건으로 인해 심리적 불안을 경험하고 계신 듯하며, 어머니가 민정씨로부터 과도한 정서적 지지나 애정을 요구하고 계신 듯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지나친 '필요의 사랑'의 요구로 인해 민정씨는 자기 자신을 희생해 왔는데, 이러한 끝없는 애정의 요구에 순응하는 것은 서로를 더 상실에 이르게 할 수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정한 자기의 회복이 어머니에게도 오히려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용기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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