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죽고만 싶습니다

빨리 죽고만 싶습니다

[ 상담Q&A ] 상담Q&A

이상억 교수 sulee@puts.ac.kr
2014년 08월 20일(수) 10:28

Q.요즘 저는 자꾸만 죽고 싶습니다. 무엇인가 원하는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왜 살아야 하나요? 이렇게 힘겹다면 교회에서 말하는 천국에 좀 더 일찍 가는 것이 더 좋은 것 아닌가요? 자살이 죄라는 생각에 죽지 못해 사는 사람입니다. 빨리 죽고 싶습니다.



A.사랑하는 성도님, 제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가슴에 큰 돌덩이 하나 있는 양 마음이 무겁습니다. 아마 성도님을 아프시게 한 것은 한 두 가지 일이 아니겠지요. 그랬다면 빨리 죽고 싶다는 생각을 이리 체념하듯 말씀하시지는 않았을 테니 말입니다. 그 아픔을 알 리 없는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마는 가슴 아프게 드리는 제 이야기를 잠시 귀 기울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 이경남차장/knlee@pckworld.com

 
작가 로버트 프로스트는 "작가에게 감동과 눈물이 없다면, 감동과 눈물을 독자에게 기대하지 말라"고 단언했습니다. 글을 쓰는 저자의 삶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하는 것입니다. 미국에 모리 대학교 명예교수이신 프레드 크래덕 역시 "설교자의 설교 준비는 한 주간 그의 삶이다"라고 했습니다. 삶으로 준비하지 않는 설교는 설교가 아니라는 그의 말엔 삶에 대한 깊은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님, 삶이 중요합니다. 영국의 시인인 존 던이 말한 대로 '가슴으로 살아가는 삶'이 중요합니다. 때로 바보라고 불리고 때로 모자란다는 평가를 받더라도 가슴으로 살아야겠습니다. 1945년 2월, 27세의 젊은 청년 윤동주는 일본 후쿠오카 감옥에서 독립운동을 했다는 죄목으로 마루타 실험을 당해 어이없는 죽임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사후 그의 유고 시집이 발간되었습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는 참 좋은 시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서시'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 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 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시문학의 화두는 단연코 '부끄러움'입니다. 무엇인가를 잘못해서 창피한 것이 아니라 삶을 보다 진실하게 또 절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열정으로서 부끄러움입니다.
 
카피라이터 정철은 몇 년을 살았는지 나이를 묻는 것이 아니라 몇 년이 남았는지 남겨진 햇수를 물어보라고 말합니다. 일견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종말론적인 생각을 하게 되면 허투루 오늘을 살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함부로 가족을 대하거나, 함부로 시간을 허비하는 일도 줄어들 것입니다. 그만큼 열정적인 삶을 살겠지요? 열정(passion)이 모이면 긍휼(compassion)이 됩니다. 그러니 열정은 욕심이 아닙니다. 무엇인가를 이루겠다며 악다구니를 쓰는 것도 아닙니다. 열정은 삶에 대해 진실해지는 것입니다. 가슴으로 살겠다는 의지인 것입니다. 이렇게 살아가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이루어지겠지요? 저도 그러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일컬어 환상이나 망상이라고 말합니다. 현실은 대부분 우리의 소망을 비켜가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살아야겠습니다. 살아내야겠습니다. 평범을 넘어서 비극이라 할 수 있는 인생이라도 살아야겠습니다. 지금 내가 경험하는 이야기가 다는 아닐 테니까요. 또 다른 이야기가, 또 다르게 불러야 할 노래가 있을 테니까요. 사랑하는 성도님, 하나님께서 반드시 싸매시고 고치실 것입니다(시 147:1-3). 반드시 잘해주실 겁니다.

 이상억 교수 / 장신대 목회상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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