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고착된 역할'에서 벗어나게 해 주기

아이의 '고착된 역할'에서 벗어나게 해 주기

[ 상담Q&A ] 상담Q&A

김경교수
2014년 10월 28일(화) 15:54

Q. 집에서 말 잘 듣고 착한 초등학교 2학년 딸이 있습니다. 한 번도 자기 힘든 이야기를 하지 않아 정말 잘 지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고민을 부모에게 말하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위해 어떻게 도와야 할까요?

   
▲ /이경남 차장 knlee@pckworld.com
A. 아이는 아이다워야 잘 성장합니다. 만약 아이가 어른들이 하는 고민, 갈등, 불안에 노출되어 살아가게 되면 자기 성장을 위해 에너지를 쏟지 못하게 됩니다. 자기 나이와 발달적 과정에 맞는 필요를 잘 표현하고, 목소리를 내고, 감정이나 느낌을 두려움 없이 표현하고, 고민을 안전하게 의논하고, 또한 자기의 욕구를 표현하고, 그 욕구들과 필요들이 적절히 채워질 수 있을 때 아이는 건강한 정체성을 형성해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 요인들 중 무의식 중에 가족관계에서 부여받게 되는 고착된 역할이 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 중 하나가 '착한 아이 역할'입니다. 어떤 아이는 부모의 부부관계나 혹은 가족관계가 불안정할 때 자신이 '착한 아이 역할'을 자처함으로 가족 안의 불안을 흡수합니다. 부모나 가족원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자신의 삶의 에너지를 쏟게 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필요를 채우는 데는 여력이 없고, 심지어 근거 없는 죄책감까지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역할을 지속적으로 하게 된다면 타인중심으로 살게 됨으로 자신의 뚜렷한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어떤 아이는 착한 아이 역할, 어떤 아이는 나쁜 아이 역할, 어떤 아이는 환자 역할, 어떤 아이는 문제아 역할, 어떤 아이는 완충자 역할, 어떤 아이는 과대기능자 역할, 어떤 아이는 과소기능자 역할, 어떤 아이는 순종자 역할, 어떤 아이는 희생양 역할 등 여러 역할 중 하나를 아이들은 자처합니다.

왜 이러한 역할을 자처할까요? 물론 아이들이 이러한 역할이 좋아서 자신이 선택하는 경우는 없을 것입니다. 불안 때문입니다. 가족관계에서 고조되는 불안은 자신들에게 매우 큰 위협이 되기 때문에 즐겁지 않은 역할이지만 자처하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부부관계가 만성적 갈등상태에 있을 때, 아이가 자신이 '완충자 역할'을 자처함으로 부모의 결혼관계를 유지하려 할 것입니다. 아마 아이가 집에 머물고 있는 동안은 부부의 결혼관계가 유지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가 대학을 가거나 집을 떠나 사회로 진출하게 되는 경우 부부의 관계는 매우 어려워질 수 있으며, 이 상태를 인지한 아이는 지나친 죄책감으로 자기 앞 길을 개척하는 데 에너지를 쏟을 수 없을 것입니다.

부모들도 흔히 자신들의 불안정한 결혼관계가 아이들에게 이러한 역할을 부여해 주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고 부모들은 자신들의 관계불안을 해소하는 데 아이들이 말려들지 않게 보호하고, 고착된 어떤 특정 역할에서 벗어나 아이가 아이로 살 수 있도록 안전한 가정적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사랑하는 자녀들을 잘 성장하도록 돕는 비결입니다.

김경 교수/서울여대, 목회상담ㆍ가족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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