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매체와 CCTV

대중매체와 CCTV

[ 말씀&MOVIE ] 말씀&MOVIE

최성수 목사 sscc1963@daum.net
2014년 11월 04일(화) 15:11

   
 
슬로우 비디오(감독: 김영탁, 드라마, 12세, 2014)
 
조지 오웰의 작품 '1984년'는 전체주의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모든 것이 중앙에 의해 통제되고 관리되는 세상이 얼마나 끔찍하고 또 그런 사회에서 개인은 어떻게 파괴되는지를 폭로한다. 감시를 위해 고안된 것이 있는데 바로 텔레스크린, 곧 지금의 CCTV이다. 어디에 있든 카메라를 통해 모든 사생활이 관찰되니 개인의 자유는 극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길거리에서 CCTV는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오웰의 상상력이 현실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불편하다. 그런데 비록 감시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하더라도 모든 것이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오늘날 CCTV는 양면성을 갖는다.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의 일상을 감시해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설치한 목적이 분명하지 않거나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목적을 갖고 사용하면, 인권침해로 여겨 처벌 대상이 된다. 다른 한편으로 골목과 거리 그리고 주요 시설에 설치되어 있는 CCTV는 범죄자의 신원과 동선을 파악할 수 있다. 사회의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에 크게 기여한다. 이런 까닭에 CCTV는 보통 범죄 영화나 SF영화에서 주요 소재로 사용된다.
 
김영탁 감독은 CCTV의 양면성을 넘어 또 다른 측면을 보았다. 곧 사회적 약자의 삶을 조명하는 도구로 이해한 것이다. 거리에 있는 CCTV에 나타난 모습은 스타가 아닌 보통 사람들의 일상이기 때문이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 특정한 건물에 드나드는 사람들, 거기에는 누구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 루저들 혹은 사회적 약자들도 있다. 이것은 감독이 왜 하필 CCTV 관제 센터를 소재로 삼아 영화를 만들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한다. 왜냐하면 CCTV는 이들을 스크린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영화를 이해하는 관건은 CCTV의 세 번째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다.
 
영화를 이런 관점에서 보면, '슬로우 비디오'는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 사회영화로서도 기능한다. 강한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약자들이 서로 협력하며 사는 모습들을 스스로를 루저로 여기는 두 남녀, 곧 동체시력 때문에 장애인으로 사는 여장부(차태현 분)와 편의점 알바로 생활하며 살지만 뮤지컬 배우를 꿈꾸고 있는 수미(남상미 분)의 사랑이야기를 매개로 전개된다. 수미는 취직 시험에서 거듭 실패해 채권자로부터 빚을 독촉 받는 처지에 있다. 두 사람을 중심에 놓고 영화는 사회적인 약자들이 어떻게 서로 협력하며 위기를 극복하는지를 이야기 한다. 비록 개인의 신체적인 한계와 사회적인 구조의 문제점 때문에 좌절과 아픔을 겪는다 해도 약자들이 서로를 기억하고 서로를 사랑하며 또한 서로 의지하며 사는 모습으로 가득해 매우 따뜻한 영화로 기억된다. 이것이 아마도 관객들이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우리 사회는 상위 1%에만 관심을 집중하는 경향이 너무 강하다. 과거 사대주의적인 악습이 변질된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든다. 속도도 너무 빨라 따라 잡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생존경쟁 적자생존 운운하며 이런 흐름을 당연시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출중한 사람들에 주목하기를 선호한다. 그리고 상업적인 이유로 대중의 요구에 부응할 수밖에 없는 대중매체는 그들을 조명하여 스타로 만든다. 스타는 선망의 대상이고 보통 사람들의 롤 모델이 되며 수많은 팬을 거느린다. 대중매체는 속성상 보통 사람에 주목하지 않는다. 우리로 하여금 스타에 주목하게 한다. 대중이 관심을 갖는 사람, 비록 보통사람이라도 주목할 가치가 있는 사람들에 관심을 기울인다. 뿐만 아니라 대중매체는 경제성과 맞물려 있어서 일단 매스컴에 노출되면 무엇이든 경제적 가치를 높여준다. 오늘날 스타는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갖는 사람을 일컫는다.
 
바로 이런 흐름을 당연시하는 사회에서 보통 사람들, 심지어 사회적인 약자와 루저들을 주목하는 cctv는 하나님의 시각을 반영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감독이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가 환기하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도외시하고 이 영화를 단지 착한 영화로만 여기는 것은 아쉽다. 게다가 충분히 기독교적으로 감상할 여지도 많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하나님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일은 우리 모두가 리더자가 되고 또 스타가 되어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스타 역시 관심의 대상이지만, 기독교인들에게 더욱 강하게 요구되는 시각은 사회적인 약자들, 루저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그늘에 묻혀 있는 사회적인 약자와 루저들에 대한 교회의 공감적인 관심은 하나님의 마음과 관심을 세상으로 옮겨 놓는 매개가 된다. 비록 약해도 서로 돕고 서로를 기억하며 서로 사랑하며 산다면, 무엇이 두려울까!   
 
최성수목사/神博ㆍ영화 및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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