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적인 삶

열정적인 삶

[ 말씀&MOVIE ] 말씀&MOVIE

최성수 목사 sscc1963@daum.net
2014년 09월 24일(수) 11:44

   
 
두근두근 내 인생(감독: 이재용, 드라마, 12세, 2014)

두근거리는 마음을 한 번이라도 느껴보았다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경험해본 것이다. 그것이 일으키는 파장이 무엇이든, 인생을 살면서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사람 혹은 일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 인생은 제대로 살았다고 말할 수 없다.
 
영화는 두 청춘남녀가 서로에 대해 두근거리게 만든 사건(사랑)과 그것의 결과(임신)와 책임(양육과 결혼 그리고 시한부 인생을 사는 아들) 그리고 또 다른 두근거림(두 번째 임신과 아들의 죽음)을 기대하게 하며 마친다. 철없는 아이들의 불장난마저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그려낸 장본인은 조로증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한아름이라는 아이다.
 
조로증은 수백만 명 가운데 한 명이 있을까 말까 한 희귀질병이다. 실제 나이가 몇 십 배 빠르게 진행되는 신체 나이를 따라 잡지 못하는 현상이다. 생명 연장을 위한 길을 발견하기 전까지 조로증 환자는 조기에 사망할 수밖에 없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선천성 조로증을 앓고 있는 아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장애인 영화다. 인기 배우 강동원과 송혜교가 캐스팅될 때부터 화제가 되었는데, 영화는 김애란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아름은 실제로는 16살이나 신체 나이는 80이다. 장애인 영화라 해서 장애 극복을 통한 인간 승리를 겨냥하진 않는다. 아이를 먼저 보내야 하는 부모의 상실감만을 강조했다면, 이야기 전개가 식상했겠지만, 감독은 결코 신파적이지 않도록 했다. 이점에서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영화에서는 부모 곧 강동원과 송혜교에 집중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사실 소설은 아이의 관점에서 부모와 세상을 바라보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으로는 슬퍼도, 다른 한편으로는 밝고 따뜻한 분위기와 희망으로 가득하다. 영화 역시 이점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다.
 
아름은 부모가 17살에 되던 때에 팔삭둥이로 태어났다. 서로가 서로에게 첫눈에 반한 뜨거운 열정의 결실이었다. 외모적으로는 노인이라도 실제 나이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성숙한 아름과 비록 겉보기에는 철없어 보여도 부모로서 아이를 책임을 지는 일에는 누구보다 성숙한 부모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아니 남들이 마주치기를 꺼려하는 장애 아동의 부모로서 스스로를 인식하고 어떤 환경에서도 열심히 사는 부모가 되려고 몸부림치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그래서 아이의 시각에서 본 부모의 성장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더 이상의 의미를 물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분명한 감동을 주지만, 성숙한 아이와 철없는 부모의 대조적인 모습을 담은 이야기 전개는 감동을 넘어 또 다른 의미의 세계를 지시한다. 곧 부모가 된다는 것과 인생에서 열정이 갖는 의미를 성찰한다.
 
영화에서 백미를 꼽는다면, 비록 짧은 장면이어도 단연코 대수(강동원 분)가 젊어서 가출한 집을 17년이 지나서 처음으로 찾아가 아버지와 대면하는 장면일 것이다. 이것은 마치 집을 나간 탕자가 결국 아버지와 대면하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철없는 불장난으로 17살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되어 아버지 곁을 떠날 수밖에 없었지만, 자신을 보고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아들 아름의 시를 통해 불현 듯 오래 전에 떠나온 아버지를 떠올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를 찾아간 자리에서 아름의 치료를 후원하는 계좌에 입금된 거액을 기부한 사람이 바로 아버지임을 알게 된다. 이런 순간에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대수가 비록 뱃속의 아기를 위해 청춘을 포기하고, 또 선천성 조로증을 앓고 있는 아름의 치료를 위해 인생의 꿈을 포기하면서까지 아버지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 해도, 대수가 진정으로 아버지됨을 깨닫게 된 때는 그의 아버지를 대면한 때이다. 누구든 자녀를 갖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부모가 되지만, 부모가 된다는 것은 사실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열정과 책임과 희생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고 느낄 때가 있다. 해야 할 일을 미루다 산더미같이 쌓아놓았는데 시간은 벌써 저만치 가버린 때다. 인생은 늘 그렇다. 살아왔던 세월을 돌아보면, 실제 나이보다 더 빨리 지나가버린 것 같은 느낌에 가끔은 깊은 상실감을 겪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길은 매 순간 열정을 갖고 사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의 결과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

최성수목사/神博ㆍ영화 및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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