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럴 해저드'에 빠진 에큐메니칼 운동

'모럴 해저드'에 빠진 에큐메니칼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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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06일(목) 15:55

[시론]

정치는 도덕적 책임행위요, 법은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이다. 집단적 이기주의가 작동하여 법에 대한 해석과 적용이 투표의 힘에 의해 임의적으로 행해질 때 도덕은 '정치적 담합'으로 전락한다. 이 같은 위법적 행위는 '모럴 해저드'(Moral Hazard), 즉 도덕적 해이로부터 기인한다. 신앙적 도덕적 책임정치를 구현해야 할 에큐메니칼 정치에 모럴 해저드라는 붉은 경고등이 켜졌다. 창립 9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의 공공성과 예언자적 정신의 회복을 강조하며 근본이 흔들리는 한국교회를 다시 광야로 인도하겠다는 NCC 총무인선과정에서 묵과할 수 없는 위법적 행태들이 벌어지고 있다. 에큐메니칼 운동의 윤리와 원칙이 가장 투명하게 드러나야 할 NCC 총무인선과정에서 최소한의 도덕적 윤리적 기반인 헌장의 테두리를 정치적 담합으로 넘어가는 위법적 행위가 투표의 힘에 의해 정당화되고 있다. 이것은 이미 NCC가 교권주의와 집단적 이기주의라는 모럴 해저드 상태에 빠진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NCC 총무인선과정은 에큐메니칼 운동에 대한 공동의 이해와 비전을 모색하며 에큐메니칼 운동의 가치를 증진시키는 창조적 생산의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교권이라는 집단적 이기주의의 한계를 넘어 그리스도인 개인의 신앙적 양심에 의한 선택이 존중되어야 한다. 총무인선과정은 인선위원회 구성에서부터 실행위원회의 제청과 총회의 선출에 이르는 전 과정을 포괄한다. 인선위원회의 구성과 인선과정에서 실행위원과 총대, 지역 NCC 회원과 에큐메니칼 현장 운동가의 참여를 보장할 장치가 없는 현행 인선제도에서 실행위원회와 총회를 통한 인사검증과정은 더욱 중요하다.
 
현 NCC 총무는 4년 전 총무 경선 후보라는 공인의 신분으로 지지를 호소하며 수차례 단임을 선언하였던 약속을 변개하였다. 정년에 무려 11개월이 부족함에도 기본권을 주장하며 '새로운' 사회법적 유권해석을 들고 나와서 경선을 통한 재 인준과정을 무리하게 관철시켜 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헌장위원회의 해석은 투표의 힘에 의해 정치적으로 왜곡되었고, NCC와 회원교단의 법과 관례는 철저히 무시당했으며,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인 NCC 헌장은 이제 수정을 가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더욱이 실행위원회의 총무후보 제청과정에서 2년 임기 실행위원의 선임 권한이 총회의 결정사항임에도 불구하고 개인 사유로 결석을 한다는 것 때문에 최대 11명이 집단적으로 교체되었다. 이는 정년 은퇴, 당연직 임기 종료, 국외 이민, 사망 등의 중대한 유고사유에 의한 결원이 생겼을 경우, 회원교단의 요청으로 실행위원회가 위원을 교체해 왔던 관례를 총무인선 투표를 위해 왜곡되게 적용한 것이다. 이 같은 위법적 실행위원 교체가 없었다면 현 총무는 제청을 받을 수 없었다.
 
본 교단은 이 같은 실행위원 교체가 준비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현 총무에게 그것은 위법이니 NCC의 집단적 인격성과 명예를 위해 중지해 달라고 요청하였고, 실행위원회 당일 모인 NCC 임원회에 이런 행위가 불법임을 밝히는 법률자문을 문서로 제출하였다. 그러나 이는 무시되었고 실행위원 교체는 강행되었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실행위원 교체에 대한 법해석을 요청하는 상황에서 구세군의 한 실행위원이 "실행위원회가 위원을 교체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조항을 읽었고, 거의 모든 실행위원들이 그것이 다른 기관의 정관일 수 있다는 상상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분위기는 반전되었다. 이는 곧 이어진 총무인선 투표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회의 중에 이미 그 정관이 NCC 정관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실무자와 총무는 이를 방관했고 해당 위원은 이를 정정하지 않았다. 그 회칙은 '한국기독교가정생활협회'의 회칙이었고, 우리는 이제까지 이에 대한 아무런 공식적 사과 표명을 들은 바가 없다. 이는 단적으로 NCC가 집단적 모럴 해저드에 빠져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총무인선과정에서 나타난 위법적 현상들은 한국교회 에큐메니칼 운동과 NCC의 존망을 결정하는 중대한 문제다. 이를 진정으로 교정하지 않으면 교회개혁과 사회민주화의 기치를 들고 종교개혁 500주년을 향한 순례의 여정을 이끌어야 할 NCC의 에큐메니칼 정치의 도덕적 기반은 무너지고 만다. 법이라는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의 준수가 모럴 해저드로 인해 무너졌다면, 이는 신앙양심과 법에 의해 다시 고침을 받아야 한다. 이번 위기가 NCC가 반 에큐메니칼적 진영논리를 넘어서 에큐메니칼 운동의 원칙과 윤리에 기초한 공공성을 회복하고 다시 한번 한국교회의 희망으로 태어나는 회심의 기회가 되기 바란다.

이홍정 목사 /본보 주필ㆍ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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