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네팔 민주화 운동 시위현장의 순간

2006년 네팔 민주화 운동 시위현장의 순간

[ 땅끝에서온편지 ] 땅끝에서온편지/네팔 김정근 선교사(5)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4년 11월 04일(화) 15:24
   

네팔의 정치상황을 보노라면 끝이 보이지 않는다. '90년의 민주화 대전환' 이후 크게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식자층의 민주운동은 민주주의에 대한 경험과 무지에서 비롯한 일반국민에게는 도무지 알 수 없는 미지의 사회인 것이다. 그래서 일부 식자(?)의 전유물이 되었고, 정치변화의 악순환은 근본적으로 부정부패와 자신의 이익만을 찾는 이들로 인해 점철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10여 년 전부터 마오이스트(모택동 공산주의를 표방한 일종의 네팔 민족주의자들 이라고도 일컬음) 운동은 이상보다 방법의 왜곡으로 급기야 일륜도 삶도 철학도 없는 대살상 약탈과 인간관계의 단절과 황폐한 마음만 가져다 주었던 것이다. 누구를 믿을 것인가? 자라나는 젊은이들은 힌두 국가인 조국 네팔이 우리에게 무엇을 주었는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도 일할 수 있는 직장은 커녕 자신들을 지키기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외쳐대고 있다.
 
4월 7일을 기점으로 3주간 민주화 복귀를 위하여 7개 정당이 연합하여 격렬하게 시위를 벌려 왔다. 지난 4월 21일 외세의 압력을 받은 왕은 2004년 2월 1일 이전 상황으로 네팔민주 정체를 되돌린다고 발표했으나 정당과 시위대들에 의해 거절당했다.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수상을 정당 합의 하에 뽑고 과도내각을 구성하며 합의 하에 민주선거를 치룬 다는 것이었다. 이 발표를 믿지 못하는 이유는 약속된 데로 이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1990년 민주화 이후 어렵게 성립되었던 국회를 일방적으로 해산하고 총리 등 내각을 사퇴시키고 친위내각을 임명하였고 밥 먹듯 갈아 치우는 전제왕정을 향해 불신이 쌓여 왔던 것이다. 지난 2월에는 정당 등과 합의하지 않은 지방선거에서는 4%의 투표율을 올리고도 성공적이었다고도 하였다. 그래서 시위는 계속되고 장기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반면 현 상황으로는 왕정이 무너지면 마오이스트가 지방을 장악하고 있어서 그들의 공산주의 정부가 들어설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다는 점이다. 가장 많은 고통과 어려움을 당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의 네팔인, 하루 하루 벌어서 먹고 사는 사람들뿐인 것이다. 누구를 위한 것이며, 누구를 위한 시위인가?!
 
4월21~25일까지 긴박한 순간에 시위군중은 늦은 밤에도 카투만두 시내를 흔들며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외국인 체류자들은 이미 본국의 훈령과 철수 지시에 따라 간단한 짐만 꾸리고 행동하기 시작했다. 평소 연락이 잘 되었던 미국계 링컨스쿨(50년이상역사) 스태프들은 연락이 두절되었다. 그들은 이메일로 가정학습 과제를 주고 있었다. 드디어 한국대사관에서 이메일로 상황이 급박하므로 민간항공기로 철수를 고려하라는 소식이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위기관리계획에 따라 항공기를 띄워 철수한다는 판에 초조했지만 그래도 이렇게나마 상황을 정확히 알리고 방향을 잡을 수 있어서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미화를 준비하고 민간항공 비행기 자리를 위해 부킹을 해 놓고 공항까지 이동방법을 강구하라는 내용도 있었다. 정부에서 파송한 코이카 단원들은 준비된 항공기에 의해 철수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게 뭔가? 이제 나의 혼자 힘으로 이 와중에 탈출을 위한 긴박한 순간을 넘어서야 하는 것이다. 가깝게 지내는 선교사도 "비행기 좌석을 위해 예약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쪽 마음에는 '죽어도 현지인들과 함께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다음 붙들려가서 고문을 받는 일과 고통을 당하며 죽는 상황을 상상도 해 보았다. 주께서 당하신 고통을 체험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구나 하는 생각들로 머리가 가득찼다. 순간 서울에 있는 가족들과 무릎으로 기도하시는 동역자들의 모습이 눈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 순간에 나는 마음에 되내이기 시작했다. "나는 하나님의 기업을 위해 택함을 받은 자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하나님은 옳습니다. 하나님을 바라보며 순종하며 받겠습니다."
 
4월 25일부터 시작할 예정이던 네팔 선교사회 봄 수련회를 하루 앞당기기로 하여 히말라야 호텔에서 시작을 시도했다. 나는 임원이었기 때문에 일찍 가서 준비를 해야하겠기에 오후 5시에 갔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한 시간이 지나서 다른 준비위원이 왔다. 모두들 철수를 준비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미국에서 한국에서 죽음을 무릅 쓰고 강사님이 오시기로 되어 있었고 6시까지 모이기로 되었는데 준비하는 사람 두 사람이 모인 것이다.
 
저녁 6시에 시작하려던 봄 수련회가 10시가 넘어서야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예년수준의 인원이 모인 다음 무엇보다 먼저 현 시국을 위해 합심하여 기도하기 시작했다.
 
밤을 세워 기도한 다음날 아침 무엇 보다 상황이 궁금했다. 국왕의 최종발표로 국회재개 신헌법재정, 정당이 함께 임시 내각 구성 등을 발표하므로 대부분 시위목적이 수용되어 완전 정상을 회복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른 아침인데도 대모군중의 환호소리가 요란하였다.
 
하나님은 항상 우리의 생각을 뛰어 넘으시며, 당신의 계획에 따라 일하시며 역사하시고 계시는 역사현장이었다. 그렇게도 간절했던 우리의 기도를 들어 주셨던 것이다. 탈출이 막막한 사람들이 아니라 주만 바라고 기도하는 자들의 기도에 응답하신 것이었다.
 
네팔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네팔 기독교인들도 종교평등을 위해 열심히 애쓰고 있는 소식을 들을 수 있다.
 
네팔 민주화 시위현장 위기의 순간에도 편안함과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주셔서, 죽더라도 네팔에 남아 이들과 함께하며 네팔 믿는 자들의 종노릇 할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주되신 것을 확신하고 오직 한 가지 마음이었던 것이 대견스럽기도 하고 하나님께 감사를 올려 드린다.
 

김정근
네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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