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앞에서 무력한 약자의 이름 '아내'

폭력 앞에서 무력한 약자의 이름 '아내'

[ 기획 ] <연중기획>이웃의 눈물/약자의 눈물/폭력 앞에 무력한 여성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4년 07월 23일(수) 08:41

'아내와 북어는 사흘에 한번씩 패야 한다.'
 
요즘 청소년들이 들으면 왠 미개한 말이냐 하겠지만 한 세대 전만 해도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러한 말이 공공연하게 이야기 됐었다. 과거와는 여성의 사회적 위상과 인권이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신장했지만 가정 안에서 남편은 아내를 때려도 된다는 미개한 생각은 여전히 우리의 집단 무의식 속에 잔재가 남아있는 것 같다.
 
지난 3월에는 인천 남동구의 집에서 가정 폭력에 시달리던 아내가 남편의 배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여성은 오랜시간 동안 극심한 공포와 폭력 속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지난달 26일 인천지법에서 국민참여재판 끝에 지속적인 폭력에 노출되었던 점이 인정되어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9월에도 10년 넘게 폭력을 당하던 아내가 남편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여성은 "누가 예전처럼 남편과 1년을 살겠냐, 감옥에서 10년을 살겠냐고 묻는다면 고민할 것도 없이 감옥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수차례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폭력을 당하면서 결국 자신의 딸까지 위험하다는 판단이 들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여인들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 가정폭력은 명백한 범죄

 
'혹시 부부싸움 중 극도로 화가 나면 남편이 한대 정도는 칠 수 있는 것 아닌가?' 소수이긴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가정폭력이 심각한 범죄행위라는 것을 폭력을 행사한 당사자는 물론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명확하게 인식해야 이 시대 여전히 존재하는 가정폭력을 근절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한다.
 
가정폭력은 가정의 일이라고 판단해 경찰관도 개입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5월 경찰관 8932명과 가정폭력 담당 수사관 933명을 대상으로 한 경찰청 조사에서 가정폭력 사건은 가정 내 해결이 우선이라는 응답이 57.9%가 나왔다고 한다. 이러한 인식은 현장에서도 그대로 반영된다. 가정 폭력 신고가 들어와 출동한 경찰들은 아내가 "괜찮다"고 말할 경우 대부분 그냥 돌아가거나 부부가 잘 해결하라는 식으로 대응하거나 경찰이 나서서 가정의 문제는 당사자가 잘 해결하라고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가정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동거하는 특성상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설령 한차례 폭력으로 처벌이 이뤄지고 난 후에도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면 보복 폭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대책도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 교회는 관찰자요, 보호자

 
일반적으로 가정폭력은 가정사로 여겨 타인이 끼어들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웃집의 폭력 행위를 파악했다고 하더라도 '남의 집' 일로 생각해 개입을 꺼려하는 세상에서 교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말이다.
 
하누림상담코칭센터 소장 천영식 목사는 "개인주의가 팽배한 요즘 남의 가정의 일을 속속들이 알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교회의 구역제도는 그나마 은밀히 행해지는 가정폭력을 발견하고 도와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고 말한다.
 
천 목사는 "가정폭력을 당한 사람 옆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은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식으로 말해서는 안되고 폭력이 범죄라는 사실을 당사자가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폭력 당사자와 피해자가 함께 상담을 받을 수 있게 되면 폭력 재발이 확실히 낮아지게 된다"고 충고한다.
 
천 목사는 "가정폭력은 주로 남편에 의해서 발생하고 말싸움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아무리 부부사이라 할 지라도 상대방의 약점을 건드리거나 배려하지 않는 말을 하는 경우 발생할 확률이 높다"며 "부부 사이에는 주장과 배려라는 두 축이 건강하게 균형을 맞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먼저 자기 자신이 건강한 자아를 회복해야 하며 영적인 성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 목사는 "상담을 하다보면 목회자 부부간 가정폭력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본다"며 "목회자는 사실상 감정노동자이면서도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윤리적인 기준이 높고, 반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는 적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분출되는 경우가 간혹 있어 목회자들일수록 건전하게 스트레스를 분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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