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 월세 내기 벅차 목회자가 카드론에 마이너스 통장까지

임대 월세 내기 벅차 목회자가 카드론에 마이너스 통장까지

[ 기획 ] <연중기획>이웃의 눈물/교회의 눈물/(1)도시 상가 미자립교회 목회자의 눈물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4년 11월 04일(화) 15:09
   
 

"지난해 교회 담임으로 부임 후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5만원 하던 지하 예배당에서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35만원 하는 2층 상가교회로 이전했습니다. 그런데 한달에 한번 꼬박꼬박 월세 내는 것도 버겁네요. 개인적으로 카드론과 마이너스 통장으로 대출을 받았는데 이자만 늘어가고 있어 조금 답답하네요."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위치한 상가교회인 새언약교회(정성철 목사 시무). 1층 족발집 위에 터를 잡은 새언약교회는 지난해 담임목사가 암으로 더 이상 목회를 지속할 수 없어 해산예배까지 드리고 문을 닫기로 한 교회였다. 전남의 큰 교회에서 수석부목사를 하고 있던 정성철 목사는 이러한 상황에 있는 교회에 부임하기로 결심하면서부터 그야말로 '생고생'이 시작됐다.
 
물론 정 목사가 해산 결정까지 하게 된 새언약교회에 오게 된 데에는 개인적인 인연이 있기는 했다. 2005년 아들이 소아암으로 고통을 받을 때 치료를 위해 아들과 함께 서울로 올라온 아내가 약 2년간 매일 같이 철야기도를 한 교회이고, 전임목사가 처고모이기도 한 인연이 깊은 곳이다.
 
부목사로 시무하던 교회에서는 몇년 있으면 교회 개척을 해주겠다고 약속까지 한 상태였는데 '목회지는 골라서 가는게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간다'는 정 목사의 평소 신념으로 과감하게 결정을 내리고 서울로 올라온 것. 이곳으로 오면서 사택도 구해야 하고, 교회 빚도 갚아야 했지만 정 목사는 "세상적인 '자리'보다는 예수님과의 '의리'를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긍휼의 마음으로 결정했어요. 교회의 소식을 듣고 전라도 말로 '짠'했습니다. 목양적으로 봤을 때 이 교회에서 성장할 수 있는 아이들과 성도들이 뿔뿔이 흩어진다는 것은 양을 이리 가운데 흩어지게 하는 것 같았어요. 교회 하나가 없어지는 것은 수많은 자갈 중 하나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 몸담고 신앙생활 했던 이들에게는 소중한 신앙생활의 터전이 없어지는 것이잖아요."
 
그러나 긍휼과 의리, 순종의 대가는 컸다. 교회에 부임하고 보니 빚이 650만원, 월세도 350만원이나 밀려 있었다. 새언약교회는 9년간 지하 건물을 사용했는데 목사와 교인들이 피부염증과 호흡곤란, 악취 등의 문제들이 발생해 부득이하게 예배당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35만원하는 2층으로 이전했다. 사택도 구해야 했기에 2천만원에 월세 50만원 하는 집을 수소문해서 구하고, 심방과 교인 이동을 위해 경차를 구입한 할부금까지 합치면 매달 225만원의 기본 지출이 생겼다.
 
그러나 장년 출석교인이 16명 정도에 불과한 교회 재정으로는 이러한 지출 감당이 안됐다. 이 과정에서 정 목사는 개인대출로 부족한 부분을 충당해야 했다.
 
다행히 영등포노회에서 매달 50만원, 거룩한빛광성교회의 한 권사 후원가가 한달에 30만원, 교회 두곳에서 20만원씩 지원해주는 손길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교회 운영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재정은 교회 운영을 하고, 목회를 해나가기에는 항상 부족했다. 재정에 대해 보다 자세한 상황을 물어보니 이를 듣고 있던 기자 또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지금은 전기세는 석달치, 수도세는 넉달치 밀려 있죠. 전기세는 세달 이상 밀리면 단전 되니까 가장 먼저 밀린 한 달치만 내면서 유지하고 있어요. 이것 저것 밀린 것 합치면 한 300만원 쯤 되는 것 같네요."
 
재정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정 목사가 할 수 없이 택했던 방법은 아르바이트였다. 공사판에서 일이라도 할 요량으로 인근 양천인력센터을 찾았지만 정 목사가 왼손 장애를 가진 터라 써주지 않았단다. 아내는 학습지 선생을 했는데 최근에는 몸이 좋지 않아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 목사는 교회의 밀린 전기세라도 벌 생각으로 대리운전까지 했다. 어느날은 술 먹은 손님이 "운전 똑바로 하라"며 뒤통수를 후려갈겼단다. 정 목사는 그 손님의 손찌검을 하나님이 정신 차리라고 뒤통수를 때리는 것으로 느꼈다고 한다. 한달 조금 넘게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산을 하니 정 목사의 손에 떨어진 금액은 20만원 조금 넘는 돈이었다.
 
"솔직히 목회에서 결실이 잘 보이지 않으니까 자꾸 자책을 하게 돼요. 내가 게을러서 이런 것 같고. 미자립교회 목사라는 멍에 속에서 알게 모르게 무시당하는 느낌도 들고 해서 사실은 자주 탈진되는 것 같아요."
 

   
▲ 교회 재정 장부를 보여주며 현상황을 설명하는 정성철 목사.

정 목사는 이러한 일들을 겪은 후 목양에 치중해야겠다는 생각에 오히려 전도에 더욱 집중하게 됐다고 한다. 비록 느리지만 결실도 하나 하나 영글어가기 시작했다. 새가족들이 등록하기 시작하고, 초등학생과 중학생 총 30여 명이 아침예배에 참석, 1부 예배를 드리고 있다.
 
기존 교회에서 상처받아 적응을 못하던 사람, 개척교회 하다가 암 투병으로 남편 목사를 잃은 사람, 이혼한 젊은 새댁 등 세상에서 상처 입은 교인들이 이곳에서 위로를 받으며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다.
 
새언약교회는 자신들의 어렵지만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섬기기 시작했다. 2주에 한번씩 주변에 아동보호센터에 과자와 빵을 전달하고, 독거노인에게는 반찬과 고기를 드리며 말벗도 되어 드린다.
 
"저희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의 꿈은 '미자립'이라는 딱지를 떼는 거예요. 자립할 때까지 '없는 흥부집 쌀 한바지 퍼준다'는 심정으로 기존 교회들이 조금씩만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어요. 총회에서도 개척교회 목사들이 실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훈련 커리큘럼과 제도적 뒷받침으로 든든한 모판이 되어주면 좋겠구요. 지난해 총회주일헌금으로 4만원 보냈습니다. 저희도 자립하면 지금 저희가 겪고 있는 어려움 속에 있는 교회들을 열심히 도울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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