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라도 찾아달라"... 120여 일 지난 지금도 피맺힌 절규

"뼈라도 찾아달라"... 120여 일 지난 지금도 피맺힌 절규

[ 기획 ] <연중기획>이웃의 눈물/5.약자의 눈물/4. 팽목항의 눈물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4년 08월 11일(월) 17:29
   
▲ 팽목항에서 기도하는 총회 및 서울서남노회 방문단.

본교단 서울서남노회(노회장:조재호)와 땅끝노회(노회장:권종영) 임원 및 관계자, 총회 사무총장 이홍정 목사와 사회봉사부 총무 이승열 목사는 지난달 31일, 세월호 참사 발생 107일을 맞아 진도 팽목항을 방문했다. 이들은 팽목항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가족을 기다리며, 답답함 속에 가슴을 치며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는 유가족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울었다. 또한, 팽목항 등대로 나가 세월호가 침몰한 바다를 바라보며, 다시는 이러한 인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 깊은 슬픔을 계기로 대한민국에 정의와 윤리가 바로 서도록, 아직 돌아오지 않은 10명의 실종자가 하루 속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도록 간절하게 목소리를 높여 기도했다. 또한, 팽목항에 진도군교회연합회가 설치한 부스를 들러 연합회 봉사자 및 호남신대 자원봉사자 학생들을 격려했다. 이번 방문에서 서울서남노회는 봉사의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는 땅끝노회에 격려금을 전달했으며, 총회에서는 오랜 기간 진도에 거주하느라 여벌 옷이 부족하다는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유

   
▲ 실종자 가족의 임시 거처. 복용 중인 소화제 및 진통제가 눈에 띈다.
가족들을 위한 의복을 전달하기도 했다.

#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유가족들

이날 방문단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딸을 기다리며 팽목항에 거주하고 있는 한 가정을 방문했다. 단원고 2학년 1반 조은화 양의 아버지 조남성씨(52)와 어머니 이금희씨(47)는 지친 표정으로 총회 방문단들을 맞았다. 가늠할 수 없는 슬픔과 답답함 속에 107일의 긴 기간을 지나면서 은화 부모는 불 같은 분노와 더 이상 세상을 살고 싶지 않은 무기력 사이의 양 극단을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고 있었다.
 
3~4평 되는 임시 거주주택에는 구호물품인듯한 화장품 샘플, 칫솔, 의약품, 휴지 등이 한쪽 방바닥에 위치해 있었다. 여러 의약품 중 현재 복용 중인 것으로 보이는 소화제와 진통제가 눈에 띄었다.
 
약 봉투를 보고 방문단 중 한 사람이 "건강은 괜찮으시냐"고 묻자 조 양의 어머니는 "살아야 딸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억지로 밥 먹고, 체하고, 소화제 먹고를 되풀이 해요"라고 말했다.
 
조 양은 현재 세월호가 불법으로 개증축한 곳이 무너져 내린 지점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잠수부들이 수색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내부에는 뻘이 30cm 정도나 쌓여 육안으로는 바닥을 볼 수 없어 잠수부가 손으로 일일이 더듬어 찾아야 한다고 한다.
 
인사를 마치고 대화가 진행되자 조 양의 부모는 사건 이후의 정부의 대처와 세월호 특별법이 아직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에 대해 깊은 분노를 표현했다.

   
▲ 팽목항 앞 진도군교회연합회가 설치한 부스.

 
조 양의 어머니는 "사고 후 107일이 지났는데 아직도 못 들어간 방이 있고, 물어보니 어느 부분이 어떻게 기울어져있는지 정확히 모르는게 말이 되나? 그러니까 잠수부가 26번 들어간 자리에서 사체가 또 발견되는 것"이라며 "유가족들이 느끼기에 실효성 있는 수색이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설명도 제대로 들을 수 없어서 매일 여기 저기 쫓아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 아직도 진도체육관에는 돌아오지 않는 실종자들을 눈물로 기다리는 가족들이 거주하고 있다.

그녀는 "내 새끼가 100일 넘게 배 안에 있는데 정부랑 업체에 왜 우리가 사정해야 하냐"며 "처음에는 살려달라 매달리고, 그 다음은 볼 수만 있게 해달라고, 그 다음에는 건져만 달라고, 이제는 뼈만이라도 찾아달라고 애원하고 있다"며 눈물을 보였다.
 
은화 양 부모의 하루는 이렇다. 오전에는 군청에서 열리는 회의 참석하고, 오후에 바지선 동승(1박2일 소요)한다. 바지선을 타지 않는 날은 오후 내내 잠수부들과 수색 업체를 쫓아다니거나 공무원들을 쫓아다니며 정보를 얻거나 꼭 찾아달라고 부탁을 한 후 오후 5시 브리핑을 듣는다. 이렇게 반복되는 하루 속에 은화 양의 엄마는 스스로 싸움닭이 다 됐다고 이야기 한다.
 
"저 여기서 매일 소리지르고 싸워요. 사실 저도 기독교인인데 여기서는 그저 은화 엄마이고 싶어요. 기독교인인게 알려지면 싸움하는데 지장있을 것 같아서 이야기하지 않아요. 무식하다는 얘기 들을 정도로 싸워요."
 
그러나 이런 슬픔 속에서도 같은 슬픔을 당한 부모들에 대한 연민 어린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유가족 중에는 혼자 사는 분들이 100명 정도 되시는 것 같아요. 생업을 할 수 없었으니 힘든 분들이 많죠. 형제 자매들도 공부를 할 수가 없잖아요. 우리 아들만 해도 대학에 입학한 후 얼마 안되서 사고가 터져 며칠 다니지도 못하고 여기에 내려와 있거든요. 교회가 관심을 갖고 계속 기도해주세요."
 
끝으로 조 양의 엄마는 "이렇게 잊지 않고 찾아준 교회에 감사드린다"며 "진도체육관(또 다른 유가족들이 거주하고 있는 곳)에 들르면 OO 부모를 찾아 기도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방문단이 "건강 잘 챙기시라"고 인사하자, 조 양의 어머니는 "엄마니까 끝까지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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