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난독증

신앙의 난독증

[ 말씀&MOVIE ] 말씀&MOVIE

최성수 목사 sscc1963@daum.net
2014년 10월 08일(수) 15:08

   
 
지상의 별처럼(감독: 아미르 칸, 드라마, 전체, 2012)
 
영화 속 주인공 이샨은 그림 능력이 탁월하고 상상력이 풍부하다. 아이들과 노는 일에는 아무 이상이 없지만 글을 읽고 쓰는 능력에 문제를 갖고 있어 한 학년을 유급할 수밖에 없었다. 학습장애 때문에 선생님에게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친구들에게도 늘 따돌림을 당한다. 학습결과에서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이샨은 고민거리만 안겨주는 문제아가 된다. 참다못한 아버지는 이샨을 강제로 기숙학교로 보낸다. 그러나 이샨의 학습능력은 전혀 향상되지 않고 오히려 극도로 무기력해져 그림 그리기마저도 포기하는 상태가 된다. 도대체 누가 이샨을 구원해줄 수 있을 것인가? 문제는 학습결과만을 보려고 할 뿐, 누구도 이샨의 특성을 고려하거나 또한 그가 갖고 있는 학습장애의 원인에 대해 고민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이샨을 주목한 사람은 임시로 고용된 미술 선생님 램이다. 그 역시 어린 시절 난독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이샨의 상태를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다른 선생님들과 부모마저도 포기한 이샨에 대한 램의 특별한 관심과 노력으로 이샨은 마침내 글읽기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는데, 이샨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가능했던 것은 공감이외에도 그가 평소에 아이들을 '지상의 별'로 생각해왔기 때문이었다.
 
난독증은 지각 능력에는 아무 이상이 없음에도 유독 문자와 관계되는 신경학적 정보처리 과정의 문제로 글을 원활하게 이해하는데 효율성이 떨어지는 증상이다. 어린 시절에 나타나는 증세로 일찍 발견하여 제대로 치료하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그대로 방치하면 성격형성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사회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한다. 난독증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베토벤, 토마스 에디슨, 알버트 아인슈타인, 피카소, 윈스턴 처칠, 월트 디즈니, 성룡, 조지 부시, 톰 크루즈 등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들의 어린 시절에서도 발견되는 공통점이기도 하다. 영화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아이의 학습능력만을 평가하려고 할 뿐, 아이의 인격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교육의 단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영화 한 편으로 인도는 아이들의 특성을 고려하는 교육정책을 도입했다고 하니, 영화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할 수 있다.
 
   
 
난독증에 집중해서 영화를 묵상하면서 목회경험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영적인 문제에 반응하는 정도는 성도들에 따라 각각 다르다. 말씀의 심층적인 의미를 파악하여 그에 따라 반응하는 성도가 있는가 하면, 영적인 문제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합리적인 생각과 삶의 방식을 고집하는 성도들도 있다. 말씀을 전해도 영적인 의미를 파악하려고 하지 않고, 오직 언어의 일차적인 의미에 집착하여 이해하려고 한다. 이런 성도는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아도 신앙생활에서 적지 않은 문제를 안게 된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목회자들은 대체로 이런 경우를 세속적, 혹은 중생하지 못한 신앙인이라고 평가하곤 한다. 이런 평가에 따라 목회자들은 개인의 특성에 따른 교육이나 신앙상담을 행하기보다는 강력한 처방을 내리려고 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성도들의 영적 상태를 평가한다. 이런 식의 평가는 성도들로 하여금 신앙인으로서 자존감을 상실하게 하며, 더 나아가서 신앙생활에 있어서 무기력함을 그대로 드러내며 살게 할 뿐이다.
 
사실 목회자가 설교와 교육에 대한 신앙적인 반응을 기대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면 이렇게 해서 나아지는 경우가 있긴 해도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제자리걸음이다. 게다가 교회의 규모가 커질수록 개인의 특성에 맞춘 신앙교육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모양만 있을 뿐 경건의 능력이 없는 그리스도인만이 양성될 뿐이다. 필자는 성도들에게 나타나는 이런 현상을 신앙의 난독증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지각능력에 아무 이상이 없고 또한 이해능력에 문제가 없다 해도 영적인 의미에 쉽게 이르지 못하고 그저 문자가 전해주는 의미만을 이해하는 성도들을 일컫는다. 이런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인격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교육을 시행하는 것과 성령의 임재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는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하셨던 것을 반복하는 것이며, 또한 성령강림을 통해 제자들의 영적인 능력이 향상될 수 있었던 것을 기억하며 이것이 오늘날에도 재현되기를 기대하는 일이다. 이것이 우리가 오늘도 '마라나타'를 외치는 이유이다. 신앙의 난독증에는 깊은 공감능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노력을 넘어서는 성령의 역사가 필요하다.

최성수 목사//神博ㆍ영화 및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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